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살린 조선 소의 근대사 page41~42
마지막 배역용 소 - 한국영화 '소의 방울소리'
지금까지 조선소 기본 문헌과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형태로 조선소에 대한 서술을 진행해 왔는데, 그 작업을 계속하는 내 머릿속에는 한국 영화 '소의 울음소리'(원제 '원낭소리', 이충렬 감독, 2008년)의 장면이 몇 번이고 떠올랐다.
그 영화는 노부부와 늙은 조선 소 한 마리의 교감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한창 일할 나이를 훌쩍 넘긴 마른 소가 다리가 불편한 노부부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집과 농토 사이를 힘겨운 발걸음으로 오간다.
그래도 모내기 전에는 말괭이를 이끌고 논에서 대갈(흙을 갈고 다듬는 작업)을 한다.
연료로 쓸 수 있는 시바를 산더미처럼 실은 소달구지를 이끌고, 역시 지게를 지고 시바를 나르는 노농도 한다.
남편과 함께 밭둑길을 걸었다.
노농부는 밭두렁에 자란 풀을 발로 낑낑거리며 베어서 소에게 먹인다.
집에 돌아와서는 우사에서 짚을 잘게 썰어 가마솥에 끓여 소에게 먹인다.
소시장에서 늙은 소를 사주겠다는 중개인이 나타났지만, 역시 소를 포기할 수 없다.
주변 농부들이 모두 기계를 쓰고 농약을 사용해도 노농부는 꿋꿋하게 전통 농법을 지키며 소와 함께 일하며 살았다.
생각해보니 조선우 기본 문헌에서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 그 영화에 모두 담겨 있었다.
영화 말미에 노부부가 생명이 다한 늙은 소를 밭 한구석에 묻어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 노농부 주원균 씨도 영화가 개봉한 지 5년 후 세상을 떠났지만, 고인의 강한 희망에 따라 인생의 동반자였던 소와 나란히 묻혔다고 한다.
한국 언론 기사에 따르면, 이 영화는 조선에서 이어져 온 사람과 소의 밀도 높은 관계의 모습을 영상으로 선명하게 남기는 '마지막 기록'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