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고기 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기잡설 2

최초의 가축들

최초의 가축 개

최초로 사육된 가축은 개다. 유럽인들이 전세계로 진출했을 때 세계 모든 민족들이 개를 기르고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식물 재배가 시작되기 직전에 살았던 중석기 시대 사람들의 집터에서 개 사육의 증거를 찾았다. 인간은 개를 여러 가지로 사용했다. 처음에는 사냥에 이용했다. 그러다가 다른 가축들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양과 염소를 사육하는데 개를 이용했다.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

  전세계적으로 양, 소, 염소, 돼지, 말의 사육이 일반화 된 이유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고고학자 고르동 쉴드는 인간과 가축의 밀접한 관계는 빙하기가 끝나면서 근동지역의 기후가 매우 건조해지고 가젤이 많이 살던 네게브 지역의 사막화가 진행 되던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추정했다. 그런 지역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모두 물이 있는 오아시스에 함께 모여서 살아야만했다. 인간은 그렇게 발전된 공생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살펴 보자. 

영국의 인류학자 프란시스 고턴은 가축화는 엄청난 숫자의 사름들에 의해 반 무의식적인 시도가 수세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느린 속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선택이 이루어지고 그중 상당수는 다시 원래의 원신 형태로 되돌아가는 일이 반복됨녀서 오늘날의 가축종이 정착되는 과정을 거쳐왔다고 주장하면서 야생동물이 가죽이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여섯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튼튼해야 한다. 

어린 새끼는 대부분 이유전에 어미로부터 떨어져도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한다. 도한 새로운 먹이 새로운 생활환경 온동, 습도, 전염병, 기생충 등과 같은 여러 조건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천성적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해야 한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사회 행동의 구조가 사람의 그것과 훌륭하게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다 자란후에도 계속 사람의 영향 아래 있을 수 있도록 절대적인 위계 질서를 토대로 한 행동 양식을 갖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어야 한다. 

셋째, 생활환경에 대한 욕구가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 

골턴이 말라려 하는 것은 예를 들어 영양이나 가젤 도는 사슴류처럼 당장 도망쳐버리는 식의 습성이 있으면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적응성이 없는 동물들은 가두어두거나 과밀한 상태에서 사육되면 먹이를 먹지 않거나 번식을 중단할 수 있다.

넷째, 고대인들에게 유용성이 커야 한다. 

원시 공동 사회에서는 보유가 쉬운 식량원 즉 필요한 때면 언제든 고기를 제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저장 식량으로서의 기능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다섯째 자유로운 번식이 가능해야 한다. 

골턴이 정확하게 관찰한 바와 같이 이것은 가축화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일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물 사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만들 수 있는 동물원이라는 환경하에서도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그 번식 집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섯째, 사육이나 관리가 쉬워야 한다. 

이조건은 무리가 흩어지지 않게 잘 모아 둘 수 있고 더욱이 목동 한사람이 무리를 들 볼 수 있을 만큼 성질이 양순하고 식성이 까다롭지 않으며 군거성을 가져야 한다는 세 가지 특성을 필요로 하는 가축종에 해당한다.  

   

거세

거세는 가축 사육 초기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몸집이 작은 짐승들은 남성이 다룰 수 있었지만 큰 짐승들은 쉽게 다룰 수 없었다. 수소는 물론 이후에 사육되는 숫말이나 몸집이 큰 수퇘지 같은 가축들이 그에 해당한다. 어느날 수컷의 고환을 떼어버리면 더 다루기 쉬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발정기의 수소가 암컷 주변에서 날뛰는 행동이 바로 성욕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성욕을 제거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환은 몸 바깥에 나와 있어 새끼 때 간단히 떼어버릴 수 있었다. 사육자들은 이내 고환을 떼어버리면 생식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대신 가축들은 성질이 훨씬 유순해졌다. 목축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암컷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수컷보다 성질이 온순했다. 원시시대의 사육에서 중요한 점은 이렇게 거세 이외에 가축을 우리에 가두고 인간을 낯익은 존재로 여기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은 아마 상당히 오래 걸렸을 것이다. 풀오 놓으면 야생으로 돌아가는 짐승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지금 호주에서 살고 있는 들소, 물소, 낙타 등은 옛날 인간에 의해 사육되었던 짐승들이다. 아직도 세계 각지에는 야생마, 돼지, 당나귀들이 있다.     


