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대한 소고
"사람은 많다는데 정작 우리 회사에 쓸 사람은 없다. 그리고 사람을 뽑아 놓아도 조금 알만 하면 금세 그만 둬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마지막에 근무한 직장은 대기업이긴 했지만 중소기업의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이었다. 근무여건이 중소기업과 비슷하거나 못한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힘든 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급여수준이 대기업의 70%미만이고 복리후생은 대기업 못 미치며 교육시스템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늘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다. 기껏 사람을 확보해도 얼마 있지 않아 그만 두는 경우가 많고 어느 정도 경력이 되는 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주는 큰 규모의 직장으로 옮겨 버린다는 것이다.
매체의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실업이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가 될 정도로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내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아들 얘기나 지금 몸 담고 있는 직장의 분위기를 바라보면서 그런 상황을 중소기업이 자초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중소기업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대기업을 벗어나 중소기업에 몸 담으면서 바라본 느낌으로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에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사람을 키우기 보다는 사람을 붙잡고만 있으려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심지어 100대 1의 경쟁률이 흔할 정도로 대기업과 공기업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이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자신의 적성 때문이지 그 기업이나 기관의 처우 문제로 이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급여와 복리수준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기업에 근무한 경력을 갖게 되면 어떤 일(JOB)을 했느냐 이전에 기업브랜드를 내세워 다른 기업으로 옮기기도 유리하고 또한 대기업에서는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도 잘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기업에서 일해보면 지금 대학생들이 열심히 쌓고 있다는 다양한 스펙이 필요한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고도의 전문분야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정도 전문 분야라 하더라도 1년 정도 집중적으로 익히게 되면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는 매년 쌓여지는 경험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의 숙련도가 증가할 뿐 업무지식이 크게 증가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기업에는 아주 우수한 인력이 수 년 씩 투입되어야 익힐 수 있는 일들도 있겠지만 이런 분야의 일은 10% 미만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보면 기업에 실제 필요한 90% 정도의 인재는 세상에 널려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일본의 일본전산이라는 회사는 10명 규모의 기업초창기 시절,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때 우수한 대학과 좋은 스펙을 가진 신입직원들이 지원하지 않자 일반지원자를 대상으로 밥잘먹고 목소리 큰 직원이나 달리기 잘하는 직원들을 뽑아서 육성해 키웠는데도 오늘 날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한다고 가정해 보면 인력시장에 사람은 넘쳐 흐른다는 것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중소기업 규모의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을 뽑아서 육성할 의지가 없거나 그 육성된 사람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버릴까 두려워서 육성하기를 꺼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교육훈련을 통한 육성보다는 '의리'를 강조하며 인간적인 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붙들어 두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에는 교육이 필요없다. 교육을 해서 애써 키우더라도 어느 정도 일하게 되면 조금이라도 더 급여를 주는 회사로 가버린다. 그리고 직원들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직원수준이 그렇게 안된다."
중소기업 관계자의 이 말은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서는 지금의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관리자는 직원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떠날 사람을 대하게 되고, 직원들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생길 수가 없다. 빨리 배울 것 배우고 더 좋은 회사로 옮기겠다는 생각만 갖게 된다.
이런 회사의 조직 분위기가 역동적이며 활기가 생길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런 회사는 성장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유지에 급급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은 더더욱 이탈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성장하면 윗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그 자리가 비전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정체된 회사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윗 사람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는 매년 그대로여서 힘이나는 직장생활을 유도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에 있는 중소기업의 수장이라면, 우선 직원에 대한 자신의 태도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직원은 언젠가 떠난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들이 기분좋게 떠날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 최선을 다해 그들의 육성을 돕고 최선을 다해 그들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 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직장에 있는 동안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만들고 최선을 다해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마도 지금의 인력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일본식 이자카야 주점과 총각네야채가게의 성공스토리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 두 회사의 종업원이 대기업의 처우나 대기업의 복리후생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들이은 종사하고 있는 일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품위있는 직업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술집 서빙직이고 야채판매원에 불과한데도 어떻게 이들은 자기 회사 일처럼 열정적으로 일을 하게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는 말이다.
그들 직원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할까? 자기가 하는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근사하고 멋진 직장이라 하더라도 내 일이라 생각되지 않으면 열정을 쏟아내게 하기 어렵다. 나도 열심히 하면 이자카야 X호점의 사장이 될 수 있고, 나도 열정을 다하게 되면 총각네 야채가게 X호점의 사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장이 될 준비를 하는데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신의 일처럼 열정을 다해 일하게 되는 것이다.
내 직장이 아닌데 내 회사처럼 일하게 할 수 있는가? 이것은 가설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지도 모르겠다. 엄밀히 따져보면 분명히 법적으로 자신의 직장은 아닐 것이다. 주식회사에서 자신의 직장처럼 느끼게 해주는 방법으로는 우리사주를 주어 그렇게 하거나 자신이 낸 실적에 연동하여 보상이 이루어지게 하거나 자신이 열심히 일하면 나도 그런 회사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는 확신이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일자체에 보람을 느껴 열정을 다하게 하는 방법 등을 생각 할 수 있다.
이런 방법 중 중소기업 입장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열심히 하면 누구나 이와 유사한 회사를 만드는데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는 전제하에 직원들을 열심히 육성하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
우선 직원을 회사에 대해 고마움과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실제로 다른 회사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되면 회사가 손해를 보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게 나가버린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열심히 하지 않다가 다른 회사로 간다거나 다른 회사를 만들어 가는 것 보다는 이익이다. 왜냐하면 자기 회사에 있는 동안 열심히 했기 때문에... 또, 그렇게 해서 나간 직원이 경쟁회사에 가거나 회사를 만들어 경쟁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나쁜 관계 속에서 나간 직원의 경우보다는 자사에 더 우호적인 관계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직장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회사는 더 활력이 넘치고 직원들은 더 열정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성장의 결과로 그 직원들의 자리도 많아지고 처우도 더 높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직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인력을 유지하게 되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능력이 있어 새로운 업체를 만들어 나가는 직원들에게 창업을 도와주는 대신 자사의 브랜드를 사용하게 하고 매출의 일정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면 시장 내에 가족회사 그룹을 형성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키워온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게 된다.
월호스님이란 분은 "놓아야 비로소 얻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중소기업 인재육성의 핵심은 "놓는다"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 가면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상의 생각은 내가 직접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체험한 결과가 아니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사람이 움직여지는데는 자신이 주인공 될 때라는 기본 원칙에는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적은 글이니 감안해 읽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