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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눈 Jun 14. 2018

너를 위한 글

넌 내가 쓴 글이 좋다고 했다.

넌 내가 쓴 글이 좋다고 했다.

아니, 사실 그건 글을 쓰는 내가 좋다는 뜻이었을까.


너는 가끔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정성스런 편지를 건네곤 했다.


비록 현란한 글재주를 뽐내는 작가들의 글 같은
그런 유창한 글 솜씨는 아니었어도
너의 편지는 나에 대한 그 사랑스러운 마음을
다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표현이 부족한 네가 어떻게 해야
너의 마음을 모두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모두 보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으로 내가 쓴 글을 보고서
너는 나에게 너무도 아름다운 글을 쓴다며
계속 내가 글을 쓴다면 좋겠다고,
내가 쓴 글이 너무도 좋다며
감동으로 벅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네 표정이 좋아 나 역시도
네가 생각날 때마다 남몰래 너에 대한 사랑글을 쓰곤했다.


그런 나의 글들을 보고서 너는 자연스레
조금 더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너의 편지는 나에 대한 사랑을 조금 더 잘 말해주었다.

그것은 나를 도리어 감동스럽게 만들었다.

원래도 만족스러웠던 너의 편지였지만,
 나의 글을 보고서 조금씩 다르게,
더 정확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너를 보면서
내가 너를 조금이나마 좋은 쪽으로 변하게 했다는 생각에.


하지만 나는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더 좋아지도록 변하게는 해주었지만
너라는 사람 자체를 변하도록 만들지는 못했더라.


그 조그마한 변화라도 만들어 냈다는 생각에
나는 사소한 서운한 점을 만드는
너의 행동도 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조금은 자만했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했던가.

너는 여전히 나를 외롭게 했고,
내 감정보다는 네 감정이 중요했고,
나중에 있을 우리의 미래보다는
지금 현재의 네가 중요했고, 
네 앞에서 너무 가슴 아파 우는
나때문에 너 역시도 아프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들이 창피했고.


그런 너의 모습에 지쳐 나는,
나를 밀쳐내는 너를 더이상 잡지 않고
아픈 마음 움켜쥐고 한 걸음을 너에게서 물러섰다.


네가 내게 어떤 상처주는 말을 하더라도
네 진심이 아닐거라며 자존심 상할 것을 다 무릅쓰고
너를 붙잡고, 또 붙잡았는데.


결국엔 나를 상처주던 그 말들이 네 진심인 것을..

내가 어리석었다.


그래, 내가 글을 계속 쓰면 좋겠다던 너는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해

결국 너로 인해 내 마음에 남은 온갖 상처들을

써내려가게 하는구나.


그 말 기억나려나

언젠가 너를 위한, 오로지 너에 대한 이야기만을 담은

그런 아름다운 책을 써내려가겠다고.

너는 그 말을 듣고 너무도 행복해했는데.


이제는 아름다운 책이 아니라,

너로 인해 상처받은 내 마음을 담은
책을 써내려갈 듯 하다.


그 훗날, 언젠가 네가 보고서

나의 이 아픈 마음을 느끼고서

조금이라도 미안해하는 감정을,

이렇게도 너에게 쉬운 내 마음을 떨쳐버린

과거의 너를 후회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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