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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Jul 01. 2016

객관적인 학점부여는 없다

그래서 더욱 관계가 소중하다


나는 올해 처음으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학기 수업을 하고 성적까지 처리하여 학교에 넘겼다.

학생들 성적 처리를 하면서 나의 대학 시절 평가받을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평가 받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보리라고 결심하면서 성적을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학생들 성적은 출결20, 중간고사 대체 레포트30, 조별 프리젠테이션10, 기말고사30, 그리고 교수평가 10점으로 진행되었다.


함께 공부하며 부대끼던 학생들을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직장생활 하면서 상대평가에 늘 익숙한 편이지만 상대평가는 늘 어렵다. 과거처럼 상사나 교수가 부여한 점수가 일방적인 권위를 갖는 분위기가 아니고 평가받는 피평가자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학점이 스펙 중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납득하기 힘든 학점을 부여하기 어렵다. 나는 끊임없이 소통하는 방법 밖에 다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점수부여 과정을 객관화 하려고 했다.


가 채점한 내용을 미리 통보해서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을 비롯해서, 성적을 입력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 이름이 같은 학생의 성적이 바뀌지 않았는지 몇 번 씩 확인한 뒤 합산하여 순위를 매기고 학점을 부여하고 나니 문제점이 생겼다. A등급을 받은 사람과 B등급을 받을 사람의 경계에 있는 사람과 B등급과 C등급을 받을 경계에 있는 학생 5, 6명 씩 0.1, 0.2점 사이로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내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주관적으로 채점해온 점수의 1,2점 차로 학생들의 성적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교수평가 10점을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의 등급을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니 엄청난 부담감이 몰려 왔다.


그래서 우선 교수평가 10점에 대한 차등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9점은 기본 점수로 하고 1점을 가지고 차이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등급 경계에 몰려 있는 학생들의 시험 채점을 다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험지를 들고 다시 채점을 해 보니 그 당시는 최대로 객관적으로 부여했다고 생각했던 점수들이 나의 주관에 이런 점수를 줄 수도 있고 저런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정답이 아닌 답들도 시험 답안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학생들이 그 답안을 썼을때의 의도까지 반영하다 보니 자꾸 점수를 더 주는 쪽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자 이렇게 하다가는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주관식은 채점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점자의 주관이 들어간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은 늘 객관적인 것을 요구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한 부분들은 사람의 주관에 의해서 결정될 수 밖에 없는 이치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세상의 일들은 객관적으로만 움직일 수 없는 부분이 항상 존재한다. 같은 값일 경우는 물론이고 비슷해 보이거나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주관에 의해 결정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A등급을 받는 학생들과 C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등급 간의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주관에 의해 등급이 결정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관계가 중요하다. 주관에 의해 채점된 상당 부분은 나와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비롯한 나의 주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주관이나 선입견에 의한 결정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강구되지만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한계가 있다. 이번 학생들 채점에서 10점 중 1점은 분명히 나의 주관에 의해서 부여가 되었고, 채점 과정에서도 상당 부분은 나의 주관에 의해서 공평하지 않게 부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성적처리를 하고 난 뒤 결심한 게 하나 있다. 앞으로는 학생이름을 가리고 채점을 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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