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의 어원과 개성 상인설의 출처를 찾았다.
축산 문화 연구가 전성수씨의 미트저널의 연재된 글이 출처 인 것 같다.
전성수를 찾아서 인터뷰를 좀 해야겠다.
월요일날 미트저널 권영철 국장하고 통화를 해야겠다.
2000년대 초반 미트저널에 이미 고기 문화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돼지고기의 여러 부위 중 가장 맛있는 부위로 치는 것을 한 가지 들라면 대부분 "삼겹살"을 꼽는다. 인기가 높은 만큼 다른 부위보다 값이 무척 비싸지만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식육점의 돼지고기 판매는 좋은 삼겹살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까지 돼지고기의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삼겹살"과 "갈매기살"이 "94년부터 일부 사전에 뒤늦게 이름을 내밀게 되었을 정도다. 이에 비하여 쇠고기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시시콜콜한 부위까지도 각기 독특한 이름을 붙여서 "개씹머리 걸랑 곤자소니 두태쥐 도가니 수구레 멱미레 흘떼기" 등 수십 가지의 부위별 이름이 웬만한 국어사전마다 등장하고 있다. 우리 사전에는 더욱이 "닭고기 양고기 염소 고기 개고기" 등 다른 짐승고기의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낱말은 전혀 실려있지 않다.
그런데 돼지고기와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국어사전마다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낱말이 딱 두 가지가 있다. 그나마도 살코기부위 이름이 아니라, 돼지가죽 안쪽에 붙어있는 기름덩이를 지칭하는 "비계"와 "족발"이란 낱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매우 귀하게 여기던 쇠고기에 비하여 돼지고기라 하면 그저 비계가 많이 붙어있는 고기쯤으로 여겨서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부위별 미각문화가 뒤늦게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가장 인기가 없는 비계를 가장 맛있는 살코기로 둔갑시킨 사람들이 있다. "삼겹살" 돼지고기는 예로부터 장사수완이 좋기로 유명한 개성사람들이 만들어낸 비법이라고 한다. 삼겹살은 돼지의 살코기에 그냥 비계덩어리가 붙어있게 돼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비계 끝에 다시 살이 생기고 또 그 살끝에 비계가 붙게 하는 식으로 비계와 살이 번갈아가며 결이지도록 육질을 개량한 것이다.
삼겹살은 돼지고기 중에서도 지방함량이 가장 많은 부위이다. 따라서 식육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 훈제 가공하여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우리나라처럼 고기를 구이로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삼겹살은 영어명이 베이컨(bacon), 곧 베이컨용 고기란 뜻이다.
비계덩어리가 마구 붙은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면 기름투성이인 비계는 느끼하고,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는 팍팍해서 먹기가 나쁘다. 그러나 육질이 잘 형성된 삼겹살은 살코기와 비계가 번갈아 겹겹이 붙어 있어서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매우 고소해서 지난날 이런 돼지고기를 처음 먹어본 미식가들이 개성의 삼겹살 고기맛에 찬탄을 했다는 것이다.
돼지는 잡식성이라 아무 음식이나 잘 먹어서 옛날에는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나 쌀겨 보릿겨 비지 술찌게미 따위를 먹여 길렀고, 제주도에서는 측간에서 사람의 배설물을 먹여 기르기도 했다. 그런데 일찍이 장사수완이 뛰어난 개성 사람들은 돼지가 자람에 따라 섬유질이 많은 조사료를 주다가 섬유질은 적고 영양가가 많은 농후사료를 또 바꾸어 먹이니까 비계가 살 사이에 겹겹이 얇게 들어있는 "삼겹" 살코기가 되어 보다 높은 값에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삼겹살"은 사실 우리 어법(語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한개 두개"나 "한올 두올"처럼 "두겹 세겹"이라 하지, "이겹 삼겹"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고기 이름은 "세겹살"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개성은 우리나라 인삼의 본고향이다. 개성의 유명한 "삼"(蔘)이 삼겹살의 "삼"(三)으로 어우러진 우리말의 "삼삼한" 조화.「이왕이면 다홍치마」이듯, "세겹살"보다는 "삼겹살"이란 말이 보다 "삼삼한" 느낌이 거듭 "삼세번" "겹겹이"들지 않는가? 이 고기가 구이 음식으로 널리 대중화되자 누군가의 개성(個性)있는 발상에서 나온 재치있는 우리말이 "삼겹살"이라 할 것이다.
(축산문화연구가 전성수)
[출처] 식육마케터 김태경의 대한민국 삼겹전 |작성자 식육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