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되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외산품에 대한 생각이 참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외산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국가에 죄를 짓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비싼 특별한 외산품이 아니면 관심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하더라도 대학구내에 외제차가 들어오면 일단 욕부터 할 뿐 아니라, 아예 국산차라 하더라도 차를 타고 출입하는 사람을 좋지않게 보던 시대도 있었다. 그땐 돈이 특별히 많았던 사람도 대놓고 자랑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국산품사용 = 애국자
그 당시 국산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나 일제 시대 독립군 처럼 애국자로 취급 받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그림 그리기 소재로도 단골로 등장했다. 국산품애용, 불조심, 방공방첩 등... 현재 북한 못지 않게 국가의 교훈이나 메시지를 주입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수업에도 활용했던 것 같다. 국산품애용 표어 공모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런가? 지금도 국산품 애용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것 같다.
지금은 내가 사려는 제품을 만든 기업이 한국이라 하더라도 그 회사의 지분의 소유자가 어떻게 되는지 그 회사의 주요 부품이나 재료가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는지 등을 잘 생각해서 구입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국산품을 사용한다고 할 수 없게 되고, FTA와 같은 시장 개방이 활성화 될수록 우리 제품만 고집하게 되면 상대국가에서 제재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국산품만 사용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개방과 기업의 글로벌화로 국산제품 애용이라는 부분에 대한 생각이 많이 희석되어 버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경쟁력이 생기면 국산품애용이란 명목으로 보호해 주게 되면 오해려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영화보급제와 관련해서 엄청난 데모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화수입 비율을 늘리면 당장 우리 나라 영화산업이 무너져 버릴 것 처럼 하던 시절이 있었고, 자동차 수입도 마찬가지다. 영화수입과 자동차 수입이 서서히 이루어져 왔지만 우리나라 산업이 힘들어지기는 커녕 경쟁력이 더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뛰는 녀석과 경쟁하게 되면 안되겠지만 幼稚(유치)산업 단계가 지나면 경쟁을 통해서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과거 매년 전세자금을 올리는 주인과 그렇지 않은 주인 둘 중에서 전세자금을 올리지 않은 주인이 당시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세 자금을 자꾸 올리게 되는 집에서는 어떻게 하던지 거기에 맞춰 살려고 노력하다 집을 사게 되어 여전히 낮은 금액에서 전세사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사회에서 기반을 잡게 된다는 얘기다.
자녀에 대해서도 비슷한 것 같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내버려 두는게 맞는 것 같다. 그 어느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학들어갈 나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스스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스스로 느끼고 개척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부모들은 바깥에서는 누구나 자기자녀들을 자유롭게 지내게 해 준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자녀들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때가 많다. 믿고 내버려 둬야 한다.
집안 일 뿐 아니라 보다 큰 기업이나 국가의 일도 비슷한 것 같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가만히 두는 것보다 못할 때가 있다. 한 번 관여를 하기 시작하면 그 관여로 인해 새롭게 규제해야할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 기업이든 정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심판의 역할만 충실해도 좋겠는데 자꾸 경기방법에 개입해서 이것 저것 바꾸려 하니 일이 더 꼬인다.
나는 지금 괜히 끼어들어 관여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는 여유를 갖는 하루를 시작해 보자. 내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