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진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길
벽제에 소재해 있는 대학에 갔다가 주위에 있는 최영 장군으로 묘가 있는 곳을 가게 되었다. 최영장군은 어릴 적에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로 잘 알려진 분이고 이성계를 위화도 회군을 막으려다 실패하고 이성계 측에 의해 참수당한 고려말의 유명한 장군이다. 옆에 있는 왕실의 무덤에 비해서는 초라했지만 나름대로 단아하게 꾸며져 있는 무덤을 바라보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나는 죽음을 무척 두려워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우리가 위인으로 여기는 사람들 중에 혹은 신념과 의지가 투철한 사람 중에, 특히 과거에는 죽음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도 이슬람 일부 과격단체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신념에 의해서 자살폭탄으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죽음과 관련되는 형상들 무덤, 시체, 귀신 등은 모두 무서웠다. 어릴 적에 혼자서 밤중에 재래식 화장실 가는 일도 나한테는 굉장히 두려운 일 중 하나였다. 군대에서도 야간 산행을 하다가 고참 선배들이 "여기는 그저께 만든 무덤이라 흙으로 덮혀 있네. 여기는 아기를 묻은 곳이야" 란 것과 같은 얘기를 듣고 나면 나는 애써 무섭지 않은 척 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두려웠다. 오십 중반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무서움에 대해서도 느끼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담력이 더 큰 사람이 있다. 이 부분은 남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남자가 담력이 있어야지 라면서 사회적으로 주입해 왔을 뿐이지 남자라고 더 담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담력이 크지 않은 것은 그 사람의 특성 중 하나일 뿐 겁쟁이라고 놀림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무서움에 대한 두려움도 의식이 성장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정립되면 그 어떤 어려움도 고난도 아무 것도 아니듯이 상대적으로 쉽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앞서 예를 든 사람과 같이 의식 성장과 함께 자신 만의 신념과 가치가 정립되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연명치료중단법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의료기기에 의해서 강제로 목숨을 연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명확한 편이다. 연명을 계속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보면 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도 위하는 길이 아니다. 그냥 남아있는 사람의 체면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선 무의식 상태에서 기계에 의해 숨을 쉬고 있는 환자 입장은 분명히 아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존감이란게 있다. 그래서 자신이 중한 병에 걸리면 잘 알리려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인데 과연 그런 상태에서 계속 목숨을 유지하고 싶어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음은 남은 가족들이다. 언제 죽음에 이를 지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에는 살아있다(?)는 의미로 연명을 택하지만 그때부터 의미없는 시간이 쌓이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서로를 갈등 속으로 밀어넣게 만든다. 속으로는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꺼낼 수 없을 것이다. 체면과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국가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연명하느라 드는 비용, 병상, 의료자원 손실 등 사람 한 명 연명함으로써 드는 예산이면 수 많은 다른 어려운 환자, 실제 돈이 없어서 목숨을 잃어야 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연명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일이 아닌데도 생명에 대한 존중이란 명분 이전에 가족의 체면 때문에 유지되어 온 것이다. 정말 좀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도 이 법이 빨리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서라도 법제정이 추진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죽음에 이르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 환자에게도 남은 가족에게도 최소화 하는 방법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