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성질 그만 죽여!

니만 손해야...

by 이원희

같은 아파트 사는 초등학교 친구와 한 잔 했다.


친구와 나는 자녀들도 비슷한 또래인데다 관심사도 비슷해서 종종 같이 저녁시간을 갖는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림을 잘 그리고 글도 예쁘게 쓰는 등 공통점이 많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마치고는 사회에서 다시 만났다. 친구는 금융인으로 나는 통신인으로 직장생활을 했고 지금은 둘 다 대기업에서는 은퇴한 상태.


친구는 지금도 불의하거나 불합리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지금 나이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그 용기가 부럽지만 상대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내가 늘 문제를 제기한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제지하는 것을 비롯해서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의 매너없는 일을 지나치는 법이 없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가뜩 복잡해서 바짝 신경 쓰고 있는데 그 비좁은 공간을 더 힘들게 하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친구는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반드시 한 마디를 한다고 한다. 과거 어른이 아이들을 혼내듯이...


지난 번에는 복잡한 지하철에서 백팩을 맨 젊은이에게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혼내 주었다고 하더니만, 이번에는 핸드폰을 본다며 자신의 등에 받쳐놓고 보는 젊은이를 큰 소리로 혼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그런 상황이 되어도 급하게 화를 내면서 혼내서는 안된다고 했다. 큰 소리로 화를 내면 그 친구는 창피를 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고 화를 낸 본인도 기분이 좋지 않을거라고 했다. 다행히 그 친구가 조용히 핸드폰을 치우고 수긍했으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발하게 되면 친구에게도 힘든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는 그런 말을 하면서 결국 자신이 수양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했다. 미안하지만 그 말이 맞다고 했다.


나 역시 재임시절 초기에는 직원들에게 회의 시간에 심하게 화를 내면서 직원들에게 상처가 될 만한 얘기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얘기하면서, 그 당시에는 직원들이 아무 말 않고 있었지만 수모를 당해 평생 상처를 받았을 그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도 나는 문제있는 상사로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화에 대한 얘기는 며칠 전에 지인의 글에서 본 몽테뉴의 말을 인용하면...

"화(분노)는 기묘한 용법을 지닌 무기이다. 다른 모든 무기는 인간이 이를 사용하지만, 화라는 무기는 반대로 인간을 사용한다."


놀랍지 않는가? 화를 내는 순간 우리는 화에게 이용 당한다는 통찰...


그래서 친구에게 말해 주었다. 그땐 그 젊은이에게, "이보게, 이 복잡한 곳에서 자네가 핸드폰 보는 통에 내가 불편하네. 나중에 보는 것이 좋겠네" 라고 조용히 얘기했어야 한다고. 친구도 동의하면서 그렇게 얘기한 뒤에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자신을 곱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아무리 바른 말이라도, 그리고 아무리 어린 친구들에게라도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며 전달해야 하며, 더군다나 화를 내면서 전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화를 낸 내가 손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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