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의 세계사 3.

유럽의 돼지고기

돼지고기의 세계사

3.유럽의 돼지고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영웅 아킬레우스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비계가 풍부한 큰 돼지의 등심(loin)’과 양, 염소의 등심을 함께 준비한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고기를 자르고 꼬챙이에 꿰어 소금으로 간한 뒤, 모닥불의 숯불 위에서 구워낸다. 이후 이들은 고기를 빵과 포도주와 함께 손님들에게 제공한다(제9권).

이후 요리는 점차 정교해졌지만, 우리가 구체적인 조리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로마 시대에 들어서부터이다. 일반 그리스인들은 고급 구이용 고기를 쉽게 접할 수 없었으며, 대신 소시지류에 익숙했다. 이에는 블랙 푸딩(돼지 피로 만든 소시지)과 당류를 첨가한 소시지도 포함된다.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기원전 446~기원전 386년)는 그의 풍자극 『기사들(The Knights)』에서 소시지 장수를 정치인에 비유한다. 이는 둘 다 모든 정책을 잘게 다져 소스로 감싸 포장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의미이다.

블랙 푸딩은 일반적으로 돼지 피로 만들어지며, 아시리아인들도 이를 만들어 먹었다. 오늘날 유럽 여러 나라에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부댕 누아르(boudins noirs)’라고 불리며, 여기에 신선한 돼지 비계, 양파, 향신료, 크림 등을 넣어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종종 크리스마스이브 자정 미사 후에 제공된다. 한편, 스파르타의 악명 높은 블랙 브로스는 돼지고기, 보리, 소금, 식초로 만든 스튜였다.

로마인들에게 돼지고기는 가장 선호되는 육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농가의 식사에 풍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호화로운 연회에서도 중심 요리로 등장하였다. 로마인들은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가장 건강하고 소화가 잘 되는 고기로 여겼다. 로마에서 활동했던 그리스 의사이자 철학자 갈레노스(129~199년)는 돼지고기를 ‘모든 음식 중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다’고 평가하였다. 그는 운동선수나 도랑을 파는 노동자 등, 육체 노동자들이 돼지고기 대신 다른 음식을 섭취하면 눈에 띄게 힘이 빠진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그는 돼지고기와 인간의 살이 맛과 냄새 면에서 매우 유사하여, 어떤 사람들은 모르게 인육을 돼지고기로 착각하고 먹은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대플리니(Pliny the Elder, 29~79년)는 돼지고기가 제공하는 풍미의 다양성을 최초로 칭송한 인물일 수 있다. 그는 “다른 모든 고기들은 각각 하나의 맛만을 지니는 데 비해, 돼지고기는 거의 50가지 맛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돼지고기는 풍부한 가공 제품 외에도, 신선한 상태로 다양한 향신료 및 양념과 잘 어울린다.


행군 중이던 로마 병사들은 염장 소시지를 배급식으로 지녔다. 기원전 1세기 바로(Varro)의 『농업론(On Agriculture)』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로마 시민이라면 누구나 농장을 갖고 있다면 돼지를 기른다고 말한다. 시인 호라티우스의 이웃으로 등장하는 강건한 소작농 오펠루스(Ofellus)는 평일에는 훈제 햄의 정강이살과 채소를 식사로 삼았으며, 손님을 접대할 때는 어린 암탉이나 새끼 염소 요리를 내놓았다(『풍자시』 2권 2편).

가난한 오두막에 살며 신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인간으로 가장한 채 맞이한 바우키스(Baucis)와 필레몬(Philemon)은, 손님에게 제공할 최고의 환대의 표시로 양배추 요리에 돼지고기 얇은 한 조각을 곁들여 대접하였다.

한편 로마의 연회에서는 수많은 요리가 제공되었으며, 이 중 돼지고기는 복잡하고 화려하게 조리되어 자주 등장하였다. 돼지고기는 종종 이국적인 재료로 속을 채운 통돼지구이 형태로 제공되었다. 페트로니우스(Petronius)의 『사티리콘(Satyricon)』에 등장하는, 천박한 해방 노예 트리말키오(Trimalchio)의 연회는 이러한 로마식 사치스러운 연회의 과장을 보여주는 예다. 그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해방 노예를 상징하는 모자를 쓴 거대한 야생 암퇘지였으며, 그 주변에는 젖을 빠는 듯한 모양의 패스트리로 만든 새끼 돼지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암퇘지의 뱃속에는 살아 있는 칠면조들이 들어 있었다.