가축의 소비

신석기 농업 혁명 즉 사육과 경작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주로 곡물과 야채를 주식으로 했다. 동식물이 사육되면서 동물보다는 식물의 생산량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물음식을 먹었다. 육식을 하는 기회는 숫컷이 남아 돌 때였다. 가축 사육자들은 숫컷과 암컷이 엇비슷하고 태어나지만 번식을 위해서는 숫컷 한 마리에 많은 암컷을 가는 편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숫컷을 거세하고 잡아 먹었다. 거세하기 힘든 새의 숫컷들은 그냥 잡아 먹었다.     


야생말이 지금의 말로 진화하기 전까지 말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석기 시대 중기의 베이징 원인들이 남겨놓은 유적이나 사옹 에 루아르의 유명한 솔뤼트레 절벽 밑에서는 많은 양의 말뼈가 쌓인  화석이 발굴되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냥꾼에게 쫒긴 수십만 마리의 말들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말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말고기를 먹는 것이 야만적이거나 심지어는 죄악으로까지 여겨지게 된다. 아테네인과 로마인들도 유럽의 기독교인들처럼 말고기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재앙이 닥쳤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말고기를 먹었다. 말은 소,말, 양,돼지, 개중 가장 늦게 가축이 된 동물이다. 최초로 말의 가축화가 시작된 신석기 시대 말엽에는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었다. 이를 입증해주는 절단된 말뼈가 다른 단편적인 음식 유물과 함께 일부 고고학적 유적에서 출토되고 있다. 이 초기 농민이 말을 물자를 운반하거나 사람이 타거나 수ㅡ레 등을 끄는데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 이전에는 소가 쟁기질을 하는 등의 경작용 동물로 그리고 수레를 끄는 등의 견인용 동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일단 말이 교통 수단으로 정착하게 되자 인간의 생활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놀랄 만큼 늦게 일어나서 유럽에서는 기원전 2000년 남러시아와 서아시아에서는 그보다 겨우 1000년 빠르게 시작되었다. 이렇게 되자 승마의 세계가 열렸다. 말은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차츰 기마 기술이 발달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영토를 정복할 수 있었다.     


양은 원래 고기가 아니라 털을 이용하기 위해 길렀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양고기를 먹는다.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많이 사육하는 가축인 염소는 먹을 것을 가리지 않는다. 마그리브와 사하라 지역이 사막화 된 것은 그런 염소들의 무차별적인 식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람들은 염소고기를 양고기만큼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맛이 좋은 새끼 염소고기는 좋아한다. 중세에는 소금에 절인 숫염소의 고기로 맛이 진한 수프를 끓여 먹었다.     


 

마케도니아, 크레타, 아나톨리아에서는 기원전 7000년경 처음으로 소(보스프리미게니우스)를 사육하기 시작하였다. 기원전 5000년경의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다른 종류의 소를 사육했다. 그러나 이 두종류의 소는 현재 모두 멸종해버렸다.

페리클레스 시대(BC500)의 페르시아에서는 쇠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지만 미식가였던 다리우스 대왕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휘장을 쳐놓고 소를 통째로 먹었다. 중세 말기까지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고 오늘날 우리가 많이 먹는 쇠고기와 양고기는 특별한 식품이었다. 쇠고기를 비롯한 가축의 고기는 소금에 절여서 저장했다가 삶아서 기름이나 식초를 쳐서 먹었다, 소금에 절이거나 말린 고기는 군인과 선원들의 중요한 비상 식량이었다. 

중세의 문헌에서는 도시 사람들이 고기찌꺼기를 많이 먹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먹었던 고기 찌꺼기는 내장, 위, 다리, 분비샘, 혀등이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것을 먹었을 것이다.  맛이 좋은 고기는 상류층의 몫이었다. 중세 유럽에서도 농촌에서 일해주고 우유도 생산하는 소는 중요한 재산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기 전에는 소를 죽이지 않았다. 늙은 소의 질긴 고기는 찜, 냄비요리, 포토푀의 재료로 섰다. 이런 전통이 18세기에 영국으로 전해져서 전통적인 영국식 스튜와 끓이거나 볶는 쇠고기 요리로 발전했다. 

