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변하는 것
나는 소통과 성장이란 주제로 이야기 할 때 우리 부부의 예를 많이 든다.
우리 부부는 결혼사진이 거의 없었다. 결혼 후 10년간 싸우면서 아내가 찢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 복수(?)방법으로 아내의 심리적 피신처였던 성경책을 찢었다. 이렇게 우리는 신혼 초부터 시작한 전쟁이 거의 십 여 년 지속되었다.
그래서 요즘 신혼부부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이해가 안가는 측면이 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처음부터 저렇게 서로를 챙겨주고 이뻐해 줄 수 있을까? 겉으로만 그런 척 하는게 아닌가?" 우리 부부의 신혼 모습과는 딴 판이기 때문이다. 수 년간 연애 끝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일주일도 안되어 싸우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싸웠을까? 기본적으로는 서로 다른 자기만의 틀(frame)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우리 부부는 싸울 수 밖에 없는 배경을 가지고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 아내는 전라도 쪽이었고 나는 고지식한 경상도 사람, 아내는 독실한 기독교집안이었지만 나는 유교집안에다가 아내는 졸업을 한 달여 앞둔 채 결혼했는데 그 당시 아내는 부모를 여읜 상태에서 오래 동안 혼자 지내온 상태였다. 결혼 후에는 집에서 남편의 퇴근만 기다리는 입장의 신혼생활이다 보니 더 다툼이 많았던 것 같다. 었다.
게다가 그 당시 나는 전통적인 한국 사회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생각인, 여자란, 빨래 잘하고 밥잘하고 청소 잘하고 애 잘 키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도 인정하지만 아내는 그 부분에 별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다.(요즘 와서 살펴보면 앞에 예를 든 그런 것을 잘하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소한 살림살이 문제에서 부터 종교문제, 육아문제 등으로 늘 갈등 속에 10년을 보냈다. 결혼 10주년인 날도 아내와 대판 싸운 기억만 남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평화가 찾아 왔을까?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좋은 반려자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내 생각이 조금씩 성숙해 가면서였던 것 같다. 결혼생활의 연륜이 깊어지고 아이들도 커가면서 서로를 아무래도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은데 이도 결국 나의 의식성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인철교수가 쓴 '프레임'이란 책을 비롯한 여러 책을 통해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과 사람에 대한 지혜를 얻게 된 것도 내가 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꼭 프레임이란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곤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결혼한 당사자끼리 서로에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스스로 성장해 가면서 바뀌어 나갈 뿐이고 나의 그 변화에 상대는 따라 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냥 내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나가는 것 이외에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게 내가 30여년을 같이 살면서 내린 결론이다.
아무튼 지금은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혼 사진은 필름을 몇 줄 찾아서 다시 인화를 해두었다. 그리고 그 필름은 다시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곳에 단단히 숨겨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