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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Jun 22. 2023

브런치에 다시 글을 발행하며

브런치를 열었다. 간 밤에는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싶었다. 지난 밤뿐만은 아니었다. 낮이 되면 밤에 했던 생각들, 다시 용기를 내서 글을 써보자는 담대한 마음이 맥없이 고객을 숙인다. 요즘 나는 글을 펼쳐 낼 줄만 알지, 그것들을 그러 모아 글이라는 작을 집을 지을 에너지가 없다. 간단하게라도 꾸준히 올려 보자는 생각은 재가 되어 쉽게 날아갔다. 딱 하루 만이라도 좋다. 책상에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았다. 마우스에서 키보드로 손을 옮기는 것이 구만리만큼 멀게 느껴졌다. 생각의 파편, 그 정도만 써보자. 발행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기 때문에 한마디도 못할 수 있다. 아마 나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싶다. 지난 10개월 동안 가족 외에 대화를 나누지 않고 지냈다. 일을 할 때도 사실 대화라고 불릴 정도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과 섞여 살았지만 섞이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은둔의 역사는 꽤 긴 시간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나의 유일한 즐거움은 산책을 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 산책마저 못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 앞에 사람이 오고 있으면 눈을 내리 까거나 고개를 숙이게 된다. 당당하지 못한 태도가 싫어 억지로 고개를 들고 앞을 향해 보기도 했다. 머리가 핑 돌아서 중심을 못 잡는다. 그래서 사람을 마주하면 굳이 먼 산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는 척하게 된다. 산책을 하며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서글프다.


또한 나는 통증 위에 매달린 사람 같다. 하루 종일 소화와 등과 허리 무릎,, 통증을 견디는 데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람이 이렇게 피곤할 수 있구나. 한두 달도 아니고... 사십 대가 된다고 모두 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보다 더 안 좋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작년부터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전혀 없었다. 진단을 받지 못했다. 한동안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 몇 주전에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어디가 아픈 지 그림에 체크하는 곳이 있어 전에 갔던 곳보다는 나아 보였다. 평일 오후 3시의 병원은, 한 적 했다. 선생님은 나의 통증 히스토리를 길게 들어줬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거북목이 심하다고 했다. 책상과 의자를 바꿔보라고 했다. 극단적으로 목을 올리며 지내야 한다고. 거북목을 개선하는 건 정말 싶지 않다고. 그러면서 선생님은 본인이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어 사실 잘 모른다고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검사는 해보았냐고 물었다. 그 검사는 안 했다고 하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류머티스 관절염 검사를 해보지 않은 건, 의사 선생님 권유도 없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을 때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찍은 MRI를 다음 진료에 가져오기로 하고 물리치료만 받고 병원을 나왔다. 오랜만에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 나는 너무 말을 잘했고 많이 했다. 이상하다. 집에 돌아와 온몸에 힘이 빠졌다. 병원에 갈지 말지 예약한 날짜가 될 때까지 고민했고 가지 않았다.


어릴 땐 조금 아프면 병원에 가면 약을 처방받으면 다 나았다. 아픈 건 병원에 가면 해결이 되는 문제였다. 몇 년 전부터 통증이 여기저기 시작되면서 나는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몸이 아픈 후부터 책상에 앉아 있는 게 힘들어졌고 독서도 힘들어졌다.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누워서 브런치를 읽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것 많이 유일한 뇌 활동처럼 느껴졌다. 그 와중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공부를 했다. 책상에 앉아 몇 시간을 공부하면 며칠을 앓아누웠다. 필기를 하는 날은 어깨가 저려 잠을 자지 못했다. 작년에 다녔던 병원에서 준 중등도 중증의 급 진통제를 먹으면 좀 살 것 같았다. 통증이 없으니 사고마저 긍정적이 됐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무기력이라는 후유증이 찾아왔다. 편차가 심해서 약을 끊었다. 약을 먹고 기운을 내 공부를 하는 게 가짜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약을 먹고  1시간 정도는 구토 감이 몰려왔다. 한 동안 소화가 잘 됐는데 약을 한 번 먹을 때마다 소화기관이 부서지는 것 같아서 먹지 않는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요청하지 않으면 처방전을 주지 않는다. 약을 달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처방해주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다. 맨날 새로운 책을 갖다 두고도 읽지 못하고 날이 반복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갖다 나르는 일을 포기했다. 가끔 낮에 산책을 하며 도서관에 들려 잠깐 읽고 온다. 어쩌면 내 몸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여서도 안되다. 짧은 기간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따라주지 않는 몸, 맘처럼 되지 않는 몸, 통증으로 인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전전 노동자로 살았다. 앞으로의 나는 여전할 것이고, 힘들 것이다. 거기에 건강하지 못한 몸까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언제가 그런 생각을 했다. 글을 쓰려면 내 인생을 잘 살아한다고. 번듯하게 취업하고 자립하고, 그러면 나도 제대로 글을 쓰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미루고 미뤄 통증이 추가된 40대가 되어버렸다. 나에게 완벽을 바라는 이도 없다. 내 글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글이다.



2023.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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