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judices Against the Pig 돼지에 대한 편견
돼지고기의 세계사
2. 돼지에 대한 편견
돼지는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동물이지만, 동시에 가장 잘 알려진 식품 금기의 대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식용되는 동물 중에서, 돼지는 ‘불결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유일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유대교도와 이슬람교도 모두 종교적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금기의 배경에는 돼지가 잡식성이며, 음식물 쓰레기나 심지어 배설물까지 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구약성경의 『레위기』 11장 7절과 『신명기』 14장 8절에 따르면, 돼지는 발굽은 갈라졌지만 되새김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대인에게 부정한 동물로 간주된다. 되새김을 하는 반추동물은 풀을 주된 먹이로 하여 식물성 식단만을 따르는 동물인데, 이는 청결하고 순수한 먹이 습성을 나타낸다고 여겨졌다. 반면, 돼지는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섭취하며, 고기, 뿌리류, 쓰레기, 심지어 배설물까지도 먹는다. 과거에 마을이나 도시에서 돼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시절, 사람들은 돼지의 이 같은 혐오스러운 식성을 늘 목격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더욱 강한 거부감을 가졌을 것이다.
겉보기에 더러운 습성이 돼지고기에 대한 혐오의 주요 원인처럼 보이지만, 문화적·종교적 금기의 배경에는 보다 복합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는 고대 히브리인들이 돼지를 거부한 이유를 돼지가 그들의 동물 분류 체계에서 적절한 범주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갈라진 발굽을 가진 동물은 되새김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초식동물이라는 생태적 특성과 부합한다. 그러나 돼지는 발굽은 갈라졌지만 되새김을 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관점에서 ‘불완전한’ 동물로 여겨졌던 것이다.
또한 초기 히브리인과 아랍인과 같은 유목민족은 소, 양, 염소처럼 무리를 지어 이동할 수 있는 가축을 선호하였다. 반면, 돼지는 집 근처를 중심으로 단독으로 행동하는 특성이 있어, 유목 생활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들은 돼지 사육을 정착민의 생활양식과 연관지었고, 자신들이 거부한 ‘이질적 삶의 방식’과 동일시하였으며, 그 결과 돼지를 종교적으로 금기시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였다. 이러한 금기는 유목 생활을 벗어나 정착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이와 같은 식품 규율은 단순한 식단 제한을 넘어서, 유대인의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고 외부의 ‘불신자’들과 자신들을 뚜렷하게 구별짓는 수단이 되었다. 기원전 2세기,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가 유대 지역을 통치할 당시, 그는 유대 문화를 헬레니즘화하려는 일환으로 유대인들에게 종교 율법을 어기도록 강요하였으며, 이에는 돼지고기를 먹도록 하는 명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따르기를 거부한 자들은 처형되었다.
디아스포라 이후,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의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절박해졌다. 돼지고기는 유럽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식품이었기 때문에, 다른 부정한 동물들(예: 조개류)보다 더욱 강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이방인 다수 집단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고, 그 속에서 박해를 받아온 유대인들에게 돼지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종교적·사회적 차별과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이다.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1135–1204)는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유를 부분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보다 강하게는 위생상의 이유로 설명하였다. 그는 돼지고기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이며, 돼지는 ‘습성과 먹이가 매우 더럽고 혐오스럽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유대인들에게 돼지고기 섭취가 허용된다면, “그들의 거리와 집은 오물통보다도 더 더럽게 될 것이며, 이는 오늘날 프랑크족의 나라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고 서술하였다. 실제로 돼지고기 섭취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데, 돼지가 회충병(트리키넬라증)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질병과 그것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밝혀졌기 때문에, 성서의 저자들이나 마이모니데스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
이슬람을 처음 전파할 당시 무함마드 역시, 음식 금기를 통해 자신의 소수 신도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대교에서 유래한 금기 규정을 일부 차용했으나, 그 적용 범위는 보다 제한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돼지고기와 피, 그리고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지 않은 동물이나 이교도 의식에 희생된 동물의 섭취를 금지하였다.
이러한 돼지고기와 부정함, 건강상의 문제를 연결하는 관념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무슬림 위구르인들은 중국인들이 ‘무엇이든 먹는다’는 식문화에 혐오감을 느끼며, 중국 요리사가 자신도 모르게 돼지고기를 음식에 넣을까 늘 걱정한다. 음식 작가 퍄샤 던롭(Fuchsia Dunlop)이 위구르인 택시기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진정한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피부에 피를 뿜는 종기가 생기고,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성서와 코란의 돼지고기 금기는 고대 중동 부족 사회에서 이미 존재하던 어떤 선사시대의 금기를 종교적으로 재구성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금기가 스코틀랜드의 일부 지역에도 영향을 주어, 18세기까지 돼지고기에 대한 혐오가 남아 있었으며, 이는 사무엘 존슨과 월터 스콧에 의해 언급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블랙 푸딩은 돼지 피로 만들어지지만, 스코틀랜드의 해기스(haggis)는 양의 피를 양의 위에 담아 만든다.
결정적으로, 돼지는 유럽의 삼림지대와 달리, 건조한 중동 지역에서는 사육하기 그리 쉬운 동물이 아니었을 것이다. 습하고 나무가 울창한 지역에서는 돼지가 필요한 그늘과 진흙 웅덩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중동의 건조한 기후는 그렇지 않았다. 돼지는 땀샘이 없고 햇볕에 타기 쉬워 그늘과 진흙이 필수적이며, 유럽의 숲처럼 도토리 등 먹거리가 풍부한 환경에서야 자급자족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