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인사 시대

벌크인사는 지양하자

by 이원희

작년 연말을 지내면서 나는 1년을 지내는 동안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을 한 분씩 정리하면서 감사 문자를 보냈다. 한 사람 씩 한 사람 씩 생각하면서 문자를 보냈다. 개중에는 같은 내용으로 보낸 사람들도 간혹 있었지만 일단 이름이나 호칭을 적고 내용을 시작했기 때문에 개별적인 인사를 한 셈이다. 그렇게 해서 받은 답장율은 90%가 넘었다.


연말 연시에 이어 설날이 되면 또 문자가 오가기 시작할 것이다. 요즈은 문자와 더불어 카톡문자에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어 훨씬 더 감정 표현을 잘 할 수도 있고 의미있는 문자로 인사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보내는 순간 바로 수신할 수 있어 자신의 인사를 리얼타임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참 편리해 졌다.


내가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보내기 전에 먼저 문자가 오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는 후배들이거나 직장에서 협력관계에 있었던 분들의 문자이다. 정성껏 보낸 반갑고 고마운 문자도 있지만 그냥 일률적으로 PC를 통해 한꺼번에 발송했다는 느낌이 드는 문자도 있다. 그런 문자에 대해서도 나는 정성껏 개별 답장을 한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상대로부터 다시 문자가 온다. 그냥 한꺼번에 보낸 문자에 답장이 오니 당황(?)해서 답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많지는 않지만 발신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문자가 오기도 한다. 직장에 있을때는 직장 전화번호부 DB를 검색해서 확인되면 저장해 두고 답장을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안나오는 경우는 방법이 없다.


나도 과거 일괄적으로 서너 가지 패턴의 인사말을 한꺼 번에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답장율은 10%에도 못미쳤다는 기억이 난다. 답을 한 사람도 후배들이나 직장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분들 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것을 보면 기계적으로 작성되는 문자에도 그 사람의 정성과 의미가 어느 정도 표현되는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그런 식의 무성의한 문자인사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문자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만이라도 빠짐없이 답변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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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문자에 답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대개는 높은 직위에 있는 분들이다. 너무 바빠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너무나 많은 문자인사에 답이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도 자신 입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에게는 분명히 답을 했을 것이다. 그 분의 입장에 되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무리 힘들고 바빠도 간단한 답이라도 하는게 맞다고 본다. 왜냐하면 문자를 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적으로 보낸 문자였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과거에는 연하장이나 편지와 같은 것을 이용해서 인사를 했다. 이때도 정성을 담는 측면에서는 문자시절과 비슷하다. 정치인이나 기업대표와 같은 분들은 만들어진 연하장이나 카드 그리고 편지에 서명 만 해서 보낸다. 어떤 경우에는 서명도 하지 않고 서명까지도 인쇄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그 카드나 연하장이 아무리 멋있고 이뻐도 받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보내는 정치인들의 문자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보내는 문자도 자신의 이름을 상기시키는데는 조금은 도움이 되니 그랬을 것이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한편, 매년 일출광경을 찍어 직접 카드를 만들어 자신의 인삿말까지 적어 보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카드는 쉽게 버릴 수가 없다. 그 친구의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일년내내 책상 위를 지키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또 그 친구의 카드를 기다리게 된다.


이렇듯, 어떤 식의 인사를 하든 개개인에게 의미있는 인사여야 한다. 유명인이 수많은 사람과 악수할때 나와 악수하면서 눈은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과 같은 그런 무성의한 인사는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뿐이며 괜히 헛수고를 하는 셈이 된다. 한 장을 써서 보내더라도, 문자 한 개를 보내더라도 개개인을 생각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성해서 보낼때 의미가 있고 그 정성이 전달된다.


문명의 발달로 사람을 대체하는 기기로 인사가 메말라 가지만 그 사람의 정성까지 메말라 가서는 안된다. 내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 문자와 그 사람에게 집중하여 보내는 문자가 상대에게 다르게 다가오는 것 처럼, 문자 하나도 내가 기울인 정성 만큼 상대는 반응한다. 그것이 진정성이다. 그 진정성은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다가오는 설날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문자로 인사를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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