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눈 Mar 11. 2019

생각이 나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들.

오늘 같은 날엔 더 생각이 나더라.

아무 기복도 없이 그저 그런 날이더라도 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하루가 되던 그 시절들.

데이트 약속이 있는 날, 기념일이 아닌데도 나에게 불쑥 내밀던 꽃다발, 그리고 수줍게 미소 지어 보이던 너.

가끔 나에게서 힘든 기색이 보일 때면, 나의 손을 잡고 예쁜 곳들에 데려가 예쁜 것들을 눈에 담게 해 주던 너.

아무 말 없이 갑자기 맛있는 것을 사들고 와 우리 집 문을 두들기던 너.

맛있는 것을 먹으며 너와 함께 보던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들.

그것을 보며 괜히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

잠이 들기 직전,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무슨 대화를 하든 서로 깔깔대던 우리.

잠에 들 때면 나의 머리를 받쳐주던 너의 팔베개.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겐 감동이었고 사랑이었는데.

한 번씩의 아픈 너의 말들에 나는 결국 지쳤고,

우리는 끝나버렸지.

그리고 너라는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급하게 다른 누군가를 들이마셨고.

처음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 더 이상 너에게서 상처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나도 이만큼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행복감에.


그렇지만 난 역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할 만큼 못난 사람이었던 건가. 역시나 급하게 들이마신 사랑에 나는 탈이 났고, 조금 지난 지금에서야 너만 한 사람은 정말 없었다고 생각이 드네.

그래서 더 생각나고 보고 싶어. 하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진 않아. 다시 시작하면 달라질 거란 너의 말은 결국 모두 거짓말이었으니까.


단지 네 생각이 많이 나는 건, 너와 만들어낸 아름다웠던 추억만큼 예쁜 사랑을 다른 누군가와 다시 만들어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오늘따라 뭔가 더 외로워서 그래.

매거진의 이전글 너에게 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