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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Sep 17. 2019

며느리와 설겆이

며느리 있는 명절을 보내며...

나는 이번에 두 번째 며느리를 맞는다. 아들 두 명이 둘 다 30세 언저리에 결혼한다고 하니 부럽다고들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하는 분위기고 결혼 시기도 늦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제부터 AS가 시작될테니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선배님 충고도 있기는 하다. 


첫째는 3년 전에 결혼을 했으나 결혼하자마자 해외에서 근무해 같이 나가 있다가 올 여름에 귀국했으니 요즘이야말로 아들 두 명과 함께 사는(살) 며느리와의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아들밖에 키워보지 못한 나로서는 더욱 어려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우리나라 며느리를 생각하면 결혼을 시집간다는 표현하는 것이 옳겠지만 지금은 그 말이 틀렸다. 지금은 시집을 살러 가는게 결혼이 아니라 시집에 사는 아들과 결혼해서 둘 만의 새로운 집에 살러 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집을 마련하고 딸은 혼수를 마련하는 과거 재정역할 분담의 의미도 퇴색되었다. 집값이 워낙 높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여성이 남성집에 노동을 제공하는 시집을 가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신랑 집에서 집을 제공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같이 부담하는 추세라 한다. 그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과거부터 사위를 백년손님이라 했다. 결혼하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위는 늘 어렵게 느껴지고 손님처럼 생각되어 나온 말일텐데, 요즘은 며느리도 마찬가지다. 며느리가 집을 방문하는 날이면 집 청소는 물론 음식 준비를 위해 장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집에 머무는 동안 불편한 부분이 없을까 안절부절하게 된다. 과장하는게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며느리든 사위든 30여 년을 다른 환경과 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다. 아들을 좋아해서 만났지만 아들과 성격도 다를테고 아들과 좋아하는 음식도 다를 것이다.  부부끼리 겨우 맞춰 사는 것도 10년 이상 걸렸는데, 나이 차도 30년 나는데다 자라온 환경이 완전히 다른 며느리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찌 자연스러울리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관계는 인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한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관계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관계 덕분에 좋아지기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엇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르게 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1938년부터 70년간 724명의 삶을 추적관리하여 4번째  연구자이인 하버드 대학 로버트월딩거교수는 행복은 부와 명예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통해 얻어진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관계가 좋은 사람은 행복할 뿐 아니라 두뇌도 더 좋아지고, 건강, 수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반대로 얘기하면 관계가 나빠지면 건강이 나빠져 수명도 짧아지고 불행해지게 되는 셈이다. 기본적으로는 두 사람의 삶이긴 하지만 아들과의 연은 끊을 수 없는 것이어서 그 관계가 남의 관계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며느리와 나와의 관계 형성은 나의 미래 행복에 직결된 요인인 셈이다.


관계의 문제는 쌍방의 문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과거처럼 가부장적 사회와 같이 연장자에게 권력이 있을 때라면  나이가 적은 며느리 쪽이 먼저 손을 내 밀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이가 많은 쪽이 먼저 손 내밀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형성되는 관계가 좋은 관계로 이어지도록 해야한다.


손을 내미는 방법의 하나로 나는 설겆이 하는 방법을 택했다. 며느리들이 본가를 방문하는 경우 설겆이는 내가 하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행동이 요즘 정치권의 삭발과 같은 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름 가장 현실적인 관계형성 방법의 하나로 택한 방법이다. 음식 준비는 아내 중심으로 하게된다. 며느리들이 손을 조금 보탤 수는 있겠지만 아내가 중심이 되어 음식 차림이 이루어진다. 음식을 먹고나면 보통 차와 다과를 하는 시간이 이어지는데 차와 다과를 준비하는 동안 나와 아들이 설겆이를 하는 것이다.  


며느리를 맞으면서 시작하는 조그만 실천으로 새로운 가족 관계 형성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툰 시아빠 노릇을 시작한다. 


인터넷 이미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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