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도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을 축하합니다

by 이원희


오늘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크리스마스 이브일은 왠지 눈이 내려야할 것 같고,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은 날이다.
왜 이런 느낌이 생겼을까?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통행금지가 있었다. 밤 12시 이후 거리를 다닐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82년 1월까지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전날은 통행금지가 없었다. 그러니 밤늦게까지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1년에 한 두 번 있는 날이니 아무 일 없어도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괜히 밤을 새워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은 날이었다.

그리고 예쁜 카드도 만들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당시 나는 써클 활동을 하면서 써클 회원들끼리 카드를 주고 받았다. 직접 주고 받은 것이 아니라 우편으로 전달했다. 근데 그때 성탄카드에 이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성탄의 기쁨을 함께 하며.... " 그때 나는 불교학생회 골수 멤버정도는 아니지만 불교써클에 다닌적은 있어도, 교회에 가본 적은 없었던 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히 우스운 일이다. 성탄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그냥 분위기에 편승해서 그렇게 행동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별로 우스운 일도 아니다. 요즘도 그런 일이 주위에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오늘 성탄절을 축하하는 문자가 오가기 시작했다. 문자를 보내는 분들은 종교와 상관이 없다. 예수님이 탄생해서 이 날이 즐거운게 아니고 내일이 공휴일이니까 즐거운 것 같다. 그리고 일 년을 잘 버텨내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마무리를 하는 느긋한 마음이 함께해서 더 즐거운 날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연인이 없는 분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가 더 편해지는 날이 되어서 즐겁고 연인들이 있는 분들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은 날이 되는 것 같다.

사실상 예수님의 탄생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냥 12월 25일을 사람들이 성탄일로 정해 두었을 뿐이다. 그렇더라도 예수님이 탄생해서 기쁘다는데 나는 아직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끼리 더 많이 싸우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때문에 혹은 예수님을 믿는 나라들끼리의 싸움 때문에 세상이 더 혼탁해지고 더 어지러워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거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메시지를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기에게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고 자기 편에게만 그 메시지를 적용하려는 사람이 문제가 있는 것이기는 하다. 어쩌면 12월 25일 하루 만이라도 자기와 자기 편만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이웃을 살피고 공동체를 돌보면서 그 사랑을 실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날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는 그런 찢어지고 분열된 아픔이 하루라도 어루만져지는 성탄절이 되면 좋겠다.

오늘 스님들끼리도 혹시 메리 크리스마스마스라는 문자를 주고 받지는 않을까 궁금해지는 날이다. 교회 다니는 분들에게 보냈다면 굉장히 그릇이 큰 스님들이 될테고, 자신들끼리 주고 받았다면 조금 더 수양을 하셔야 할 분들이다.

의미는 없어 보이는 말이지만, 나도 한번 외쳐본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