이 연회 전체에는 돼지가 중심 요소로 등장하며, 마지막 장면은 익살극으로 마무리된다. 요리사가 거대한 돼지 한 마리를 손질하지 않은 채 내놓았다고 자책하며 용서를 구한 뒤, 즉석에서 그 배를 가르자 블랙 푸딩과 소시지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로마에 거주하던 이집트계 그리스인 아테나이오스(Athenaeus)는 저서 『식객들의 대화(Deipnosophists)』(2세기 CE)에서 후기 고전 시대 로마의 화려한 요리를 생생히 묘사하였다. 이 책에서 미식가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수많은 돼지고기 요리가 언급되며, 특히 식초, 커민, 기타 향신료에 담긴 삶은 암퇘지 자궁과 같은 독특한 요리들도 포함되어 있다.

로마인들은 돼지의 내장을 특히 귀하게 여겼으며, 이에 대한 사용은 호화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사치 금지법에 따라 제한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아피키우스(Apicius)의 요리책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세한 레시피 모음집이며, 실제로는 1세기 CE 이후 여러 저자들의 기록을 모은 것이다. 이 책은 전문 요리사와 노예를 거느린 부유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일부 레시피는 전체 동물이나 고가의 향신료, 와인을 요구하는 등 부유층을 위한 것이지만, 중산층 도시민도 조리할 수 있을 법한 레시피도 많으며, 일부는 꽤 간단하다.

예를 들어, 보리 수프는 햄 정강이뼈로 만들 수 있으며, 베이컨은 딜을 듬뿍 넣고 끓인 뒤, 약간의 기름과 소금을 뿌려 먹는다. 다소 정교한 스튜로는 ‘아피안 콘키클라(Appian conchicla)’가 있다. 이는 잘게 썬 소시지, 다진 돼지고기 속, 돼지 어깨살, 향신료를 섞은 후 익힌 말린 완두콩과 함께 배합하고, 로마의 대표적 어장(魚醬)인 리쿠아멘(liquamen), 와인, 기름을 붓고 약한 불에 끓여 만드는 요리다. (리쿠아멘은 오늘날의 태국 피시소스와 유사한 로마 시대의 만능 어장이다.)

또 다른 스튜 ‘마티안 미누탈(Matian minutal)’은 쇠고기 완자, 구운 돼지 어깨살과 그 껍질을 리쿠아멘과 육수에 양념하여 끓인 뒤, 잘게 썬 마티안 사과, 향신료, 식초, 꿀, 끓여 농축한 과일 시럽인 데프루툼(defrutum)을 넣어 만든다. 마지막으로 소스를 말린 생 반죽(트락타, tracta)을 부숴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돼지 어깨살은 보리와 무화과와 함께 삶은 뒤, 꿀을 발라 뜨겁게 달군 팬에 굽고, 단맛의 건포도 와인 소스와 포도주로 만든 번(bun)과 함께 제공된다.

돼지 위장은 다진 돼지고기, 뇌, 날달걀, 강한 향신료로 속을 채운 뒤 삶거나 구울 수 있으며, 고환이나 자궁도 속을 채워 구이 요리로 만들 수 있다.

아피키우스에 수록된 일부 호화로운 요리는 요리사의 기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로마 요리사들은 종종 주재료의 본래 성질을 변형시키려 하였으며, 예컨대 고기를 와인, 꿀, 리쿠아멘, 8~10종의 향신료가 들어간 달콤한 소스로 덮는 방식이 그러하다.

