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잃는다는 옛날 말이 맞더라...
요즘은 연대보증제도도 없어지고 보증보험 제도가 정착되어 보증 서는 일은 거의 없어지고 친인척간 빌려주고 받는 거래도 줄어 든 것 같은데, 과거에는 친구나 친척 간에 보증을 서는 일이나 돈을 빌려주는 일이 빈번했고 그로 인해 서로 어색해지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줄곧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해 오다 보니 친구나 친척의 보증대상 타겟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요청이 오면 늘 힘들었던 것 기억이 남아 있다. 그 대상은 친구에서부터 친인척 그리고 직장 상사까지 있었다. 그 누구의 부탁에도 거절하게 되면 관계가 어색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그 상대가 상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찜찜함을 무릅쓰고 부탁에 응하게 된다.
돈을 빌려 달라거나 보증을 써 달라고 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아마도 굉장히 힘든 상태에서 요청했을 것이다. 또한, 빌려주기만 하면 은혜를 잊지 않을 뿐 아니라 사정이 나아지면 바로 갚을 생각을 하고 그런 부탁을 했을 것이다. 그런 긴박한 상태와 그런 진정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서 주거나 빌려주게 된다.
그 결과는? 예상하는대로다. 처음엔 곧 상황이 나아져 갚을 거란 희망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사라져 가고, 나는 그 금액이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된다. 처음엔 보증을 섰지만 상대가 신용불량자가 되면 보증 쓴 내가 채무자가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빌려간 사실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 기억에는 지워지지는 않는다.
빌려주거나 보증을 섰던 사실이 이제는 과거 얘기이고 기억에도 가물 가물하지만 내가 상대의 부탁을 못들어준 경우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 어색해진 것 같다.
우선 내가 거절한 경우는 대상 금액이 너무 높거나 평소가 관계가 깊지 않던 친구나 지인이 요청하는 경우다. 그런 친구나 지인들은 지금도 만나는 경우가 있지만 어색해졌다. 아무리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만나는 순간, 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아마 상대는 잊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청과 거절이란 과정이 일단 일어나면 무조건 이전 관계보다는 못하게 된다.
두번째로 여전히 갚지 않은 상태에서 흐지부지 된 경우다.
대체로 친척이나 친구들이 그 대상인데, 지금도 만나기는 하지만 역시 어색하다. 어떤 경우는 돈을 빌린 사실 조차도 없었던 것처럼 여기는 것 같아 그 모습에 더 힘이 들기도 한다. 만날때 마다 역시 그 모습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이전처럼 자연스런 관계 형성이 어렵게 된다.
이상에서와 같이 돈을 빌려주던 거절하던 모두 어색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최근 과거에 큰 보증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친구 한 사람을 20여년 만에 만났다. 당시 나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보증을 부탁해서 난감해 하며 거절했었다. 지금 만나 그 때 미안했다고 얘기하니 그 친구는 "내가 그런 부탁을 한게 잘못된 거지..."라면서 자신이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마음이 홀가분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친한 관계일수록 돈거래는 치명적이다. 차라리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는 잊어버려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