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공부

을의 입장이 되어봐야 기다림이 뭔지 안다

by 이원희


"나는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가련다~"


나이 드신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방주연이란 가수의 '기다리게 해놓고'란 가요의 노랫말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노랫말로 표현해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요즘은 이런 노랫말이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연인들끼리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약속을 해놓고 늦어지면 문자를 보내거나 핸드폰을 이용해서 늦어지는 이유를 알려주고 다음에 만나면 되기 때문이다. 밀당 목적으로 만나자 해 놓고 조금 늦게 가거나 당분간 연락을 끊을 수는 있겠지만 서로 오해로 인해 헤어질 일은 없어진 것 같다.


방주연이란 가수가 노래할 적만 해도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만나기로 한 시간이 잘못되거나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될 때는 본심은 그게 아니더라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이제 겨우 한 두 번 만나 귀중한 인연이 시작될 때 그런 상황이 발생되면 치명적이다. 서로 오해를 해서 그간의 만남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기다림은 기대를 의미한다. 누구를 혹은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기대를 하는 것이다. 연인과의 기다림 역시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가 이루질 것을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이러한 기다림이 절실한 사람들이 가장 많을 때가 요즘이 아닐까 싶다. 입학과 취업을 위해 지원을 해놓고 면접이나 합격기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런 분들이다.


입시절차에서 처럼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 정해진 날짜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그 기간이 지나면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일 날 늦게까지 통보가 되지 않으면 조바심을 내고 기다리겠지만 예정된 날 마저 지나게 되면 더 이상 조바심을 내거나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해진 날짜가 없는 경우의 기다림은 막연하다. 언제 결과가 올지 몰라 수시로 휴대폰을 보게 되고 혹시 행정착오로 기별이 오지 않지는 않을까 걱정도 하면서 기다리게 된다.


사실, 누군가를 선발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답답할 것이 없다. 그냥 자신이 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혹은 그 일정이 미뤄져도 자신에게 다가올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느긋하다. 그래서 그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을의 입장에 있는 기다리는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에서는 피를 말리는 일이다. 요즘은 그처럼 갑의 입장에 있는 쪽도 을, 즉 고객의 입장에서 행정처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정한 날이 지나면 불합격이나 채용되지 않았음을 정중하게 알려주는 프로세스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한 날이 없이 막연히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어졌으면 좋겠다.


또, 개인적으로 어려운 부탁을 해 놓고 답이 오기를 기다리는 기다림도 있다.


이 경우가 제일 막연한 기다림이 된다. 지인에게 자신의 일과 관련한 부탁을 해둔 채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그 일은 지인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진행될 지 모른다. 혹은 잊어버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루 이틀이 지나도 답이 없으면 조심스러게 문자를 통해서 독려를 해 보지만 바로 답이 오는 경우는 잘 없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기다림은 기대를 의미한다. 그래서 빨리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그 일이 내 일이 아닐때는 그것이 잘 안된다. 자기자신에게 항상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조그마한 일도 다른 사람이 부탁한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바로 처리하지 않아도 부탁한 사람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현재 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할 때, '을'사가 '갑'사로부터 듣는 얘기 중 제일 자주 듣는 말이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진행이 되고 있다는 뜻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검토한다고 했기 때문에... 사실은 아무런 일도 진행되지 않은 채 그렇게 몇 주가 지나갈 때가 많다. 그 사이에 현장에서는 여전히 그 문제로 인해 고객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던 말던 그냥 지나간다. 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독촉할 수가 없다. '갑'사에에서 보면 자신들이 당장 답답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갑'입장에 있는 자신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일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회사에 필요한 사람들이다. 마치 자기 일처럼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공감능력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불편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큰 조직에 있다가 갑노릇한 하던 사람들이 회사 밖으로 나와 겪게되는 기다림에 지치는 마음을 마음껏 느껴보며 기다림의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지금 누구를 막연하게 기다리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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