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엔 네가 없었다고?
내 삶은 너라는 존재 그 자체였다.
네가 전부였고 네가 내 모든 의사를 결정하던
내 삶은 네가 감히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항상 내버려 두고
매일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너였음에도
네 얼굴이 보이면 화가 났다가도
웃음부터 나는 나였고
화를 풀어주려 그냥 내뱉은 말일지는 몰라도
사랑한다며
다신 그렇게 행동하지 않겠다는 네 말을
몇 번이고 모른 척 속아 넘어가 주는 나였다.
결국엔 다시 또 그럴걸 알면서도.
이렇게 너밖에 모르던 나에게 너는
네가 마냥 피해자인 척
너를 떠나려는 나를 탓한다.
넌 정말로 나를 사랑했지만
나는 네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너를 떠나는 것처럼 말하며.
나는 너를 기다리는 날마다 하염없이 울어댔다.
계속해서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게 맞다며
그럼에도 나를 대하는 게 서툴러서 이런 거라며
혼자 네 행동을 합리화하고 견뎌내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네 삶엔 내가 없었다'며
내가 냉정한 사람인 듯 말하는
네 뻔뻔함에 이제는 치가 떨리기만 한다.
한 번이라도
내가 겪었을 감정을 떠올려보았다면
절대 내뱉지 못할 그 말을
한 번이라도
내 입장이 되어 나를 기다려보았다면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못할 그 말을
어떻게 너는 감히.
이제는 안다.
너는 절대 나를 이해하지 못해.
그저 나를 붙잡고 싶어
입바른 소리만 할 뿐이겠지.
미안하다며 사랑한다고,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그렇게 정말 찰나의 순간,
그 순간 동안만 나에게 죄책감을 가진 듯
행동하다 결국엔 똑같이 행동할 것을 이젠 알아.
그렇다면 이제 나는 더 이상
너의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