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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n 27. 2023

나도 신이 되고 싶었다.

신이 되려다 미수에 그친 우리들로 채워진 세상!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는 제법 만화방 출입을 했었다. 공식적인 용돈이 없었기에 구멍가게를 했던 부모님 몰래 동전통에 있는 돈을 갖고(훔쳐?)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당시 나는 만화 속 주인공들의 축지법에 꽂혀 학교 오가는 길을 거의 뛰다시피 다녔던 기억도 있고 만화 속에 나오는 투명인간이 되어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내가 좋아하는 예쁜 친구 옆에 슬며시 가 있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나름 신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의 행동은 아름다운 동심으로 여겨버리면 그만이지만, 살아오면서 인간은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신이 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하며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어릴 때 이런 생각은 자라면서 현실에서 다른 방식으로 신이 되려고 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무슨 소리 하느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상대에게 잘 통했으면 하는 생각은 갖는다. 나만 해도 그렇다. 학교에서 내 강의가 학생들에게 잘 통했으면 하고, 가정에서는 아내가 내 생각을 잘 따라주었으면 한다. 또한 내 자녀들도 나의 생각에 군소리 없이 잘 따라줬으면 한다. 뿐만 아니다. 가끔 나가는 동문회와 같은 지인 만남에서도 내 말이 잘 통하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듣고도 “당연한 것 아닌가? 신이 되고 싶다는 말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기까지를 신이 되려 하는 행동이라 말하면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이 되어가는 과정은 처음에는 이처럼 인간의 기본 욕구에 해당하는 인정 욕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누구나 신이 되려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렇게 시작했다.     


 

픽사베이 이미지


 개인기로 진짜 신처럼 되어 버린 정명석 같은 이도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도 신처럼 되어 버린다. 이들 두 예는 모두 보통 사람과 똑같이 자신이 자라나는 환경 속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 새 사람들 사이에 신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면 자신의 말이 통하기 시작하고 조직의 계층을 형성하는 사람의 이해관계로 인해 더욱 자신의 말이 잘 먹히게 되고 그와 반대되는 요소는 차단되거나 왜곡시켜버리기 때문에 서서히 신격화 된다. 그런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적당한 스토리의 신화까지 덧입혀져 신격화 되는 것이다.


 “대표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직원들 하나하나 직접 소통하려 노력하시고, 그 바쁜 가운데 책도 쓰시고... 이제 대학교수까지!” 회사 나온 지 한참 지났지만 가끔 옛 후배들로부터 이런 류의 말을 듣곤 한다. 그러면 나는 단호하게, “신격화 하지 마세요. 저는 당시 절실한 상황에 내 나름으로 먹고살기 위한 행동의 결과로 지금의 나가 되어 있을 뿐입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위치에 있던,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기 오래 전을 생각하면 그냥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치던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편하게 지내던 사람이(친구가) 어느 정도 위치의 자리에 오르면서부터는 쉽게 대하기가 어렵게 된다. 과거 편하게 지내던 지인 중에 지금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대하기 힘들게 생각된다면 그 사람은 그 사람 수준에서 신격화 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것은 그 사람(친구)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내가 스스로 위축되어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출발은 어떻게 되었던 그 사람은 점점 신격화되고, 원래 자신의 본 모습과는 다른 행동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픽사베이 이미지


 ‘개신교 목사들은 모두 사이비 교주 정명석씨를 부러워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날 보고 미친 녀석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목사들은 하나님의 권능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목사의 권능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수준을 넘었기에 정명석씨의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의 신도들이 자신의 말을 하나님의 말처럼 여기면서 헌금을 하고(돈을 갖다 바치고) 죽음까지 바칠(순교할) 정도로 행동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능력을 고상하게 종교 리더십이라고 표현할 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의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신같은 정명석이 부럽고 그렇게 되고 싶을 것이다(여기까지 읽고 우리 교회는(목사님은) 그릴리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교회는 신격화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일게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선출직 공무원, 그리고 그들에 의해 임명된 고위직들이나 기업에서 회장 수준의 지위를 갖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이들은 주위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간적인 노력을 했지만, 높은 위치에 오르는 동안 아래 사람들에 의해서 서서히 신격화된다. 그들의 어린 시절과 보통 사람 시절은 미화되고 그들 삶의 스토리는 기적과 초인의 것들로 채워진다. 그들이 말한 ‘바이든’과 같은 실수의 말도 아래 사람들에 의해 ‘날리면, 발리면’으로 변형되고 그렇게 믿게 만든다. 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픽사베이이미지

   

 돈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는 세상이 되면서 신이 되기 쉬워졌다. 돈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신이 아닌 것은 알지만 신으로 대우하지 않으면(그 사람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나의 생계가 날아가기 때문에 자신의 속한 조직 속의 윗사람에 대한 신격화를 도울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모두는 신이 되려 하지만 이 세상에 신은 없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신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래서 그 책임은 신이 된 사람뿐 아니라 그렇게 만든 우리들에게도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신으로 만든 우리는 꾸준히 신의 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고발할 뿐 아니라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먼저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돈을 숭배하고 집착하는데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자신도 모르게 신이 되어 가고 있지 않는지 주위 사람의 달콤한 인정의 목소리에 취하지 않도록 늘 성찰해야 한다.     


 신이 되지 않고 신을 만들지 않기 위한 몇 가지 노력을 언급했지만 사실 그 실천이 쉽지 않아 앞으로도 더 많은 신이 출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답답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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