한 정교한 캐서롤 요리는, 내장을 감싸는 지방막(콜펫)으로 깊은 틀을 안감 처리하고, 기름, 구운 잣, 익힌 마른 완두콩, 삶은 돼지고기 조각과 다진 구운 소시지 등을 층층이 쌓은 뒤 마지막에 완두콩으로 마무리한다. 그 위에는 돼지 뱃살을 리쿠아멘, 물, 대파, 생고수, 다진 고기, 가금류, 뇌, 향신료와 함께 끓여 만든 소스를 붓고, 덮어서 오븐에 구운 뒤 접시에 엎어 담아, 삶은 달걀 흰자, 흰 후추, 잣, 꿀, 백포도주, 리쿠아멘을 섞은 장식 소스로 마무리한다.

가장 호화로운 돼지고기 요리인 젖먹이 돼지구이에 대한 레시피는 17가지나 수록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속 재료로 닭고기 다짐육, 개똥지빠귀·무화과박쥐 고기, 소시지, 씨를 뺀 대추, 말린 구근류, 껍질 벗긴 달팽이, 당아욱, 비트, 대파, 셀러리, 삶은 양배추, 고수, 통후추, 잣, 달걀 15개, 리쿠아멘을 섞는다. 돼지를 구운 뒤 등 쪽을 갈라, 후추, 톱풀, 리쿠아멘, 건포도 와인, 꿀, 기름으로 만든 소스를 붓고, 전분으로 농도를 내 마무리한다.

호화로운 식탁을 위해 로마인들은 다리가 짧은 돼지를 우리에 가두어 키웠으며, 곡물은 물론 무화과나 꿀에 절인 와인을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햄은 갈리아(현 프랑스)에서 수입하였다. 갈리아 사람들은 이미 기원전 1000년부터 햄을 가공하였으며, 참나무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반야생 상태로 돼지를 키우다 필요할 때 잡아 고기를 취하였다. 갈리아인들은 연회에서 특히 신선한 돼지고기나 염장 돼지고기를 대량 소비한 것으로 유명하였다.


로마인들은 여러 종류의 소시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중 루카니아 소시지(Lucanian sausages)는 강하게 양념한 다진 돼지고기로 만들어졌으며, 벽난로 위에서 훈연되어 조리 없이 섭취되었다. 유럽 각국에서는 다양한 소시지가 발달하였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안두예트(andouillettes)는 돼지의 작은창자(소시지 케이싱으로도 사용됨)로 속을 채운 것이며, 제노바 살라미(Genoa salami)는 다진 생돼지고기와 지방에 마늘, 소금, 향신료를 강하게 넣어 양념한 후, 공기 건조, 훈연, 숙성시킨 것이다.

폴란드의 크라코프스카(Krakowska, 미국에서는 킬바사 kielbasa로 알려짐)는 잘게 간 돼지고기, 지방, 쇠고기에 마늘과 허브를 넣어 양념하고 훈연한 소시지이다. 스페인의 초리소(chorizo)는 돼지고기에 단맛과 매운맛의 파프리카를 넣어 훈연한 것이다. 그리스의 루카니카(loukanika)는 양념된 적포도주에 절인 돼지고기 뱃살 조각을 건조하거나 삶아 만든다. 스웨덴의 율코르브(julkorv)는 크리스마스용 감자 소시지로, 잘게 간 쇠고기, 돼지고기, 감자를 동일한 비율로 섞어 만든 뒤 삶는다.

독일에서는 약 300종의 다양한 지역별 소시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레버부어스트(Leberwurst)는 간과 지방을 혼합한 조리된 소시지이고, 테부어스트(Teewurst)는 생돼지고기(때로는 쇠고기 포함)를 부드럽게 갈아 향신료를 강하게 넣고 숙성시킨 페이스트 형태이다. 블루트부어스트(Blutwurst)는 돼지 피에 지방 조각과 때로는 혀 조각을 넣어 만든 조리된 소시지이다. 이러한 소시지들은 익히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소시지는 고급 음식이 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서민 음식으로도 자리잡아 왔다. 특히 곡물 충전물이 많이 들어가 있을 경우 그러하다. 영국의 소시지는 최대 50%까지 곡물이 포함될 수 있다. 19세기의 언론인 헨리 메이휴(Henry Mayhew)는 서민의 소시지인 '패것(faggots)'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돼지의 내장과 지방, 빵가루 혹은 오트밀을 동일한 비율로 섞고, 향신료를 더해 내장막으로 싸서 오븐에 구운 음식이다.

