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은 부탁일 뿐...
"원희야! 내 친구가 **서점 지점장인데, 전화 해봐, 니 책 '주인공 빅뱅' 얘기 해 뒀어" 술을 잔뜩 머금은 친구의 호기어린 목소리가 전화 사이로 들려왔다. "어, 그래? 고마워..." 그리고는 그 서점 친구라는 분의 전화번호와 전화해 보라는 문자가 전해왔다.
다음 날 용기를 내어 전화를 해보니 전화를 안받는다. 그리고 조금 뒤 문자가 왔다. 회의 중이라며 회의 끝내고 전화하겠다고.... 그리고는 아직 소식이 없다. 고마운 일이지만 친구의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내 친구의 호의가 고맙지만 내 친구는 자신의 서점 친구의 상황을 잘 모르고 얘기했을 수 있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이전 직장 직원이다. "대표님, 책을 내신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저의 전 직장이 **문고입니다. 그 친구들 제가 다 압니다. 책이 나오면 바로 얘기해서 온 서점에 비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정말 큰 기대를 했다. 그렇지만 책이 나오고 난 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서점 비치용 1권 외에는 더 이상의 책을 그 서점에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전 직장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 그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일이 섭섭해 할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내 친구나 내 전 직장의 지인으로서도 나에게 선의를 베풀어 준 것이고 최선을 다해 주었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섭섭해 아닐 일이라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내가 서점 관리자라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점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쏟아진다. 나처럼 초보가 아니라 유명 작가의 책을 비롯해서 그리고 나처럼 무명출판사가 아니라 유명 출판사에서도 매일 매일 수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수많은 책들 가운데 친구의 아는 사람, 지인의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는 이유로 그 책을 더 많이 비치하고 더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점이야말로 8:2, 상위 20%의 상품의 매출의 80%를 낸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분야다. 아니, 어쩌면 5%정도의 책들이 전체 매출의 90%이상을 차지할 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매달 매출과 이익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서점 구성원들이 나에게 특별히 그런 자비(?)를 베풀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사간 밀어주기가 문제가 되곤 한다. 내가 대기업에서 근무한 바에 의하면 밀어줄만 하기 때문에 밀어준다. 각 계열사의 임원들은 외부에서 맡기는 것이 더 유리하면 자신의 계열사에 일을 맡기기 쉽지 않다. 아무리 그룹 수뇌부에서 압력을 넣더라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이 창출해야할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맡기는 것보다 더 유리한 거래 조건을 요구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계열사끼리 주고 받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철저히 자본주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가 그렇다. 결국은 내 책을 누군가가 읽고 그 컨텐츠를 공감하는 사람이 스스로 퍼뜨리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서점은 내 책을 잘 팔리는 곳이 둘 리 없다. 다시 말해 돈이 되면 바로 잘 팔리는 위치로 이동한다. 사실 그 쯤 되면 서점에 굳이 좋은 자리에 비치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점 친구의 전화를 열심히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