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병들어 간다
모르는게 약이다.
다 알면 좋겠지만, 어떤 때는 모르는게 약일 때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알기도 불가능 하거니와 알아서 괜히 불편할 거라면 모르는게 더 좋을때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우리들에게는 어차피 다 알 수도 없는데 그냥 적당하게 묻어지내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이 진실을 이야기 할 때도 애써 눈감으며 내가 알고 있는 것 만으로 만족하려고 애쓸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상대에 대한 자존심 문제도 있거니와 더 깊은 심연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는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해서 그렇다.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진실 중 하나다.
우리들의 단백질 공급원은 대부분 그 동물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늘 가까이 지내면서 기르던 닭이나 돼지 그리고 개와 같은 가축들은 식탁에서 마주 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내가 사육과정이나 가공과정을 지켜 보지 못했던 마트의 돼지고기, 닭고기에는 아무 느낌없이 그냥 단백질로 대한다.
신영복선생의 담론을 읽다가 마주친 맹자의 곡속장에서 인용한 예화다.
인자하기로 소문난 제나라 선왕이 소를 끌고 가는 신하에게 묻기를, "그 소를 끌고 어디로 가느냐?" "혼종하러 갑니다" 혼종이란 종을 새로 주조할때 소를 죽여서 목에서 나오는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이다. 이때 소가 벌벌 떨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선왕이 그 소를 놓아주고 대신 양으로 바꾸어서 제를 지내라고 한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을까? 란 의문에 신영복 선생은 '본 것'과 '못본 것'의 차이로 설명한다. 옛날 푸줏간을 멀리한 까닭도 그 비명 소리를 들으면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할까여서 라고 한다.
이렇듯 사람은 가까이 있어 알고 있는 것과 보이지 않아 모르는 것의 차이에 의해서 엄청나게 다른 의사결정을 한다. 그 대상이 생명과 관련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여기에 그림이 하나 있다. 이것이 무엇을 하는 장치인지 맞춰 보시라.
위에 보이는 통들은 새끼 송아지가 어미 소에 잠깐 있다가 떨어져 들어가는 곳이고, 이 곳에서 꼼짝없이 갇혀 6주간 키워져 인간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송아지고기로 키워져 도축 당한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여주고 설명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인간이 참 잔인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장치를 알기 전에 우리들은 근사한 장소에서 부드러운 송아지 고기를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앎과 모름에서 나오는 태도의 차이다.
우리가 즐기는 소고기는 어떤가? 마블링이라 해서 붉은 고기덩어리에 흰결이 적당하게 있는 것을 최상등급 고기로 치고 굉장히 비싼 대가를 치르고 특별한 날에 그런 고기를 즐긴다. 그렇지만 그 마블링이 적당히 들어간 고기를 만들기 위해 소를 일부러 살찌우게 하는 사실은 잘 모른다. 또한, 이러한 고소한 지방덩어리를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 지구상의 상당한 사람의 식량인 곡물이 소먹이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도 모른다. 광활한 들판에서 목초만 먹고 자란 소는 그런 맛있는(?) 소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덕택에 북반부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결장암, 유방암, 당뇨암과 같은 풍요의 질병을 가지고 살아간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따르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을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고, 반면 거의 10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놓여 있다고 한다. 소단백질 1키로를 공급하기 위해 곡물20키로는 소요된다고 한다.(학자들은 이를 가축의 ‘단백질 전환율’이라고 부르는데, 소의 단백질 전환율은 돼지의 절반, 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은 1인당 연간 98㎏의 육류를 먹는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인들이 모두 미국인처럼 고기를 먹을 경우 지금의 곡물 생산량으로는 26억명 만 부양할 수 있다. 소고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증가할 수록 건강상 문제 뿐 아니라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어, 인간이 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소가 인간을 먹어치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구상의 굶주림으로 허덕이는 10억은 내 곁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마블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내게 직접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이런 구조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즐기는 쇠고기를 반으로 줄인다면 아니면 맛없지만(?) 건강에 좋은 쇠고기를 생산하겠다는 결심만 하더라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상당수의 빈국들은 그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교하게 돌아가는 자본주의 가치사슬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엄청난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구조에 점차 길들여져 가게 된다. 그리고 우리 지구는 그렇게 병들어 간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내용을 알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내일 부터 마주칠 소고기를 맛있게 먹는데 지장이 생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