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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Oct 17. 2016

복권만 되면, 이 짓(?) 안한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은 사회를 그리워 하며....


"이제 좀 쉬면서 편하게 살고 싶다."


"복권이라도 되면, 내가 이 짓(?) 안한다."


 


열심히 살아온 50대 후반 쯤 되는 남성이라면 상당 수의 사람들은 한번 씩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다르게 얘기해서 50대 중후반의 직장인이 지금 당장 몇십 억의 돈이 생긴다 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란 얘기다.


 


이런 전제를 해 보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통해서 자기 실현을 해가는 존재란 말이 무색해진다. 이 말은 마치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주문같이 들린다는 말이다.왠지 그 주문에 걸려 현재 구조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조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통해 죽을때 까지 자아를실현해 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믿고 싶고 또 그런 주장도 한다.


 


한 달 정도 유럽지역의 한 곳에 머물다 온 적이 있다. 공부하러 갔기 때문에 그 짧은 기간동안 그들의 생활 실상을 깊히 느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거기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속도감은 한국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 앞의 사람들이 바삐 어딘가를향해 뛰어다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속도감이 느껴졌다. 직장생활 속에 있을때는 그 속도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하루 하루 채워 나가면서 달렸을 뿐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유럽에서 느끼는 그 느낌은 달랐던 것이다. 그들이 나이 들어서도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




 


최근에 외고에서 수위를 다투던 학생이 대학 가서도 그리고 사회 속에서도 우리의 그 치열한 경쟁 속에 들어가기 싫어서 자퇴를 하고 9급 공무원 시험을 봐서 토목직에 합격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어떤 사람은 이 기사를 보고서는 젊은 사람이 패기도 없고 도전의식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또어떤 사람은 요즘 젊은 이들은 우리들 때와는 달리 너무 편하게 살려 한다고 비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외고학생의 선택에 이해가 된다. 우리들의수명이 80은 기본이요, 90에서 100까지 이른다고 하는데, 지금 장년이 된 사람들은 30여 년 정도만 일을 했다고 한다면, 현재 젊은이들은 그 배에 해당하는 60여 년을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기간동안 불안전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엄청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고생하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스트레스가 덜한 직장을 택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비난할 수 있을까 싶다.


 


이렇게 보면, 보다 안전하게 느껴지는 직장을 선택하려는 젊은이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어떤일을 하더라도 생활이 보장되고 직업을 잃더라도 삶이 훼손되지 않는 사회안전망의 구비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위원의 한 칼럼이 뇌리에 남는다. 중국의 똑똑한 학생은 창업을 한다고 난리인데, 우리나라 똑똑한 젊은이들은 공시족 열풍에 휩쌓여 있다고. 통계청에따르면 청년 취업 대상자 65만 중 40%에 해당하는 26만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단순히 젊은이들의의식 문제일까? 박정훈위원은 젊은이들이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산업, 노동,복지, 교육등 모든 문제가 집약된 모순 덩어리의 상징이라는 사람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삶을 누릴 수 있고, 직장을 잃더라도 삶이 보장된다 하더라도지금의 50대 처럼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까 싶다. 오히려일이 없으면 자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자신의 존재감이 무너지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생존을위해서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발전과 자기실현을 위해서 원해서 하고 있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삶을 보장해 주는 안정망 속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찾아온다면, 도전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며 그 도전 속에 더 많은 새로운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자연히 지금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며,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일을 즐기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매슬로우란 심리학자는 인간의 욕구는 저차원에서 고차원으로 이동한다는데, 지금은 그가 얘기하는저차원 욕구에 해당하는 '안전'의 욕구가 문제인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 고차원 욕구에 해당하는 '자기실현'의 욕구를 주문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청년들의 모습과 장년들의 모습은 이 사회가 만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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