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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를 위한 변명

개고기를 위한 변명    

음식디미방내에는 면병류 관련이 18가지, 어육류 관련이 74가지, 주류와 초류가 54가지 기록 되어 있다.

그중, 어육류에는 일반 육고기 뿐 아니라, 새 종류의 고기 그리고, 민물과 바닷물에서 나온 산물등 다양한 어류들이 등장하고 그것으로 만든 음식들이 소개가 되고 있다.    

특히 개고기는 6개항이나 등장하는데, 그 조리법이 다양하고 자세하고 서술되어 있다. 17세기 양반가에서 개고기는 육류 식재료로 높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음식디미방』은 음식문화를 전공하는 학자들 대부분이 주저 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식경(食經)으로 꼽는 책이다. 더구나 순 한글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면서도 우리의 빼어난 전통음식 조리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물론 책이 씌어진 해로 추측되는 1670년경 이전에도 식품에 관련된 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남성들이 쓴 것들이다. 순 한글로, 그것도 여성에 의해서 이렇게 세밀하게 조리방법을 적어 놓은 요리책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여성이 쓴 아시아권 최고의 조리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표지에는 한자로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 이라 적혀 있고 그 내용 첫머리에 '음식디미방'이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표지의 서명은 장씨의 남편이나 자손들이 격식을 갖추어 붙인 것 같고 『음식디미방』이라는 표현은 장씨 부인 스스로 쓴 원명이라고 생각된다. 글씨체는 고문의 궁체 붓글씨다.    

조선시대 민중의 고기는 개고기였다.

지금 우리가 서민의 고기라고 생각하는 돼지고기는 잘 보이지를 않는데 개고기는 음식디미방등 옛 요리책에 그 요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것을 봐서 조선시대에는 개고기가 요리 식재로 자주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자로 견(犬)과 구(狗)는 쓰임새가 다르다. 견(犬)은 충견, 명견, 반려견처럼 먹지 않는 개이다. 구(狗)는 백구, 황구와 같이 식용 개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 토사구팽(兎死狗烹)인 것이다.        

유배지 서당의 훈장이었던 다산 정약용도 엄청난 애구가(愛狗家)였다. 흑산도에 유배된 형 정약전이 “짐승의 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하자 답장을 보낸다. “육식을 기피하는 것은 생명을 연장하는 도(道)가 아니다. 섬에 산개(山狗)가 천 마리, 백 마리 수준이 아니다. 나라면 5일에 한 마리는 먹겠다”며 짐짓 형의 육식 기피를 나무란다.
 그러면서 개 잡는 기술을 전한다. 중국의 원숭이 잡는 방법과 비슷하다. “먹이통을 만드는데,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깊이는 개의 머리가 빠질 만하게 한다. 먹이통 안 사방 가장자리에는 두루 쇠 낫을 낚싯바늘처럼 굽은 것이 아니라 송곳처럼 곧게 꽂는다. 통의 바닥에는 뼈다귀를 묶어 놓아도 되고, 밥이나 죽 모두 미끼로 쓸 수 있다. 낫은 박힌 부분을 위로 가게 하고, 날의 끝은 통의 아래에 둔다. 이렇게 되면 개가 주둥이를 넣기는 쉬워도 다시 꺼내기는 거북하다. 또 개가 미끼를 물면 주둥이가 불룩하게 커져서 사면으로 찔리기 때문에 공손히 엎드려 꼬리만 흔들 수밖에 없다.”

다산은 레시피도 전한다. “들깨 한 말을 부치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 삶는 법은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나머지는 절대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속에 넣어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런 연후 꺼내놓고 식초, 장, 기름, 파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납니다.”
 사실 이러한 향구지법(享狗之法)은 다산의 레시피가 아니다. 실학의 거목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의 비법으로 알려져 있다.
 개고기는 본디 성질이 덥다. 양기를 돕고 허한 곳을 보하는데. 염천지절(炎天之節)에 먹는 것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이다. 개의 발목(狗足)을 먹으면 부인의 젖이 잘 나오고, 쓸개를 먹으면 눈이 밝고 못된 창병(瘡病)이 낫는다고 전해온다.
 금기(禁忌)도 있다. 백구의 젖을 먹으면 애주가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며, 개고기와 마늘은 상극이라 함께 먹으면 크게 해(害)가 된다. 아마도 화학적 작용 때문일 것이다. 구탕을 먹은 뒤 얼음을 먹으면 촌백충이 생긴다고도 했다. 아주경제신문에 실린 박종권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더라도 정약용, 박제가등 양반들도 개고기를 즐겼다. 

또 한자로 견(犬)과 구(狗)는 쓰임새가 다르게 구분하여 애완용개는 견(犬)이라 하고 식용용개는 구(狗)라 하여 태생부터 달리 구분 지었다고 한다.    

애견인들이 개고기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어쩜 아메리카노를 먹는 사람이 다방커피를 먹는 사람을 보고 뭐라고 하는 간섭이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애완용 개를 잡아 먹는 것도 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인간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애완견은 행복한 개고 식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개는 불행한 개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 역시 어쩜 거부할 수 없는 개의 운명이다.    

진짜 문제는 조선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참 좋아 하는 식용개의 정부 차원에서 위생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비위생적인 음성적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애완견 역시 가족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며 키우다가도 애정이 식어서 유기되는 수많은 애완견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개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개고기를 금지하자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유기견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보시라. 정말 사람이 개에 대한 예의를 아는 나라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개고기 먹는 식문화도 줄어들거나 소멸 될 수 있다. 

개를 버리는 사람이 개를 먹는 사람보고 뭐라고 하면 안된다.

요즘 세상에서 개를 먹자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반려견을 사랑하고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는 사람은 촛불집회의 영웅이고 깨어있는 지성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식육마케터로 축산 경영학자로 우리민족의 식육문화사를 조사 연구하면서 우리민족에게 조선 시대 민중에게 개고기는 더운 여름 노동의 지친 육체에 최소한의 단백질 공급원이고 거의 유일한 영양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냉장 냉동 시설이 없던 조선 시대 한 여름철에 트랙터같이 일하는 소를 잡아 먹을 수도 없고 돼지는 빨리 상해서 잘 먹어야 본전이고 조선시대 민중의 고기는 개, 닭 드리고 천엽으로 잡은 작은 민물 생선들이 조선시대 민중의 생명같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물론 역사속의 선조들의 고기라고 다 좋은 걸까?

남태평양 어느 섬의 원주민들은 그들 조상이 우리 개고기처럼 사람고기를 먹었는데 지금 그들이 사람고기를 계속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개를 잡아 먹으면 안되는 것이 개가 애완용이기 때문에 개가 반려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에게 일년에 유기되는 개와 우리가 잡아먹는 개가 몇 마리인지 알지도 모르는 모든 이들이 서로 각자 삶의 방식에서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마도 유기견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된다면 개고기 먹는 사람들도 개에 대한 예의를 가지게 될 것 이다.


참고 문헌 :

장씨 부인의 음식디미방(규곤시의방)속의 개고기 요리터

 http://yoritter.in/yoritter_stories_ing/3070     

네이버 지식백과] 음식디미방  - 한국 최고의 식경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2006. 9. 18., 휴머니스트)             

[박종권의 酒食雜記] 복(伏)과 복(福) 아주경제 201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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