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희 Sep 03. 2016

초보 글쟁이

세 번 째 책을 내다



글을 쓴다는 것, 누구에게나 쉬운 일을 아니다. 어떤사람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기도 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숙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그것도 몰아서 한꺼번에 서너 줄씩 적는 일기 이외에는 작문 수준에 해당하는 글을 써본 적이 거의없었다. 대학 졸업 후에 언론사 시험을 대비한 적이 있는데, 이때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작문시험이 몹시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태생적으로 글을 잘쓰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때를 기억해 보면, 어떤 친구들은 글짓기에 소질이 있어 대회 때마다 상을 도맡아 타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친구들에게글짓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그림 그리는데는 제법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글짓기 쪽에는 영 젬벵이었다. 몇 줄 일기 쓰는 것 조차도 힘들 정도였으니까...


그랬던 내가 이번에 세번 째 책을 내게 되었다. 제목은"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이다. 거대한직장의 보호막에서 30년 가까이 보호 받다가 기업 바깥 세상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마주하며 드는 생각들을 틈틈히 적은 글이다. 든든한 보호막은 잃어버렸지만 보호막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던새로운 성장의 기쁨을 맛보며 적은 글을 모은 책이다.  무려300페이지가 넘는다.


내용의 질은 논외로 하고, 3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기적(?)적인 사실에 해당한다. 한 페이지는 커녕 몇 줄을 적기도 힘들어했던 나였기 때문이다.



 



이글을 보면서도 알겠지만, 지금도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세련되지 않고 매끄럽지도 않은 글이지만 이런 글을 쓰는데 큰 부담이 없어졌다.그런데, 내가 쓰는 글은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글이라고 할수는 없다.  유시민작가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얘기했듯이 시나 소설과 같이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타고 나야 하는 것 같다. 이건 노력으로는 힘들다. 



 



그렇지만 노력을 하면 누구가 잘 쓸 수 있고 실력이 느는 글들이 있다. 직장에서 보고서를 쓴다거나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것과 같이 글의 체계와 논리를 갖추어야 하는 글이 그렇고, 나처럼 자신의 일상을옮긴 글과 같은 에세이도 노력하면 문학적 소질이 없어도 늘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내가 주로 쓰는 글은 그냥 내 생각과 느낌을 일기 쓰듯 써내려 가는 글이다. 글을 잘 쓰든못 쓰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은 있다. 그 생각을 적어내려 가는 노력을 하다보면 보면 자연스럽게 글이 되는데, 억지로생각해서 글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적어내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주의할 것은, 나의 생각과 다른 글을 쓰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낼때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갈등을 겪으면서 살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면다른 사람도 그 만큼 공감해 주게 되고 그런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는 자신의 의식성장과 닿아 있다. 책을통하든 명상을 통하든 의식성장이 일어나면, 자존감이 커지게 되고 다른 사람의 시각에 의한 두려움에서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더 많이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다른사람의 입장을 잘 헤아리면서 글을 쓰니까 또한, 공감을 얻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생각에 의한 글을 쓰려고 하면 자꾸 막히게될 뿐 아니라 남의 생각을 갖다 놓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글의 흐름이어색하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글이 된다. 거꾸로 의식성장이 이루어지면 자신의 생각을 억지로 조작할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글의 흐름도 매끄러워진다는 뜻이다. 내 글이 여전히 자연스럽지않고 매끄럽지도 않고 공감을 얻기도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의식성장이란 이론적으로 안다고 이루어지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정리되지않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 글을 쓸 때 착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글감들이 생겨나게되고,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이 정리되기도 한다. 마치 우리들이운동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우왕좌왕 하다가도 한 사람의 기준이 정해지면서부터 오와 열이 정리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예를들어, 이명박 정부시절에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사업이 녹조 피해, 환경 문제등으로 잘못되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홍수피해를 막는 등 잘했다는시각도 공존한다. 이런 양 쪽의 시각에 대해 혼란스런 입장을 가졌다가도 글을 적다보면 차분하게 정리가되면서 자신의 생각이 정립되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양측의 주장만은 명확히 정리된다.



 




다른 장점도 있다. '말'은 상대가 녹음을 하지않는 한 내가 얘기한 부분이 나중에 바뀌더라도 나몰라라 할 수 있지만 글은 적는 순간 영원히 남게되어 말바꾸기 쉽지 않다. 특히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곳에 올리게 되면 여러 사람에게 내 생각을 알리는 셈이 된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누가 나의 글을 주시하면서 내가 한 말을 실천하는지 지켜보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나와의 약속이어서 이행하지 않기 어렵다. 그래서 글을 쓰다보면 더 나은 나로 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흩어진 지식을 짜임새 있게 모을 수도 있다. 처음에 글을 쓸때에는 그 정도 깊이까지를염두에 둔 것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평소 보고 읽고 듣고 경험해서 들어있는 나의 흩어진 생각들이 말을 할때와는 달리 조합되는 경우가 많다. 글은 내가 발행하기까지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고 여러 정보를 검색하고 조합하여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읽었던 글중 좋은 내용을 말로서는 바로 표현 못하지만 글로서는 충분히 찾아서 넣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되면 나의 흩어져있는 생각들이 짜임새 있게 모여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인풋이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풋되는 만큼 아웃풋이 생기는 세상 모든 원리와 같다. 같은 인풋으로도 다른 더 많고 좋은 아웃풋을 내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적인인풋이 부족해서는 한계에 이른다. 회사에서 좋은 보고서를 쓰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실무를 더 많이 알아야 더 좋은 보고서를 쓸 수 있는 법이다. 인풋은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인데, 독서만큼 좋은 글쓰기 인풋은 찾기 쉽지 않다. 독서를 하다 보면 의식도 성장할 뿐 아니라 글감도 많아지게 되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공감받지 못하는 글은 내용이 빈약하거나, 자신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없게 쓴 글이다.  결론적으로 글은 내가 성장한 만큼 쓸 수 있고, 성장한 만큼 공감 받을 수 있다.



 



아직 초보 글쟁이지만 글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짐을 알게 된다.

내가 쓰는 이 글들은 이 다음에 보면 부끄러운 글이 될 것이다. 그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작가의 이전글 또, 면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