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프레임을 조작하다가...

똥고집으로 늙어가지 않을 지혜를 배운다

by 이원희


나는 사진을 잘 찍고 싶기는 하지만, 휴대폰을 이용하여 연출하는 사진기술 밖에 모른다.

어느 사진작가의 강연에서 들었는데, 요즘은 휴대폰 사진기 기술이 발달되어 휴대폰 만으로도 90%이상의 사진기술 연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사진을 예술로 분류하는데는 조금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작가들의 사진이 더 멋있고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통해 순간을 포착해 놓은 피사체가 예술이라고 하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금도 여전히 사진기술을 더 익히고 싶고 그 깊은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기 때문에 그 후에는 다른 얘기를 할 것 같지만, 현재는 그렇다. 사진예술가들이 보면 경을 칠 일이지만, 하수들의 치기어린 얘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주기 바란다.


아무튼 요즘처럼 사진기술이 대중화 된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자동카메라의 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과거 수동카메라에서 사람이 해야할 역할의 대부분은 기계가 다 알아서 하고 우리는 빛의 방향이나 촬영시점과 프레임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다. 특히 나의 경우는 빛의 방향과 프레임 그리고 플래쉬를 터뜨릴지 여부만 잘 적용하면 다른 사람 보기에 근사해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우리 말로 창문틀을 얘기할 때 쓰이는 '틀'이다. 내가 사진 찍을 피사체를 어떤 프레임 속에 넣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피사체의 주인공을 부각 시킬 수도 있고 피사체를 주위 환경에 동화시킬 수도 있고 피사체 주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감출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이 의도했던 대로 프레임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프레임에 의해 그 사진을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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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쓰레기 더미 옆에 아름다운 꽃밭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그 쓰레기 더미를 넣어서 꽃을 표현할 수도 있고, 감쪽 같이 쓰레기 더미는 숨긴채 아름다운 꽃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꽃 한 송이만 부각하고 나머지는 흐리게 처리할 수도 있다. 어떻게 프레임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카메라가 사람처럼 편견을 가졌다면 한 가지 프레임만 고집할테지만 다행히도 카메라의 프레임은 사람이 결정한다.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 틀도 프레임이라고 한다.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르고 어떤 사물에 대한 느낌이 다 다른 것도 자신만의 고유한 틀로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생각한다. 카메라의 프레임을 생각해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자신과 같은 프레임으로 사물을 보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사람의 프레임은 카메라의 프레임보다 유연성이 못할 수 있다. 카메라의 프레임은 앞에서 설명한 것 처럼 자신의 뜻대로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내 마음에 드는 프레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떤 때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라나는 강인한 잡초를 프레임으로 잡을 수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쓰레기 더미는 잘라내고 잡초 속에서 자는 자그마한 생명을 클로즈업 하여 표현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잡초의 한 가닥 만을 하늘 배경으로 찍어 잡초의 고고함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카메라의 프레임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내 뜻대로 굉장히 유연하게 발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게 쉽지 않다. 자신이 성장하면서 받아들인 지식, 경험과 생각들로 인해 형성된 고유한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이 프레임은 공부를 더 하고 덜하고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공부를 더하게 되면 보다 넓은 세상의 모습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프레임이 더 넓고 유연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자신이 아는 특정지식에 매몰되면 그렇다. 나머지는 다 틀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를 덜한 사람보다 못할 수도 있다.


반면에 의식성장이 뒷받침 되면 달라진다. 사람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 수도 없거니와 경험해 볼 수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양한 영상물이나 책과 같은 매체, 그리고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 다른 세계을 알게 됨으로써 자신이 가진 프레임을 넓혀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의식성장이 뒷받침 되어야 그 프레임이 유연해진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프레임으로 본 생각을 조심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카메라를 잘 다루더라도 카메라 조작만으로는 연출할 수 있는 프레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람의 프레임은 의식성장 여하에 따라 그 넓이와 응용 가능성은 무한대로 변한다. 반대로 고정된 몇 개의 프레임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똥고집으로 늙어가는 노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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