수세기 동안 돼지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육류 공급원으로 남아 있었다. 중세 초기 잉글랜드에서는 돼지가 숲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익숙했기 때문에, 둠즈데이 북(Domesday Book)에서는 어떤 숲이 얼마나 많은 돼지를 방목할 수 있는지 기준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대지주들은 자신들의 돼지를 숲으로 내보내고, 구르트(Gurth, 『아이반호』의 등장인물) 같은 돼지치기를 따로 고용하였으며, 중산층 농가도 한 마리 이상의 돼지를 기를 수 있었다. 돼지는 소나 양처럼 목초지가 필요하지 않았고, 숲, 길가, 도시 거리 등에서 먹이를 스스로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었다.

도시 빈민들도 19세기까지 돼지를 기르는 일이 흔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맨체스터 빈민가의 좁은 골목을 돼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모습을 기록했고, 거의 모든 안마당에 돼지우리도 있었다고 했다. 19세기까지도 나폴리 같은 도시에서는 돼지를 거리 청소 용도로 활용할 정도였다.

시골 지역의 돼지 주인이나 돼지고기 품질에 민감한 사람들은 돼지를 우리 안에 가두고 집과 정원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먹였다. 양조장을 운영하거나 가정에서 맥주를 담그던 농민들은 맥주 제조 후 남은 맥주 찌꺼기(mash)를 사료로 사용했고, 유제품 농가들은 치즈 생산 후 남는 유청을 사료로 활용했다.

E. B. 화이트의 작품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 1952)』에 등장하는 돼지 윌버(Wilbur)는 돼지를 거의 비용 없이 잘 기를 수 있었던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윌버는 탈지유, 밀기울, 남은 팬케이크, 반쪽 도넛, 여름 호박 껍질, 딱딱한 토스트 두 조각, 생강 쿠키 한 조각, 생선 꼬리, 오렌지 껍질, 국수국물 속 국수, 코코아 거품, 오래된 젤리롤, 쓰레기통 안 종이 조각, 라즈베리 젤리 한 숟갈 등을 식사로 제공받았다.


돼지는 일반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는 11월 또는 12월에 도축되었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신선한 돼지고기를 즉시 소비해야 했으며, 나머지 고기는 보존 처리를 해야 했다. 도축 시 돼지는 거꾸로 매달린 채 경동맥을 한 번에 베어 기절시켰다. 이 방식은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즉시 의식을 잃게 하면서도 심장은 계속 뛰도록 하여 피가 강하게 분출되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블랙푸딩을 만들기 위해 수거되었다.

이처럼 쉽게 상하는 피는 돼지의 위장이나 창자에 담겨 향신료, 내장, 지방, 곡물, 때로는 양파와 섞은 뒤 조리되었다. 이렇게 만든 선지 소시지 또는 푸딩은 바로 먹기도 하고, 건조시켜 몇 주 후에 먹기도 했다. 고기의 일부는 신선한 상태로 소비되었고, 옆구리 부위는 소금을 뿌린 뒤, 염수가 빠질 수 있도록 홈이 있는 통에 쌓아두고 약 6주간 숙성시켰다. 이후엔 통풍이 잘되는 시원한 장소에 걸어 건조시키고, 마지막으로 벽난로 굴뚝에 약 한 달간 훈연시켰다. 이때 불에 너무 가깝지 않도록 주의했다.

윌리엄 코벳(William Cobbett)에 따르면, 제대로 만들고 보관한 베이컨은 “1년 후에도 첫날만큼 맛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가정은 가장 좋은 부위인 로스트와 햄은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1년간 식탁을 베이컨과 소시지로 채웠다. 19세기의 사무엘 시드니(Samuel Sidney)는 “노동자에게는 돼지만큼 훌륭한 저축수단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여름 초에 한 마리의 돼지 새끼를 금화 한 닢에 구입해 집안 찌꺼기로 키우다가 크리스마스에 도축하면, 햄을 팔아 다음 해의 새끼돼지를 살 수 있고, 나머지 고기는 비용 없이 가족이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돼지를 도축하는 시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중 가장 큰 축제였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돼지는 서민에게 유일한 육류 공급원이 되었다. 가장 가난한 농민들은 고기를 전혀 얻지 못했지만, 약간 형편이 나은 이들은 베이컨을 먹을 수 있었다. 윌리엄 랭글랜드의 시 속 농부 피어스 플로우맨은 고기를 전혀 먹지 못했지만, 요먼(자유 농민)은 베이컨 슬라이스를 지니고 있었다. 베이컨은 흔히 말린 콩류와 함께 조리되었는데, 이는 두 식재료 모두 겨울 내내 보관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짠 돼지고기가 콩류의 맛을 살리고, 콩류는 베이컨의 염도를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영국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포크 앤 피스 푸딩(pork and pease pudding)’은 양념한 으깬 말린 완두콩을 천에 싸서 절인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함께 끓여 만든다.

