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간은
잠에 드는 시간이다.
무의식에 빠져들어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좋다.
하루를 지새우며 유일하게
아무런 생각도,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요즘 너는
나의 그 유일한 도피처마저도 없애버린다.
너에 대한 온갖 생각들이
나를 자꾸만 뒤척이게 해
잠에 들지 못하게 한다.
왜 나의 그 시간마저 빼앗아가려 하는지.
함께했던 동안의 우리의 시간들을,
이별하고 난 뒤의 나의 시간들을,
그리움으로 뒤덮어 없애버린 것도 모자라서.
제발, 제발 잠에 들게 해줘.
나를 이렇게 무참히 혼자 내버려둘 거라면,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해
나를 죽어가게 할 거라면,
나의 이 세상에서 사라져주지 않아
자꾸 내 눈에 밟힐거라면,
그래서 나의 마음을 하루 온종일
뒤집어놓을거라면.
제발 잠에 들게 해줘.
그렇게라도 버티게 해줘.
그 시간만큼은 네 꿈을 꾸지 않게 해줘.
그 시간만큼은,
나의 세상속에서 사라져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