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눈 Jun 12. 2018

이별 후,

나의 모든 감정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자신을 놓아버린 그 사람을 잊어간다는 소리가

정말 맞는 것같다.


처음, 그만하자던 너의 말에 너무도 서럽고 화가 나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그 후 네 얼굴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상황에서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 내 마음은 몇 번이고 무너져내렸다.

술을 마시는 날이면, 너 없어도 괜찮다며

겉으로는 신난 척 했지만

술이 조금 들어가고 나니 너무도 네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마구 쏟아져나오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소리를 내며 울어버렸다.

네 생각을 꾹꾹 참아내며 하루를 겨우겨우 버텼는데,
밤엔 잠도 오지 않았다.

차라리 잠이라도 빨리 와
나의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나마 사라지게 해줬으면 했는데

나의 밤은, 나를 조금도 배려해주지 않은 채
네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나를 뒤덮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것저것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집 옥상으로 가면 너와 함께 바라보던
달과, 별들이 생각났고
그 곳에서 너는 나를 품 속에 품었고
나는 이 세상 모든 행복들을 품었던
그 아름다운 기억들이 나를 괴롭혔다.


집에 들어와서는 너와 서로 깔깔대며 먹던
야식들이 생각났고 함께 누워 영화를 보던 것이,
너와 함께 거울을 바라보며 입에 치약거품을 내고서
양치를 하던 것이,
요리하는 나의 허리를 감싸 안던 네가,
잠에 들때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
나를 껴안고서 사랑한다 말했던 네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네 생각 범벅이었던 나는,

매일 혹시 너에게 연락이라도 올까
핸드폰을 붙들고 있던 나는,

이제 너를 기다리지 않는다.


너를 그리워하다 보니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정말 너라는 사람인지가 의문이더라.

너와 만날 때 항상 느끼던 감정이 외로움이었는데
어째서 너를 이렇게까지 붙잡고만 싶은지,
참 모순 같았다.


그래 생각해보니 내가 붙잡고 싶었던 건
나에게 필사적이었던, 나에게 뭐든지 해 줄 것만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무리 더워서 손에 땀이 나더라도
내 손을 절대 놓지 않고서 나를 이끌던,
가끔 아무 날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꽃 한송이
내게 슬쩍 건네주던,
그런 행동들을 했던 너였다.

연애 초기, 나를 한없이 사랑해주던 너였다.

지금의 네가 아니었다.


그 추억들에 미련이 남았던 것이지
너에게 미련이 남았던 것이 아니었는데.

나를 그 깊은 외로움에 빠져있게 만들었던 너였어도,

나는 그것에 계속 미련이 남아
변한 너를 그렇게도 붙잡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너에게 먼저 그렇게 쉽게 버려진 것이다.


차라리 이제는 고맙다.

네가 먼저 끝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미련하게도 그 미련에 계속 허우적대며
너를 절대 놓지 못하고선 나를 저 밑으로 추락시켰겠지.


먼저 내 손을 놓아주어서 고맙다.

내 사랑의 소중함을 모르는 너를 떠나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나는 너를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마음 가는데까지 붙잡아봤기에
지금의 너에게는 미련이 없다.

너는 뒤늦게서야 나의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서

후회하겠지.
하지만 그 때가 되면,
이번엔 내가 먼저 너를 뿌리치겠다.


고마웠다.
나를 나락에서 끌어올려주기도 했지만
다시 나락으로 빠지게도 만들었던 그대.

나를 한 때나마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던 그대.

이젠 그대를 진심으로 놓아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일한 나의 도피처, 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