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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육 이야기 - 꼭대기 한우

숙성육 이야기

꼭대기 한우


 

강서구에 20평 남짓의 작은 한우식당이 하나가 있다.

젊은 친구들이 동업을 해서 만든 한우집인데 그 식당 벽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꼭대기한우에서 좋은 한우에 대해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

     

마블링이 좋은 소가 좋은 소이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마블링, 즉 근내 지방량이 높을수록 보기도 좋고 식감도 부드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블링이 좋은 소가 좋은 소라는 인식 때문에 원래 근내 지방과

근섬유가 섬세하지 못한 숫 소를 거세시켜 인위적으로 근내 지방량을 높인다 던지

심지어 주사로 인공지방을 소에 주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굉장히 예민한 동물로써 자라온 사육환경과

도축환경 등이 더욱 중요한 요소인 것 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마블링이 좋다 하여

좋은 소고기라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우 등급제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 보기로 하자.

 

한우의 육질등급은 최대 1++에서 등외등급까지 총 6개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등급은 크게 5가지 기준에서 결정되는데, 근내지방도, 지방색, 육색, 조직감, 성숙도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마블링이라고 부르는 근내지방의 함량과 지방색이 한우등급의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1++등급을 받은 한우의 경우, 지방층이 다른 등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더 두껍고 지방이 잘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육질등급 외에도 육량등급이 있는데 육량등급은 소 한 마리를 잡았을 때, 여기에서 생산 가능한 정육의 중량, 등지방두께, 등심단면적 등을 계산하여 A에서 C등급까지로 나눈다.

    

 

육량등급은 소 한 마리에서 얼마만큼의 살코기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이기 때문에 유통단계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소고기의 품질이나 맛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은 육질등급만 알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소고기의 육질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고기에 형성된 마블링을 중심으로 소고기의 등급을 판단하는 곳은 한국, 미국, 일본인데 다수의 사람들이 부드럽고 고소한 마블링과 담백한 살코기가 어우러진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소고기는 1927, 돼지고기는 1949, 닭고기는 1976, 계란은 1955년부터 등급제가 시행되었다. 일본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1964년부터, 닭고기는 1961년부터 등급제가 시행되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소고기를 섭취해온 유럽에서는 살코기 특유의 단백질 맛에 익숙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블링이 없는 소고기를 선호한다. 사실 미국이 왜? 근내지방도(마블링)을 등급제에 도입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이 미국의 등급제를 따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수입자유화이후 마블링 좋은 화우의 고급화 정책으로 미산 소고기와의 경쟁에서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우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미국과 일본의 등급기준을 참조해 1992년농림수산부로부터 소 돼지등급팜정 기준안을 승인받아 7월 축협중앙회 서울 공판장이 등급판정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하였다. 19946월 축산물의 등급화 거래 시행규칙을 공포하여 현재의 한우등급제를 도입했다. 한우의 경우 처음부터 식육을 위해 생산되는 육우가 아니고 일소였기 때문에 육질이 질긴 편이고 그래서 한우등급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보통 국이나 찜, 탕의 용도로 이용되었다. 한우 갈비 구이가 한우 구이의 중심이었고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꽃등심구이는 방자구이라고도 했었는데 이는 방자구이는 얇게 썬 쇠고기를 양념하지 않고 즉석에서 석쇠나 철판에 구우면서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간을 하여 먹는 것이다. 방자구이는 보통 등심 구이 또는 소금구이라 하여 파와 상추 생채에 곁들여서 싸서 먹는다. 방자구이는 옛날에 양반의 심부름을 하는 남자 하인인 방자가 마당에서 상전인 양반을 기다리는 동안에 부엌에서 고기를 얻어 양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즉석에서 아궁이나 모닥불에 구워 소금만 뿌려서 먹은 데서 붙여진 음식이라고도 하고 조선시대 관리들이 물품을 관리하면서 고기의 품질 검사를 위해 고기를 구워 소금만 찍어 먹어 보고 품질 평가를 했다는데서 방자구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등심구이라는 지금의 메뉴명보다는 로스구이라는 메뉴명으로 소비되었으면 등심의 마블링이 발달하지 않아 얇게 썬 고기였다고 한다.  

한우등급제 도입 이후 1등급 이상의 소고기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가 이어지고 식생활에서도 구이 문화가 새롭게 장착되면서 구워서 먹을 때 상대적으로 더 부드럽고 고소1등급 이상의 소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2004년 소고기의 육질등급을 1++등급을 신설하여 4개 등급에서 5개 등급으로 확대하였다.

최근들어 지금의 소고기 등급판정체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 즉 1++등급을 좋은 고기로 마블링이 없어 등급이 낮은 2.3등급 고기를 나쁜고기로 소비자들이 오해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마블링이 좋은 고기는 좋은 고기라기 보다는 고열량의 비싼 곡물사료를 많이 먹여 비싸게 키운 소고기이고 마블링이 적은 고기는 목초사료를 많이 먹이고 비싼곡물사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먹은 경제적인 고기인데  소비자들은 1++ 좋은 고기 3등급 나쁜고기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등급체계의 명칭이 1,2,3으로 순차적인 명칭을 사용한 것이 첫 번째 잘못이고 구이용의 기호가 높아져 소비자들이 마블링 좋은 한우를 선호한 것이 두 번째 잘못인 것 같다.

일부에서는 마블링을 많은 부드러운 고기를 만들기 위해 옥수수 위주의 곡물사료를 과잉급여 하여 비육한 1++등급의 한우는 고지혈증등 성인병이 발생한 불행한 소라고도 하고 반대로 목초를 먹이거나 방목해서 키워 등급이 낮은 한우를 행복한 소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나게 되어 지금의 등급제도를 등급 등급별 특성을 반영하는 명칭으로 개선하고 소비자의 관심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개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이런 논쟁은 아메리카노 커피와 믹스 커피의 논쟁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설탕도 타지 않고 쓴 아메리카노 커피를 좋아해 마시거나  달달한 믹스 커피를 좋아해 마시는 사람들이 만나서 너는 왜? 건강에도 안좋은 믹스 커피를 마시니?” “ 너는 그렇게 쓴 아메리카노를 왜? 마시니?” 하고 싸우지 않고 각자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자기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문제라는 거다. 단지 마블링이 좋은 한우가 시장에 인기있는 신제품처럼 출시되어 한 20년 인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정부나 단체에서 1++한우를 전략적으로 생산을 장래해 오던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먹거리의 다양성 측면에서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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