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가격으로...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우리가 흔히 듣는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쓰여지는 문구다. 커피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커피나름이지만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뭔가 할 수 있는다는 것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와닿는 광고 카피이긴 하다.
한 달이 아니라 하루 커피 한 잔 하는 가격으로 접근하면 훨씬 큰 가격의 물건 조차도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10만원 가량의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런 유혹에 사놓은 물건이나 보험 등의 상품이 한 두 개 쯤은 있게 된다.
"커피 한 잔에 3000, 4000원 주고 사 드시면서...." 최근에 작은 아들로부터 이 말을 듣고 할 말이 없어 멋적어진 적이 있다. 아들은 올해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하고 조그만 중소기업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요즘 카톡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카톡이 생기면서 거대한 통신사업자의 문자시장을 무너뜨려 버렸다. 지금도 공식적인 메시지는 통신업체의 문자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관계에는 다 카톡문자를 사용하게 된다. 카톡을 자주 쓰는 이유 중에는 무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톡에는 자신의 감정표현을 하기 쉬운 이모티콘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톡을 쓰면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훨씬 정확하고 쉽게 자신의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카톡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이모티콘 외에도 별도 비용을 들여 구매한 이모티콘이 오가면서 사이버공간속에서의 감정표현이 훨씬 더 다채롭고 리얼하게 되었다.
그 날도 카톡을 보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온 이모티콘을 보여주면서 아내랑 얘기를 나눴다. "요즘 참, 다양한 이모티콘이 많아졌어요. 이것 보세요. 나도 좋은 것으로 구매해서 사용해 봐야겠어요." 아내가 말한다. "아니, 쓸데 없는데다 돈을 쓰려고 하세요? 그것 하나 둘 쓰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돈을 낭비하게 되는 거예요..."
이때, 아들이 끼어들었다. "엄마, 24개짜리 이모티콘 한 세트가 2천원에서 3천원 하는데 그게 비싸다고요? 그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해 보셨어요? 저같은 개발자들이 온갖 아이디어를 내고 밤새워 개발한 대가인데, 커피 한 잔은 3천원 4천원을 쉽게 쓰시면서 ..."
할 말이 없었다. 아직도 우리들은 소프트웨어나 캐릭터 같은데 돈을 쓰는 것을 너무 아까워 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에는 해적판이라 해서 인터넷상에 불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넘쳤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돈을 들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3D업종이라며 기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자조하는 말로 '푸돌이'(프로그램 짜는 사람)라고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프로그래머들이 과거보다는 제대로 대접받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정품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기부터가 아닌가싶다.
이번에 지방을 여행하다 허름한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갑자기 잡은 숙소라서 인터넷 환경이 구비되어 있는지만 확인하고 들어 가서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하다가 당연히 설치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던 한글 워드프로세스가 가동되지 않아 당황했다. 이처럼 이제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개인 국민들 사이에도 과거 쉽게 다운 받아 사용하던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정신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게 지불되기 시작한 것이다. 카톡에서 판매되는 이모티콘이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의 한 방편이겠지만 소비자의 윤택한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준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그만한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그 이후,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 몇 세트를 구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감정표현이 훨씬 쉬워졌을 뿐 아니라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아 조금 어려운 관계나 미안하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데도 최고다. 또, 젊은 분들이 나이답지 않게 최신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호응해 주니 더 신난다. 2천원 3천원을 사용해서 이렇게 큰 만족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것도 상당기간 동안...
오늘도 새로운 이모티콘이 없는지 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