『코티지 이코노미(Cottage Economy, 1823)』에서 코벳은 돼지가 노동자 계층의 복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를 길게 설명했다. 그는 “베이컨 두 조각을 집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도둑질이나 밀렵을 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5만 편의 감리교 설교나 종교 소책자, 수많은 형법조항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노동자가 가난하고 영양 부족 상태에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그들이 돼지고기 – 즉 베이컨과 라드 – 를 경시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코벳은 농민이 생후 4개월 된 돼지를 구입하라고 권했다. 이 시기의 돼지는 들판이나 길가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고, 부엌이나 정원에서 나오는 찌꺼기로도 충분히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사육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돼지가 생후 1년쯤 되면 곡물로 살을 찌워야 하며, 도축 후 첫 주는 피와 내장으로 만든 요리들로 가족이 넉넉히 지낼 수 있다. 그 다음 날 도축업자가 와서 고기를 손질하면, 집안에는 다양한 부위의 고기로 가득 찬다. 족발, 갈비, 어깨뼈, 넓적다리, 스페어립, 로인, 삼겹살, 볼살 등 각 부위가 차례로 소비되며, 마지막 부위가 다 떨어지는 데는 약 4~5주가 걸린다. 이후 남은 옆구리 고기, 즉 베이컨용 부위는 염지되어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된다.

베이컨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차게 먹어도 따뜻할 때 못지않으며, 들이나 숲속으로 들고 다니기도 쉽다. 같은 무게의 어떤 식재료보다 에너지 함량이 두 배라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라드 역시 중요했다. 시골 아이들은 빵에 라드를 발라 먹는 것을 기쁘게 여겨야 했으며, 버터를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의 결과라고 여겨졌다. 북유럽에서는 식물성 기름이 수입되어야 했고, 버터는 부유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라드와 베이컨이 서민 식단에서 지방을 보충하고, 저렴하고 심심한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더 나은 생활 수준을 누리던 사람들은 상당한 양의 고기를 소비했다. 당시 의사들은 고기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여겼다. 중산층 가정은 저녁 식사에 반드시 큰 고기 요리를 한 가지 이상 기대했고(카톨릭 국가에서는 금육일을 제외하고), 상류층은 다양한 육류, 가금류, 해산물을 제공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14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계층의 남성이 젊은 아내에게 가정 운영과 요리를 가르치기 위해 쓴 『선량한 아내를 위한 지침서(Le Ménagier de Paris)』는 중상류층의 고급 식단을 잘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제시된 저녁 식단의 중심은 항상 로스트였으며, 봄 양파와 덜 익은 포도즙(버주스)을 곁들인 돼지고기 꼬치구이, 정성스럽게 속을 채운 젖먹이 돼지, 소금에 절인 햄을 삶은 요리, 사프란과 곡물 버주스로 끓인 햄에 생강과 빵, 으깬 포도소스를 곁들인 요리 등이 소개되어 있다. 돼지고기는 보통 저장 식품으로서 소시지, 구운 멧돼지 꼬리, 소금에 절인 등심, 돼지고기로 만든 아스픽 등으로 곁들여졌으며, 완두콩 수프나 토끼 스튜 같은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재료로도 활용되었다. 라드는 오늘날의 버터처럼, 삶은 완두콩에 마지막 풍미를 더하는 재료로 자주 사용되었다.

