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

이런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by 이원희

두 친구는 초등학교 친구다. 그것도 6학년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이다.

그렇지만 급격하게 가까이 지내게 된 것은 1년 남짓이다. 앞으로도 두 친구와는 사회 여러 관계의 바쁜 가운 가운데서도 그리고 대구와 서울이라는 거리상의 장벽이 있음에도 가까이 할 친구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둘은 같은 마을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서로 알 정도로 가까운 친구였다고 한다. 서로의 부모들에게도 아들처럼 자랐으니 누구보다도 더 친한 관계면서 서로 경쟁관계였을 것 같다.


초등학교 졸업후 두 친구의 삶을 자세히는 모른다. 그런데, 지금 한 친구 A는 목사이고 다른 한 친구 B는 조그만 보습학원을 운영한다. 목사를 하는 친구 A는 몇 년 전 현역 교수직을 조기 은퇴하고 교회를 개척하여 제법 많은 교우를 가진 교회로 성장하였다. 학원을 하는 친구 B는 학원 일을 곧 그만 둘 생각이며 대구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예천이란 곳에서 제 2인생을 꿈꾸고 있다.


친구A는 도시공동체를 꿈꾸고 있고, 친구B는 농촌공동체를 꿈꾼다.

친구A는 개신교 목사이고, 친구 B는 성당에 다닌다.

여러 면에서 둘의 삶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내가 이 친구들을 좋아하게 된 것은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데 있다. 친구A는 안정적인 정년직 교수생활을 접고 늦은 나이에 고생길이라는 교회 개척을 시작했다는 것과 그리고 우리나라의 도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던졌다는 것이 나를 감동 시켰고,

친구B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촌으로 들어가 무너져가는 고택을 일으켜 세우고 버려진 각종 집기나 비품들을 모아 사람이 숨쉬는 터를 만들어 가면서 토착민들의 신뢰 속에서 농촌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주 나는 아내와 친구 B가 있는 마을을 들러 1박을 하고 돌아왔다.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친구부부는 마치 가까운 친척이 온 양 반가워 하며 우리 부부를 맞았다. 친구 부인은 주중에는 모 대기업의 관리자 역할을 하다가 주말에 이 곳에 오면 그냥 시골 아낙네로 변신한다. 바삐 부엌을 왔다갔다 하며 주섬주섬 내 놓는 것들이 영락없이 내가 외할머니댁을 방문했을때 맛보던 시골 음식들이다. 그런 음식들 대부분을 동네 이웃들이 주었다고 한다. 친구는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도 우리들이 잘 방에 군불을 넣는다고 들락날락 한다. 마치 외삼촌이 조카들 방을 따뜻하게 해주겠다는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친구는 주말만 되면 이 곳에 와서 천 평 가까이 되는 고택 청소도 하고 새롭게 기거할 집과 방문객들을 위한 카페로 짓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을 지키고 있는 개먹이도 준다. 그리고는 시골 성당봉사를 위한 준비를 한다. 우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다음 날 성당에서 반주할 음악을 듣느라 바쁘다. 성당교우들이 대부분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자신은 성당에 가면 청년에 속한다며 여러가지 봉사를 담당한단다. 성당교우들을 위한 영화상영도 친구 담당이다. 다음 날 방문한 성당에서 본 두 부부는 정말 성당의 큰 기둥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확고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노인은 우리 친구를 가리키며, "우리 성당에 보배여, 보배"라고 한다.


불과 2년 남짓, 그것도 주말 만의 동행으로 우리 친구는 농촌과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친구는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농민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정기 간행물을 출간하고 영로재(친구 집터 주변이 백로 서식지라서 지은 이름이라 한다)로 이름 지은 자신의 집터에서 공연을 기획하는 등... 농촌공동체로의 다양한 기획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꿈을 실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의 도전의 길을 지켜보는 나는 내내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상경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두 친구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친구A는 교회공동체를 만들어 도시마을 사람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함께 하는 삶을 통해 경쟁과 생존으로 찌든 도시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있고, 친구B는 농촌과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이들의 꿈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든지 나는 이들을 응원하며 지켜볼 것이다.


한 푼이라도 더 가져 좀 더 안락한 생활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자본주의의 진흙탕 소굴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실천으로 장미같은 미래를 일궈내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과거에 집착하는 삶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지만 도전적인 삶을 택한 두 친구의 선택이 부럽다. 그래서 그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젠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한 친구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동참하고 있을 나를 그려보며 늦게 결합한 우정이 더욱 피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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