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끝나버렸으면
앞으로 있을 나의 모든 오늘들이.
이제야 새삼 실감이 나네.
너와 내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너의 세상이 이젠 내가 아니라는 것도.
괜찮은 줄 알았어.
네가 없어도 다른 이들과 만나
간간히 네 얘기를 꺼낼 수가 있다는 게.
정말 나는 내가 괜찮은 줄 알았다니까.
그저 외로워서 그런 것 뿐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이 조그마한 허함도
채워질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애써 참아왔는데.
사실 돌아보니 나는
나에게 주어진 그 기나긴 하루가
어서 끝났으면.
아니, 너 없이 혼자 있어야만 하는
이 가혹한 시간들로 가득할
앞으로의 나의 오늘들이.
나의 미래가 끝나버렸으면.
여기서 멈춰버렸으면.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거더라.
주위에는 아무렇지 않다며, 벌써 익숙해졌다며
걱정하지 말라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가끔 마주치는 너와의 눈빛이,
성급히 눈을 피해버리는 너와 나의 모습이,
어쩌다 동선이 겹치는 상황에선
나를 슬그머니 피하는 너의 모습이
나는 너무도 아프더라.
그게 너무도 힘들더라.
차라리 네가 내 앞에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네 모습이 온데간데 사라져버려준다면
네 모습 보며 요동치는 마음 스스로에게조차
애써 숨길 수 있어
나는 그나마 버틸만할텐데.
아니, 애초에 내 세상에서는
아직 너를 완전히 내보내지도 못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이렇게도 나는 밤새 너의 생각에
너에게 전화해 울고불며 돌아와달라, 보고싶다
떼쓰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억누르는 데
그래서 내 마음은 더 이상 눈물 차오를 새도 없이
다 말라비틀어져버렸는데.
이런 나와는 달리 넌 정말 괜찮은 것 같아보여서
먼저 그렇게 쉽게
우리가 함께한 추억들을 , 나를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놓아버린 네가
정말 후회해야 할 사람인 네가,
정말 괜찮은 것 같아보여서.
그게 제일 참을 수 없을만큼
나를 아리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