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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Aug 25. 2016

또, 면접

그래도 여전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면접




이제 면접 보는 일이 담담해졌다.퇴직후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될 것처럼 여겨졌던 취업이 1년이 넘어가자 쉽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면접 기회가 생기더라도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다. 최선은 다하되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면접 보러가는데... 담담해요ㅋ""담담이 제일 자연스런거예요... 좋은 경험이 또 하나 생기는거구요"


면접 가는 길에 아내랑 주고받은 문자다. 아내의 문자에서도 이제 담담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초반에는 금세라도 그럴듯한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것이 무디어졌단 뜻이다.


나는 1986년 신입 입사 후에는 거의 집단면접의 피면접자가 되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중간에 직장을 옮기더라도 주로 고급관리자로서의 1:1 면접이지 지금처럼 면접보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되는 면접을 받아본 적은 없다.  지금까지 면접관로서 수 많은 피면접인들을 평가하고 당락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어 왔다가 이제는 완전히 반대입장에 놓인 셈이다.


지금 내가 피면접인의 입장에 놓이는 곳은 주로 공직이나 학교와 같은 공적인 냄새가 풍기는 직장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곳들은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어 들러리를 설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괜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도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새로운 희망을 품고 피면접자의 자리에 선다.


보통, 이런 면접자리에 서게 되면, 피면접인들을 한 곳에 모아 대기해 두고 한 사람씩 면접실로 불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기다리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자입장이 되므로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아예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나눠준 유인물이나 면접 준비를 위해 가져간 메모만 열심히 보다가 면접을 하고 나온다. 이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피면접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면접순서와 면접시간을 감안하면 처음 면접하는 사람과 나중에 면접 하는 사람의 참석시간을 달리할 수 있을텐데 열 여명 이상 되는 사람을 한꺼번에 불러놓고 서로 어색하게 만들 뿐 아니라 마지막에 면접받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대기시간을 갖게 만든다. 또한, 면접사실이 알려지면 몸담고 있는 조직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입장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는데도 이런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




면접장에 들어가면 피면접인 자리가 중간에 있고, 보통 7-8명의 면접관이 고급 사무용 의자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소개를 들은 뒤 각 면접관들의 파상 질문 공세가 시작된다. 그러면 그 상황에 맞게 짧고 간결하게 답을 이어나간다. 8:1의 절대 불리한 상황이지만 피면접자들의 조건은 같다. 이를 잘 극복해야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답변을 한다.


이런 답변을 하면서 대체로는 사실 그대로 답변하지만 어떤 경우는 부풀려서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미화시켜 답하기도 한다. 물론 신뢰에 금이 갈 정도로 치명적인 답변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조직이라는게 일단 취업을 하고 나면 면접상황에서 얘기한 부분을 가지고 따지지는 않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답을 하는게 유리하기 마련이다. 나는 이 부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되면 말을 더듬거나 얼굴부터 붉어진다.


이렇게 면접을 마치고 나면 결과 이전에 엄청난 해방감을 느낀다. 마치 군 훈련병 시절 개스실에서 막 벗어난 느낌과 같은 해방감이다. 대신 피로감이 엄습한다. 면접을 잘 받은 느낌이든 그렇지 않든 피로감은 밀려온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담담해 졌다는 말은 틀렸다. 익숙해졌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여전히 면접을 받는 다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갖게 된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물론, 그 즐거운 일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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