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비친 단풍잎은 황금색으로 밝게 빛났다.
어두컴컴하게만 보이던
칙칙한 청록색의 이파리들도
햇빛에 비추어지니 투명한 초록으로 빛났다.
새까맣게 그을린 나를 네가 비춰줌으로써
나 역시도 투명하게 빛났다.
너는 빛이며 나는 어둠이다.
너는 양지이며 나는 그늘이다.
태양도 영원히 빛나진 않을 텐데
너라고 나를 영원하게 비춰줄 순 없었겠지.
그걸 몰랐던 나는
환하게 빛나는 네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 맹신해
내가 영원히 황금빛으로 빛날 수 있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의 태양인 네가 떠나고
나는 더 이상 너의 빛을 받고서
밝게 빛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새까맣게 그을린 어둠으로 돌아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