로스트 비프를 자신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는 영국인들은 쇠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전형적인 영국 음식이 되어버린 쇠꼬리 수프는 1774년에 발간된 메농의 요리책 중산층의 음식에 소개 된 것으로 프랑스 혁명 때 이주한 사람들에 의해서 영국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어로 비프테크라고 부르는 비프스테이크는 워털루 전쟁(1815)후 영국군이 파리의 튈르리 궁정에 주둔하고 있을 때 전해졌다. 굽거나 튀긴 스테이크에 감자 칩을 곁들여 먹는 관심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모두 유행했다.    

페니키아, 크레타, 그리스 라틴 알파벳 첫글자인 알레프(⍺)는 가장 중요한 재산인 소의 머리를 상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은 고대로부터 전해왔던 소에 대한 경외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돼지

돼지는 양과 염소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시기에 멧돼지 사육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돼지는 초기 동유럽과 서아시아에서 염소만큼 식용으로는  선호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시기(문화적으로 중석기 시대)의 유럽 북부와 서부에서는 멧돼지가 붉은 사슴과 함께 주된 식육의 공급원이었다. 2000-3000년후 초기 농민이 동쪽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사육된 돼지를 전파했다. 처음에는 돼지와 소가 가축 양이나 산양보다 더 성공적으로 번성했다. 그 이유는 삼림이 울창한 지세와 지역적 환경이 염소와 같은 동물보다는 돼지와 소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신석기 시대 말엽부터 청동기 시대 초에 이르기까지 양이 가장 보편적인 가축종으로서의 지위를 차지 하기 시작했다. 후빙기 초의 북유럽에서 멧돼지는 광범위한 낙엽수림 지역에 인접한 계곡과 늪지에 대한 뛰어난 적응성 덕분에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멧돼지는 성질이 사납지만 어린 새끼는 길들이기가 쉽고 사람의  거주지와 공동으로 생활하는데에도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초기 신석기 인들이 자신들이 사육했던 토착 개체에 다른 곳에서 얻은 그 귀중한 종을 이종교배 시킬 이유가 충분했다.     


최초의 도축업자

 시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하던 도축업은 중요한 사업이었다. 중세 이탈리아인들은 짐승을 도축하는 일을 예술이라고 까지 생각했다. 도축업은 오래 전부터 조직화되어 있었고 철저한 감독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변화가 중세 이후에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회구조가 고도로 조직화되어 있던 로마의 식육점은 취급하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서 쇠고기를 취급하는 보아리이,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수아리이 그리고 가금류와 사냥고기를 취급하는 페쿠아리아로 구분되어 있었다. 

최초의 전문적인 도축업자는 8500년 전에 요르단에 살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요르단의 베다 유적지에서는 아래층에 세 개의 점포가 있는 벽돌집이 발굴되었다. 한 상점에서는 엉성한 돌칼과 함께 전문가의 솜씨라고 할 정도로 살을 잘 발라낸 뼈들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서 그 상점에서 고기를 잘라 팔았던 것이 틀림없다. 

식용 고기를 잘라서 파는 사람을 뜻하는 도축업자(프랑스어 부세(boucher)에서 유래된 부처(butcher)와 고대 이탈리어의 베카이오(beccaio)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3세기부터였다.

도축업자들은 처음에는 주로 소금에 절인 염소고기를 취급했지만 점차 쇠고기도 팔았다.도축업자라는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중세의 쇠고기 소비가 얼마나 적었던가를 알 수 있다. 이탈리아어 마첼라이오(macellaio)에서 유래된 것으로 싸구려 여관을 운영하면서 짐승을 도축해서 팔기도 했던 사람들 (maiselier)이라는 말은 도축업이 여관업과 분화되면서 사라졌기 때문에 영어에는 전해지지 않았다.  

        

참고 문헌 

인간과 가축의 역사 J.C. 블록 새날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 하비 다이아몬드 사이몬북스 

먹거리의 역사 마귈론 투생-시마 까치

사람의 역사 아서 니호프 푸른숲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정기문 책과 함께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WHY? 인류 이광웅 예림당

네이버 지식백과]

인류의 출현

 - 우주선 지구호에 주인이 등장하다 (대단한 지구여행, 2011. 8. 1., 푸른길)

매거진의 이전글 고기잡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