1345년, 한 지방 영주가 십자군 원정을 떠나며 아내에게 가정 관리 지침을 남겼는데, 하인 수를 30명으로 제한하고 매주 한 마리의 신선한 돼지, 연간 30마리의 염장 돼지를 배정하라는 지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는 쇠고기가 흔치 않았으며, 선호되지도 않았다. 소는 보통 착유나 노동용으로 키웠기 때문에 도축될 때는 이미 나이가 많고 질긴 상태였다. 송아지고기는 귀했으나 보존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돼지고기는 오히려 저장함으로써 풍미가 깊어지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돼지는 서민층에게 흔한 가축이었고, 염장 돼지고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식품이었기 때문에, 왕실 식단이나 고급 요리서에는 중심 요리로 잘 등장하지 않았다. 고급 연회에서는 가금류와 야생 육류가 더 선호되었다. (오늘날 저렴하게 여겨지는 닭고기조차 19세기까지는 비교적 비싼 식재료였으며, 야생 고기는 상류층만이 사냥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귀했다.)

예외적으로, 젖먹이 돼지는 여전히 고급 식재료로 간주되었다. 어미 젖만 먹고 자란 이 돼지들은 생후 2주에서 6주 사이에 도축되며, 특히 3~4주 된 개체가 가장 맛이 좋다고 여겨졌다. 19세기까지도 젖먹이 돼지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고기였으나, 오늘날에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의 정복(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 1970)』이나, 어마 롬바우어의 『조이 오브 쿠킹(The Joy of Cooking, 2006년판)』 같은 요리책에는 여전히 젖먹이 돼지 레시피가 실려 있다.

야생 멧돼지는 귀족 고기로 간주되었는데, 이는 사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상류층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멧돼지의 머리는 특히 축제 때 중요한 요리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요리사 알렉시스 소예르(Alexis Soyer)는 이 요리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털을 긁어낸 후,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뼈를 제거한 돼지 머리는 810일간 갈색 설탕과 향신료를 섞은 소금에 절인 뒤, 돼지고기 다진 고기, 베이컨, 송로버섯, 피스타치오로 속을 채우고 머리 모양을 되살려 꿰매어 다시 봉합한다. 이후 향신료가 든 육수에 78시간 푹 삶고, 식힌 다음에는 유약을 바르고, 라드와 송로버섯으로 만든 눈, 반죽으로 만든 엄니, 생화로 장식해 완성한다. 야생 멧돼지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반 돼지 머리로 같은 방식의 요리를 하기도 했다. 『선량한 아내를 위한 지침서』의 저자 역시 귀족을 모방하고자, 아내에게 일반 돼지고기를 멧돼지처럼 맛내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렇듯 귀족의 식탁에서 돼지고기가 메인 요리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중세 요리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19세기까지 이어지는 연회나 정찬에서는 보통 세 코스로 구성된 8~10가지의 다양한 요리가 제공되었으며, 각 코스마다 돼지고기 요리가 곁들여졌다. 예를 들어, 다진 돼지고기, 말린 과일, 향신료, 계란으로 속을 채운 파이, 혹은 더욱 화려하게는 다진 돼지고기와 소시지 속재료, 향신료, 계란, 건포도를 섞은 미트볼을 구운 뒤 사프란으로 황금빛을 내고 꿀을 입혀 계피를 뿌린 튀긴 사과 조각으로 장식한 요리가 제공되었다.

내장류는 귀족 식사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었다. 간, 콩팥, 고환, 흉선(스위트브레드), 뇌, 골수 등은 모두 진미로 여겨졌다. 벤 존슨의 희곡 『연금술사(The Alchemist)』에서 감각적 미식을 추구하는 인물 서 에피큐어 맘몬 경(Sir Epicure Mammon)은 고급 연회 메뉴를 상상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살찐 임신한 암퇘지의 통통하고 기름진 젖, 막 도려낸 그것을
정교하고 강렬한 소스로 조리한 요리.”


이처럼 돼지는 당시 식탁에서 화려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재료였다.


