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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l 14. 2019

ASH리더십

도와주고, 도와주고, 또 도와주고.....


가끔 찾아뵙는 직장 선배가 한 분 계신다.

같은 연배에 계신 분들 대부분은 은퇴해서 쉬고 계시는데 이 분은 아직 현역이다. 정치적인 임명이 이루어지는 사장을 제외하고는 그 기업의 업무를 총괄하는 총괄임원으로 있는 분이다. 이 분은 훤출한 키와 멋진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도 남다르지만 일처리에 있어서도 있어서도 빼어난 분이다. 30 여 년 직장 생활 하면서 만난 여러 상사 중에서 일을 가장 체계적으로 추진력 있게 잘한 분이라 생각하는 분이었고 여러 면에서 본받고 싶어했던 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분과 대화하고 있으면 몇 분 되지 않아 그 분의 대화 속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카리스마와 흡입력이 있다. 이 분에 얘기에 의하면, 자신이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업 부진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었지만 자신이 부임한 지 3~4년 되었는데, 회사 재정상태도 좋아졌을 뿐 아니라 조직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 분이 자신의 활약상을 이야기 하는 가운데 특히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그 분의 리더십 스타일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 부분이었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그 분의 리더십은 외모에 풍기는대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었는데 완전히 달라졌다는고 한다. "나는 더 이상 관리하지 않는다.  방향만 정해주고 지켜보고 있다가 직원들이 어려운 점을 호소해 오면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고 도와주는 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야..."라며, 구성원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도와주고 지원사항을 챙겨주기만 해도 조직이 잘 돌아간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자신의 시간도 훨씬 많아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야근하며 오랫동안 근무하는 스타일이었다. 


가만히 듣던 나는 그게 바로 'ASH리더십'이 아닐까요? 라며 맞장구 쳤다. ASH(Assist, Support, Help)리더십, 도와주고 도와주고 또 도와주는 리더십이다. 나중에 혹시나 애쉬 리더십이란게 있는가 인터넷을 살펴 보았으나 그런 리더십은 없었다. 그 분의 현재 리더 방식은 리더가 구성원들을 위해 '재'가 되는 리더십, 리더가 구성원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전히 도와주는 리더십인 셈이다. 구성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고 자신은 재가 되는 리더십을 ASH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미지


레빈이라는 분은 리더십의 유형을 크게 3가지로 전제형, 민주형, 방임형 리더십으로 나눴다. 전제형은 독재형이라고도 하는 가부장형 리더십이다. 부하는 엄격하지 관리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태만해진다는 생각으로 지시와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리더십이다. 그 반대에 있는 리더십을 민주형 리더십이다. 의사결정에 부하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하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리더십이다. 방임형은 부하직원을 믿고 그냥 내버려두는 리더십이다. 구성원의 수준이 고도화된 집단에서 적용될 수 있는 리더십이다. 이 세 가지 리더십 중 어느 리더십이 옳다라고는 할 수 없다. 시대적 상황과 조직상황에 따라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 혼란스런 초기 조직과 안정된 조직이 달라야 하고, 60년 대 힘들고 어려워 모든 힘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할 때와 지금처럼 개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시대 환경에 따라 다른 리더십이 적용되어야할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시 선배의 얘기로 돌아가면, 선배의 현 조직에서 방향만 제시하고(그 방향도 함께 논의해서 정하고) 부하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와주기만 해도 회사가 잘 굴러가더라는 얘기 속에는 선배가 그렇게 바뀐 부분도 있지만 구성원들의 생각도 바뀌고 시대적 환경도 변화된 부분이 겹쳐서 그런 리더십이 통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구성원의 성장과 조직공동체 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리더십이 있는데 바로 로버트 그린리프가 주창한 서번트 리더십(섬김리더십)이다. 그린리프는 리더십의 패러다임이 ‘인간이용(people-using)’ 관점에서 ‘인간형성(people-building)’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과거와 다른 리더십 변화의 핵심이 있다.  


선배가 서번트 리더십을 알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이미 60이 넘은지 한참 되시는 분이지만 이 분은 서번트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 분이 처음부터 서번트 리더십을 행한 분이 아니라 적어도 나와 같이 근무할 때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권위와 지시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리더십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분의 변화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직도 60년 대식 리더십이 답이라고 외치며 자신이 성장하던 때의 리더십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요즘 애들은 기본이 되지 않았다며 혀를 차는 관리자들도 있다. 그들을 우리는 '꼰대'라고 부른다. 


인터넷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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