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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Sep 23. 2019

결혼과정에서 부모가 가장 힘든 일

기분 나쁜 축의금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결혼절차중 가장 힘든 과정은 무엇일까?


요즘 결혼식에는 부모들이 크게 할 일이 없다. 지인들이 결혼을 앞두고 "결혼 준비는 잘 되어 가니?" 라고 하면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대답은 하지만 잘 되어 가는지 아닌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대부분 절차를 자녀들과 결혼 대행업체들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마치고 나면 부모들을 굉장히 지치게 만드는 일이 있는데 뭘까?


결혼절차는 양가부모의 상견례를 마치고 나서부터는 결혼할 당사자들의 일만 남는다.

결혼 예식장 선정에서부터 예식 순서 정하기와 웨딩사진 촬영 등 두 사람이 정하면 된다. 이번 둘째의 경우 결혼식장에서 부터 자신들이 살 집까지 모두 자신들이 결정했다. 전셋집을 구하는 일은 워낙 큰 재산상 거래라 계약일날 참석은 했지만 집을 찾고서 계약을 결정하기까지는 둘이서 진행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는 가구와 전자제품도 모두 두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부모는 능력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는 금액만 알려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가장 큰 일이 남았는데 그것은 손님을 초청하는 일이다. 

어떤 분을 초청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결혼식을 겪지 않는 분들은 그냥 아는 사람 부르면 될 일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간단치 않다. 친인척은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 친인척은 작은 결혼식을 하더라도 초청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 예식장을 잡아 놓고 결혼식을 하게되면 기본적으로 200-300석은 채워야 한다. 형식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되뇌이면서도 막상 내 일이 되면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이곳 저곳 연락처를 뒤지게 된다.


어떤 분은 초청 기준을 최근 1년 이내 식사라도 한번 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잡는다고 한다. 그럴듯 하긴 한데 이 기준 또한 생각만큼 명쾌하지 않다. 어쩌다 한번 식사 한 분에게 결혼 초청을 하는 것은 결례가 될 수 있다. 식사를 못했더라도 늘 교감이 되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연락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 학력, 지연, 종교 등 그 동안 모든 관계에서 알았던 분들을 보면서 연락할 대상자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연락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머리에 뱅뱅 도는 몇몇 분에게는 연락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 연락 안했다가 섭섭한 소리 들을 수도 있고 연락 했다가 실수가 될 수 있는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청받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초청받는 순간 다음 몇 가지 결정을 할 것이다. 자신의 관계 정도에 의해 참석할지 여부, 축의금은 어느 정도 준비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초청받은 사람 입장에서 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축하 문자 인사만 할 지 다른 사람 편에 전달할 지 아예 무시해 버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결혼 초청은 철저하게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는 관계 정도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다.


결혼식을 마치고 정리하면서 제일 고마운 사람은 초청 문자를 받을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당일 참석해서 축하해 주거나 참석 못하면 못하는 이유를 말하고 별도로 축의금을 전하는 사람이다. 초청 문자를 받았을때 축하 메시지는 보내지 않고 당일 참석해서 축하해 주거나 참석 못하는 이유를 말하고 축의금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사람도 고맙다. 그리고 아예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은 그런대로 괜찮다. 그 사람은 나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예 문자 답도 없다가 당일 축의금만 보내고 그리고 그 축의금에 대한 답례 문자에도 반응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분들의 축의금이 제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네가 연락하니 돈은 보내지만 너의 자녀 결혼에는 관심없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마운 분이어야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런 분들이 몇 분이 있다. 이 분들은 초청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을 사전에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결혼절차에서 가장 힘든 일은 어떤 사람을 초청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반면에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참석하거나 축의금과 문자를 보내는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은 연락했었어야 하는 분들인 셈이다.


이렇듯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어렵다.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결혼식을 해야한다. 양가 부모와 친척과 신랑 신부의 친한 친구 정도만 초대해서 진정 축하 받는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참석해서 결혼식은 보지 않으면서 기브&테이크 관점에서 축의금만 전달하고 식사하러 가는 넓은 관계의 초청은 지양하는 것이 맞을것 같다.


두 번의 결혼식을 거치면서 최대한 형식적인 것을 지양하고 의미 중심의 결혼절차를 밟고자 했지만, 아직도 결혼은 두 젊은이만의 결합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다. 미풍양속이었던 결혼식의 상부상조 관행이 기브&테이크를 바탕으로 관계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것 같아 씁쓸한 마음에 이 글을 남기지만 서서히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 밀레니얼 & Z세대가 주축이 되면 보다 실질적이고도 의미있는 축하방식이 자리잡지 않을까 조심스레 희망섞인 예측을 해 본다. 


인터넷 이미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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