브론(brawn)은 돼지 머리에서 나오는 젤라틴질의 기름진 고기로 만든 음식으로, 크리스마스에 전채 요리로 인기가 높았던 전통적인 부속 요리다. 원래는 멧돼지 고기로 만들었으나, 16세기에 멧돼지가 희귀해지면서 일반 돼지고기로 대체되었다. 돼지 머리는 소금물에 가볍게 절인 뒤 삶아 뼈를 발라낸다. 이 부위는 젤라틴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삶은 육수가 진하고 농축되어 젤리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중세에는 머리 고기를 맥주, 소금, 버주스를 섞은 절임 액에 담가 항아리에 보관하였다. 고기는 식초와 후추를 곁들여 제공되기도 하고, 와인에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만든 향신 시럽에 담아내거나, 갈아낸 아몬드와 설탕을 섞은 소스와 함께 제공되기도 했다. 18세기 이후에는 삶은 육수를 응고시켜 젤리를 만들고, 그 속에 다진 고기를 넣어 틀에 굳히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치즈처럼 원통형으로 몰드에 넣어 만든다. 이러한 형태 때문에 미국에서는 ‘헤드 치즈(head chees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생트 메느울식 돼지 족발 요리(Pieds de Porc à la Sainte Menehould)’는 정교한 돼지 족발 요리로, 15세기 샤를 7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래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이 요리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날 국왕이 시골에서 발이 묶이게 되었고, 지방 농민들에게 식사를 부탁하게 되었다. 농민들은 적절한 음식을 고민하다가 돼지 족발을 채소, 허브, 와인과 함께 1시간 반 동안 푹 끓였다. 그 후 뼈를 제거한 고기를 우유와 계란에 적시고 빵가루를 입혀 구운 뒤, 녹인 버터를 바르며 굽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왕은 이 요리를 매우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보다 간소한 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 요리는 지금까지도 명물 요리로 자랑되고 있다.)

중세 최초의 요리책으로 알려진 타이유방(Taillevent)의 『르 비앙디에(Le Viandier)』는 귀족 취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돼지고기 로스트 요리가 수록되어 있지만, 조류 요리(가금류와 야생조류)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고, 돼지보다는 멧돼지 요리와 비슷한 수의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유력한 저자인 기욤 티렐(Guillaume Tirel)은 14세기 후반 프랑스 왕실의 여러 인물들을 위해 요리한 궁중 요리사였다.

그는 돼지고기 로스트에 마늘, 양파, 와인, 버주스를 함께 팬에 넣고 구워진 기름과 함께 소스를 만들어 곁들일 것을 제안했다. 혹은 사프란과 향신료를 넣은 파이 속에 고기를 채우고, 버주스를 곁들여 먹는 방법도 있었다. 차가운 돼지고기는 식초와 루(향초)로 만든 소스와 함께 제공되었으며, 신선한 돼지고기를 삶아 파슬리와 여러 허브를 섞은 ‘그린 소스’를 곁들이기도 했고,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는 머스터드와 함께 먹었다.

그가 만든 대부분의 ‘포타주(potage)’ – 걸쭉한 수프 또는 스튜 – 는 베이컨 기름에 재료를 볶아 풍미를 더했다. 그는 족발과 간을 이용해 ‘앙트르메(entremets)’를 만들었는데, 이는 로스트 요리와 디저트 사이에 제공되는 화려하고 기발한 요리로, 손님들에게 셰프의 창의력을 과시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17세기 무렵부터 유행하는 상류층 식탁에서는 소고기, 송아지고기, 양고기가 주된 육류로 자리 잡았으며, 돼지고기는 젖먹이 돼지나 햄의 형태로만 드물게 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드는 여전히 널리 사용되었고, 다진 돼지고기는 속재료로 흔히 활용되었다.

프랑수아 피에르 드 라 바렌(François Pierre de la Varenne)은 17세기 프랑스의 유력 귀족을 위해 요리를 담당했던 인물로, 고전 프랑스 요리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저서 『프랑스 요리사(Cuisinier François)』는 1651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75년간 30판 이상 발행되었으며, 유럽 전역의 귀족 가문 주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라 바렌은 주로 라드나 베이컨 기름을 조리용 지방으로 사용했으며, 이 시기부터 버터도 점차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앙트레(entrée), 본 요리 또는 두 번째 코스(main/second course), 그리고 앙트르메(entremets, 로스트와 디저트 사이에 나오는 요리)를 위한 레시피를 제공하였다. 육류 섭취가 허용된 날의 앙트레는 고기를 삶거나 튀겨 소스를 곁들여 제공하였고, 두 번째 코스에서는 큰 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구운 요리나 작은 조류나 포유류를 통째로 구운 요리가 중심을 이루었다.

