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공범자

쉽게 버는 방법은 누군가의 피해를 전제로 한다

by 이원희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나라를 '사기공화국'이라 얘기하곤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속아 넘어갈 지 모를 정도로 곳곳에 사기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특히 심한 것 같다.


나처럼 50이 넘는 분들은 살면서 한 두번은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 초기에는 부동산 투기가 한창인 때라 당시 월세방에 살던 나는 분양권을 준다는 '딱지'에 속았다. 여러 번 분양설명회도 해서 참석하고 동료들과 같이 구입을 했는데 그 뒤로는 함흥차사다. 당한 사람들이 모여서 대책 운운하더니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일에 집중할 수 없다보니 흐지부지 그냥 돈만 날렸다.


30대 중반, 직장에 적응해 가는 동안 주식 붐과 벤처 붐이 일어났다. 그때는 아무 주식이나 사도 오르는 시기이다 보니 너도 나도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재임하던 직장 주식도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르면서 덩달아 분위기에 편승했다. 주위에는 어디에다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성공스토리가 술자리 단골 스토리가 되었다. 이때 같이 공부하던 동기가 엄청난 비전을 얘기하면서 자기들이 하려는 벤처사업에 투자하라고 해서 참여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제대로 사업도 못한채 없어져 버렸다. 지금도 계약서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지인이 한의사 체인사업에 투자하자고 했다. 내가 한의사가 아니더라도 한의사를 고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 사업을 맡아할 분이 연예인도 잘 알기 때문에 연예인이 이용하는 한의원이라고 홍보하면 엄청난 수익이 나올거라고 했다. 그래서 거금을 투자했다. 한 번인가 수익금이 나와 좋아한 것 같은데 그 후로는 그 한의원을 운영하는 사람도 만나기 힘들어지고 한의원도 흐지부지 없어져 버렸다.


투자의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거의 사기를 당한 거나 다름없다. 사기라고 하면서 사기 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투자의 형태를 띤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기의 핵심은 사실 나의 허황된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의 결과다. 어찌보면 내가 그런 사기꾼을 만든거나 다름없다. 나부터 그런 허황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기꾼이 생겨났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사기꾼을 만든거다.


한때 택시를 타면서 다른 사람보다 빨리 타기 위해서 더블을 부르는 것이 당연시 되던 적이 있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쉽고 빨리 가려고 그런 상황을 만든건데 술자리에서는 택시 운전사를 욕하고 있다. 또한, 선생님에게 돈을 주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녀에게 더 신경쓰고 자기 자녀를 상대적으로 더 챙겨달라고 돈을 줘 놓고서는 뒷자리에서는 선생님들을 욕하는 것과 같이 우리들이 그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 탓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사기꾼이 득실대는 이유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돈으로 얘기되고,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에서, 보다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생각이 사기꾼이 많아지는 온상이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세상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쉽게 버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잘 속는다. 실제로 사기꾼들이 내놓은 방법에도 처음에는 이자도 잘주고 해서 미끼를 물게 한다. 내가 그 소수에 속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사기를 키우는 일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교적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냥 그렇게 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한결같은 힘든 고비를 넘고 현재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최근 2주간 만난 세 분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한 사람은 사업실패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종교적인 도움으로 새로운 시작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또 한 분은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에서 제공하는 품목으로 독점 공급하면서 사장을 3명까지 거느렸다가 IMF 위기를 넘기면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를 비롯한 몸속의 장기 대부분을 강제로 1/2씩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서 현재의 사업에 이른 사람, 지금은 5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업을 하는 마지막 한 분 역시 비교적 쉬운 여정이긴 했으나 처음 7명으로 시작하면서 2년간 몇 번씩이나 후회를 하며 고비를 넘긴 후 오늘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세상에 그냥 쉽게 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쉽게 버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살면서 얻은 결론이다. 그리고, 내가 만약 쉽게 벌었다면 나는 모르지만 누군가 당했을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의 결과일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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