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상사들의 식사 파트너가 되어 주라!
"밥만 잘 먹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직장인으로서 거의 최고 위치에 올라 간 후배 한 사람을 만나 승진비결을 물었더니 한 얘기다.
직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탑레벨이 아니라 이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부분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기업에서도 대부분 일류급 직원들이 승승장구 하겠지만 제법 많은 이류급 직원들도 기회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세상 기준으로 따지면 학력고사 성적 순으로 성공해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고 능력있는 분들이 더 많이 성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일류급 직원들이란 입사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낸 직원들을 의미한다. 학력도 좋을 뿐 아니라 머리도 잘 돌아가고 행동도 민첩하며 아이디어도 많을 뿐 아니라 추진력 까지 갖춘 직원들을 말한다. 이런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보니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혹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 내에서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에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체로는 힘든 경쟁사회에서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그저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반면 이류급 직원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조직에 순응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수시로 일어나는 변화에 묵묵히 잘 적응하게 되고 동료들간의 사이도 좋기 마련이다. 동료들이 그를 경쟁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래 근무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우수했던 직원들은 사라지게 되어 당연히 좋은 기회도 많아지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류든 이류든 직장을 포함한 사회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실력 이전에 대인관계다. 특히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실력보다 더 필요한 것은 대인관계다. 그런 생각을 그 날 만난 후배를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처럼 이런 위치에 오른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처세를 잘하거나 실력이 있거나 든든한 줄을 댈 수 있는 윗선이 있거나 그런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 "저는 윗 사람과 밥을 잘 먹은 게 이 자리에 오르게 된 주된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 후배는 나와 같이 대학원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어느 누구보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내가 보기엔 일류라고 생각하는 후배다. 그런데도 그 후배는 겸손하게도 상사와 밥을 잘 먹었던게 자신의 오늘 위치를 오르게 해 준 힘이라고 한 것이다. 그 후배가 특별히 겸손해서 그런 말을 했을까? 물론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조직생활에 필요한 더 중요한 얘기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그 위치에 오른 정도라면 기본 실력은 다 갖추어 있다고 봐야 하므로 승진결정권을 가진 상사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상사는 어렵다. 자신의 일을 감독하고 자신의 평가권을 가지고 있는 상사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게 되고 상사와 대면하게 되면 주눅부터 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상사는 외롭다. 상사는 상사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고 그래서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상사를 어려워 하고 피한다.
이때 외로운 상사 가까이서 대화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상사가 밥 먹을때 같이 먹어 주는 사람이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보면 평소 업무와 마주쳐도 힘드는데 식사와 같은 개인 일을 할때 만이라도 혼자서 편한 사람과 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일을 그 후배는 도맡아 한 것이다. 상사와 식사 파트너가 되어 준 것이다.
남녀간의 첫 만남의 시작도 식사를 같이 하거나 아니면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시작하지 않는가? 국가 정상 간의 대화도 식사를 곁들여서 하는 것과 그냥 식사 없이 하는 대화는 그 의미에서부터 다르게 해석된다. 그 처럼 사람들은 식사를 곁들이면 서먹함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을 나누기가 쉬워진다.
이 후배는 식사를 통해 상사와 평소의 모든 문제를 아주 편안하게 꺼내고 수시로 쉽게 의논을 해오기 때문에 상사와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상사는 자신도 모르게 식사 파트너가 되어준 직원이 점점 신뢰가 생기게 된다. 평소 자신이 생각한대로 일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모든 정보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자신으로부터 나왔던 것인데... 반면, 다른 부하들은 업무 보고할 때만 만나니 일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항상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밥을 잘먹는 일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날 후배와의 만남을 통해 가까운 사람들 뿐 아니라 소원했던 사람들 그리고 어려웠던 사람들과도 더 자주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