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최고일까

그렇다...하지만 경험의 틀에 갇히지는 말자

by 이원희

무엇보다 경험이 최고라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또,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인 양 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 불여일행이란 말이 있다. 듣는 것 보다는 보는 것이 보는 것 보다는 해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옛말에 이런 말도 있다. 꼭 먹어봐야 X인지 된장인지 아느냐? 척 보면 알아야지... 세상의 모든 일을 경험해 보고 판단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경험이 최고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위험은 자기가 경험한 것 까지만 최고로 여기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다른 사람의 또 다른 방식의 경험을 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훨씬 더 쉽고 편한 방법이 있는 것을 자신은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들으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기 틀에 갇혀 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기가 그 틀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실제 경험해서 깨닫기 전에는 ...


인터넷 상거래가 상용화 되기 시작할때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엄청난 기업을 일구어 성공하고 지금은 후배들의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직장 후배를 만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하는 창업자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시장규모나 기술, 언어 등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경영'이라고 한다. 처음 시작할때 열정과 아이디어는 세계 어느 기업 못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들이 먼저 시작한 MP3플레이어, 인터넷전화 효시인 다이얼패드, 소셜네트워크를 시작한 싸이월드 같은게 바로 그런 예라면서 이런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못되는 것은 바로 경영의 무지와 미숙함 때문이라고 한다.


초창기 성공을 딛고 조금 성장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성공경험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초창기 사업을 일구면서 하는 경험은 그 규모에 맞는 경영경험을 한 것일 뿐인데, 보다 큰 기업의 경영경험도 같은 방식으로 하니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먼저 큰 기업을 일군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인데 이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미 나와 있는 지혜가 돌고 돌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뿐인 것이다. 그래서 겸손해져야 한다. 내가 다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것도 수시로 바뀌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신영복교수의 '담론'에서는 우리가 잘아는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부분이 예이츠의 시에 유사한 부분이 나오며, 서정주의 국화옆에서도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는 시 역시 중국 백거이의 시 국화에서 그 시상을 빌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분의 작품 조차도 다른 사람의 경험 지혜에서부터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지혜를 먼저 체득하고 난 뒤, 그 지혜를 바탕으로 경험까지 한다면 최고일 것이다. 사실, 지혜를 모르면 그런 세계가 있는지도 모르므로 경험으로까지 갈 수도 없다.


쌓여있는 서재의 책들을 보면 늘 한숨이 나온다.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저 속에 가득할텐데 그 가운데 내가 터득하고 그리고 그것을 경험까지 한 내용은 얼마나 될까? 부끄럽다. 직접 경험해서 판단하면 좋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지혜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행복한 아침이다.


헝가리 수학자 에르도시는 생전에 이런 묘비명을 썼다고 한다.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 그는 알면 알수록 겸손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들에게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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