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자랑도 때가 있다
어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지?
자동차가 부와 성공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현재는 대중적인 차가 되어버린 검은색 그랜저만 타고 나타나더라도 성공한 사람으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지금도 좋은 자동차로서 자신의 부는 뻐길 수 있어도 성공을 의미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람보르기니와 같은 외제차로서 자신의 부를 드러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공기업에서의 성공한 사람은 각 기관에서 나오는 국산차를 타기 때문에 외제차를 탄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리에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지, 갑작스런 부의 축적이나 돈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구입하거나 부모의 도움으로 외제차를 탄다 하더라도 그것을 성공한 사람의 상징으로 보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큰 사업을 성공하여 좋은 외제차를 타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은 충분히 인정받고 존경받아야 할 것이지만 우리 사회는 유독 어떤 결과의 부의 형태로든 부의 결과로 나타나는 상징에는 인색한 것 같다.
최근에 이런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동차 오픈 마켓인 SK엔카닷컴에서 2개월간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된 매물의 클릭수를 집계하여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대는 중형차, 30대는 대형차, 그리고 40대 이상은 SUV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 내용을 보도한 측은 저유가의 영향으로 젊은 사람들도 중대형차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20대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소형차인 모닝이나 엑센트와 같은 차를 선호하고 4,50대에서는 제너시스나 에쿠스와 같은 대형차를 선호해야 하는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나는 이것도 의식성장과도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어렵게 가정을 꾸린 탓에 친구들 보다 조금 늦게 운전을 했다.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결혼을 하며서 자녀를 갖게 되면서부터 자기 차량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부분 소형차를 구입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차량의 등급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은연 중에 차량 등급이 자신의 현재 직장에서의 위치와 부의 정도를 나타내듯이 모임이 있을때면 친구들이 타고 오는 새로운 차가 관심이 되곤 했다. 그 때는 아무리 먼 곳에서 만나도 친구들은 손수 운전해서 내려왔고, 상대적으로 좋은 차를 가진 친구들은 더더욱 보란듯이 차를 끌고 내려 왔다.
그런데, 어느 시점인가부터는 차를 가지고 직접 운전해서 내려오는 친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차량 선택도 위의 조사내용에서처럼 실속 위주로 바뀌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차량을 구입해서 타더라도 굳이 가지고 오려고 하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던가 차라리 택시를 이용한다. 실제 좋은 자동차를 타고 오더라도 친구들도 이제 크게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뿐 아니라 원래 사람의 삶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조금 알게 되면 자기 아는 것을 말 중간에도 끼어들어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이 되면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얘기하다가 지쳐서 돌아볼때쯤 천천히 자기 말을 한다. 이렇듯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도 사람의 의식성장과 비슷하다고 하면 무리일까?
나의 해석에 의하면 20, 30대에 중대형차를 원하는 것은 그 나이 또래에는 뭐든 동료보다 더 빨리 가고 싶어하고 외형적으로 더 나아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가 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런 마음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변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차를 타는게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타는 차로 바뀌게 되고 보다 실속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더라도 의식적으로 비싼 차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적인 성장을 하게 되면 자랑이라는게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자랑해서 나오는 인정은 진정한 인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저절로 풍겨져야 하고, 내가 자랑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나를 부러워 할때 만이 진정한 인정이 되기 때문에 외형적인 자랑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좋은 빽에 대한 집착(?)이 있다면 남자들은 좋은 자동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더 좋은 자동차가 보이면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제는 회사 건물 밑에 있는 기아자동차에 전시되어 있는 신형 K7이 업그레이드 되어 눈 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오늘 아내에게 "여유가 되면 저 차 한번 타게 해주라..."라고 얘기해 봐야겠다. 나의 성장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