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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Oct 12. 2016

요즘 바쁘시죠? 아뇨...

몸의 반응은 어쩔 수 없다.



"요즘 바쁘시죠? 정신이 없겠네요?"


큰 아들 결혼식을 2주 앞에 두고 있는 나를 향해 지인들이 만나면 하는 인사말이다.


"아뇨, 하는 일이 없어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건 신랑 측이어서 그렇지, 신부측을 다를 거예요..."

"그럴까요? 저희들은 예물 패물을 비롯해 폐백등 주고 받는 일체의 것을 생략하기로 했기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대충 이런 얘기를 주고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신변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새벽에 잠이 자꾸 깬다는 사실이다. 보통 11시쯤 자서 5시30분에 일어나는데, 요즘은 3시, 4시 정도면 일어나게 되고 정신이 또렷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러고 나면 일상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도 잘 안된다.


그렇게 열흘 정도 하다가 이유를 알게 되었다.다가오는 "결혼식" 때문에 내가 잠을 설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로 하는 일은 없지만 나도 모르게 그날 있을 큰(?) 행사를 앞두고 몸이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부가정 측과는 잦은 소통으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하더라도 양가 합쳐서 300명 이상이 모일 행사에 대해 신경이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말로는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몸의 반응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바로 확인된 셈이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사람의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바로 그 뜻이었던 것이다. 심리학자 메라비언은 사람 간의 소통에서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밖에 안되고 비언어적인 것이 나머지를 차지한다는 말이 바로 그 말처럼 내 몸은 나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말로는 별로 하는 일도 없다고 했지만, 그날 행사장에 어떤 사람을 초청할 것이며 또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인사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나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손님이 너무 없어 초라한 결혼식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내심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어떤 사람을 초대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원래부터 꿈꾸었던 가족끼리만 하는 행사로 한다면 고민이 많이 줄어들 것이지만, 손님을 초대하기로 한 이상 어떤 기준으로 초대할 것이냐는 문제에 봉착한다. 먼저 행사를 치른 분의 조언에 의하면 최근 1년 간 한번이라고 식사를 같이한 사람에 한해서 연락하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봐도 쉽지 않다.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떠 올려도 괜히 연락해서 결례가 될것 같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아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 내가 그 사람의 경조사에 참여했던 사람 아니면 앞으로 내가 그 사람의 자녀결혼식에 참여해야할 사람... 등으로 기준이 왔다갔다 하니 잠을 설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결혼식 순서도 그렇다. 장성한 신랑신부에게 맡겨두었지만 2주 전인데도 아들은 시큰둥 하다.


"그냥 하면 되지 않나요?"

"이 결혼은 주례도 없는 결혼식인데다 신부 아빠의 연주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순서 시나리오를 잘 짜야해"

"예..."라고 답은 하지만 아빠의 재촉이 귀찮고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다.


아들 생각에는 결혼을 앞둔 아들을 못미더워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어 그냥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도 나의 몸에서 나타나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 그게 새벽잠을 설치게 된 이유였던 것이다.


이제는 10일 앞으로 다가왔다.고민하던 초대할 손님 연락도 대충 끝냈다.이제는 잠을 설치지 않고 잘 수 있을까?행사가 끝날때까지 쉽지 않을 것이다.










행사가 끝날때까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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