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깨야겠다
"아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뭘 물어봐도 대답고 잘 안하고, 앞으로 뭘 하고 살 건지 계획도 없는 것 같고..."
아들을 가진 지인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딸들도 비슷하겠지만 아들만큼 무뚝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둘 다 아들이라 더욱 더 그런 느낌을 갖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들들과 속 시원히 터 놓고 얘기한 기억이 별로 없다. 지금은 둘 다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아들들이 아빠에게 상냥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주위에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기 아들이 말이 너무 없거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부모가 무슨 말을 해도 무뚝뚝하게 한 마디 하고는 휑 나가 버리거나 방 안에 쏙 들어 가버린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도 그냥 별 답이 없다. 저렇게 살다가 어떻게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이상의 나이를 먹은 아들이 부모에게 친절한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여전히 친절하다면 둘 중 하나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마보이로 키웠거나 자녀의 의식성장이 더디거나.
전혀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성장해서도 부모, 특히 아빠에게 친절한 경우는 열에 하나 정도가 아닐까 싶다.
부모입장에서 보면 세상의 아들들이 항상 무뚝뚝 하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저렇게 해서 제대로 세상 살기 힘들텐데 걱정이 많다. 무언가 조언을 하려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단답형으로 말하고 자기 할 일을 한다. 자기 방에서 자기만의 뭔가를 한다. 우리 집의 경우는 여전히 게임에 죽기살기로 몰두 한다.
그런데, 그런 무뚝뚝한 아들들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나 자신이 속한 회사, 써클, 학교, 교회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상냥할 뿐 아니라 유머도 있고 아주 활발하게 말도 많이 한다고 한다. 처음에 그런 얘기를 들을 때는 괜히 그런가 싶었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러 번 그런 얘기를 듣다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또 실제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이 발견 되기도 한다.
나의 그 때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아들들과 비슷했던 것 같다. 부모에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이 그냥 무뚝뚝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내가 다 알아서 할텐데 왜 자꾸 간섭이냐는 듯이 행동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 아들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나는 학교에서는 써클 회장도 하고 친구들에게도 곧잘 재미있는 얘기를 해서 좌중을 웃겼던 것으로 안다.(이건 내 기억이라서 그 당시 다른 친구들의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리고 부모 못지 않게 나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할 뿐 아니라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럴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는 것 같은 그 아들들의 머리 속에서도 내가 그때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과 같은 과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부모에게 내색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내색한다고 해서 부모가 정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현재와 자녀의 현재는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섣불리 조언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인생은 온전히 아들 자신의 인생이기 때문에 맡겨두는 것이 맞다. 본인이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할때까지...
아무리 그렇더라도 계속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나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동안 매주 두 아들과 아내와 같이 가족회의를 한 적이 있다. 사회자와 서기는 번갈아 가면서 하고, 특별히 주제가 없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무뚝뚝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다시 서울로 발령나서 흐지부지 되었지만 이와 같은 시도를 통해 계속 자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아들들이 정말 힘든 순간에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아들들이 무뚝뚝한 것은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도 세상의 아들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빠와 엄마는 가끔 너희들의 '다정하고 친절한 애교'를 기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