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완전정복 MEAT PERFECT BIBLE page32~33
숙성
마트 등에 진열된 고기는 도축 후 숙성시켜 먹기 좋게 만든 고기다.
숙성에 의해 고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고기는 숙성을 거치면서 맛 성분이 증가한다
고기는 숙성을 거치면서 맛 성분이 증가하는데, 도축 후의 고기는 맛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사후 경직이 시작되어 근육이 수축되어 딱딱하게 굳는다.
따라서 고기는 시장에 나오기 전 적정 온도 관리 하에 일정 기간 동안 저장된다. 그러면 경직이 풀려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동시에 근육 내 단백질이 효소 등에 의해 분해되어 맛 성분이 증가한다. 이를 '고기의 숙성(에이징)이라고 하는데, 마트 등 매장에는 숙성되어 먹기 좋은 시기가 된 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고기는 숙성을 통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이 더 좋아지는 것일까?
우선 고기를 숙성시키면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가 부서지기 쉬워지고, 근육의 굵은 섬유와 가는 섬유의 결합도 약해진다. 또한 근섬유 단백질의 구조가 변해 녹기 쉬워지면서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또한,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으로 맛 성분의 원료가 되는 아미노산이 증가하고,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향기 성분도 증가한다. 따라서 숙성 후의 고기는 맛이 살아나고 독특한 향이 생긴다.
예를 들어, 도축 직후의 소고기는 비린내가 나지만 숙성시키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달콤한 향이 강해진다.
또한 고기의 숙성 기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2℃에서 보관할 경우 소는 10~15일, 돼지는 4~6일, 닭은 1일 정도 숙성시킨다.
또한, 주요 육류 숙성 방법에는 '습식 숙성'과 '건식 숙성'의 두 가지가 있다. '습식 숙성'은 일반적인 육류 보존 방법으로, 육류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탄생한 방법이다. 진공 포장하여 공기에 노출시키지 않고 숙성시킨다.
반면 '드라이 에이징'은 0~2℃의 저온과 60~80%의 상대습도를 유지한 저장고에서 고기를 포장하지 않고 바람을 쐬면서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효소와 미생물의 작용으로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맛과 향이 생긴다.
이 방법은 살코기와 지방을 모두 맛있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가의 쇠고기나 일부 돼지고기에 시행되지만 닭고기는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다른 숙성 방법으로는 빙온 숙성이 있다. 이는 0℃에서 고기가 얼기 직전까지 얼음 온도 범위에서 1개월 정도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고기가 살이 짜지 않도록 스스로 아미노산과 당분 등을 만들어내면서 부드러워지고, 맛이 더 좋아진다.
최근 자주 접하게 되는 숙성육은 특유의 향과 감칠맛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고기가 있는 반면, 숙성 방법이나 숙성 기간에 대한 정의가 없고, 위생 관리 등도 업체마다 다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내용을 잘 확인하고 선택하길 바란다.
가공육도 숙성을 통해 특유의 깊은 맛을 내는데, 이러한 숙성은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최고급 드라이햄인 '하몽 이베리코 데 벨로타'는 도토리를 먹고 자란 흑돼지를 소금에 절인 후 소금을 씻어내고 한 달간 건조시켜 바삭하게 숙성시킨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세라노는 돼지의 살코기를 넣어 장조림으로 만들어 90일 정도 숙성시키는데, 모두 숙성을 통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이처럼 숙성은 고기의 풍미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