그의 앙트레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 돼지 혀를 볶고 졸인 요리, 그리고 조리 후 육수에서 굳은 젤리와 함께 차게 내는 새끼 돼지 라구 요리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코스에 포함된 61가지 고기 요리 중에서는 돼지고기나 소고기 요리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가금류와 야생조류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토끼와 산토끼, 양과 송아지, 사슴고기 순으로 나타난다. 어린 멧돼지와 젖먹이 돼지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는 중세 시대의 돼지고기 구이 레시피와 유사한 ‘로버트 소스를 곁들인 돼지 등심’ 요리법도 소개한다.

라 바렌의 앙트르메에는 삶은 족발과 돼지 귀, 햄 파이, 와인에 볶거나 육수와 식초에 재운 햄을 빵가루로 덮어 구운 요리, 돼지 혀를 얇게 썰어 육수에 졸인 뒤 라드에 볶고 식초, 레몬즙, 케이퍼, 포도를 곁들여 내는 요리 등이 있다.

그는 ‘마옌스 햄(Mayence ham)’ 만드는 방법도 설명한다. 마옌스 햄은 소금과 향신료로 염지한 후 와인 찌꺼기에 담그고, 지하 저장고에 묻었다가 굴뚝에 매달아 향나무 연기로 향을 입힌다. 이 햄은 ‘바스크식 파이(Basque Pasty)’에도 활용되며, 라드와 파슬리를 깐 호밀 파이 껍질 안에 강하게 양념된 햄을 넣고 두꺼운 페이스트리로 덮어 약한 불에서 14시간에서 30시간까지 구워 고기가 거의 부서질 정도가 되면 완성된다.

라 바렌은 그의 만찬에서 돼지고기를 메인 요리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주로 가공된 형태의 돼지고기를 선호하였다.


16세기에 이르러 영국에서는 소고기가 가장 귀한 육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578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을 때 로저 노스 경이 준비한 정찬에는 아홉 가지의 육류 또는 생선 요리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돼지고기는 굴과 병아리 요리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된 베이컨 형태로만 등장했다. 1519년부터 1639년까지 이어진 '스타 체임버(Star Chamber)' 귀족들의 정기 만찬 기록을 보면, 그들은 대부분 소고기를 섭취했으며, 가금류나 야생 조류, 토끼도 즐겨 먹었지만 돼지고기는 지나치게 서민적인 음식으로 여겨 회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돼지고기는 단 한 번만, 전채 요리로 먹은 브론(brawn, 돼지머리 젤리 요리)의 형태로 등장한다.

헨리 필딩의 노래 <올드 잉글랜드의 로스트 비프>와 윌리엄 호가스의 그림 <칼레 문(Calais Gate)>은 18세기 중반까지 로스트 비프가 전형적인 영국 남성의 고기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19세기 한 작가는 심지어 이 개념을 중세까지 소급시켜, “크레시와 아쟁쿠르 전투를 승리로 이끈 궁수들은 소고기를 먹고 자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그들은 베이컨으로 버텨야 했을 것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국인들은 일요일 점심에 고기 덩어리를 굽는 식사를 기대했고,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을 선호했다.

그러나 18세기 중산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돼지고기가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가장 성공한 요리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한나 글라스(Hannah Glasse)의 『쉽고 간단한 요리의 기술(The Art of Cookery Made Plain and Easy, 1747)』은 하인을 몇 명 데리고 살며 가사를 책임지는 여성들을 위해 쓰였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가 등장한다: 양념된 빵가루와 라드를 넣어 속을 채우고 향신료를 더한 사과 소스와 함께 제공하는 로스트 로인, 삶은 후 튀긴 족발과 귀 요리, 양념 간 고기와 베이컨을 덮은 오븐에 구운 포크찹과 버섯 그레이비, 사과 또는 완두 퓨딩과 함께 내는 소시지, 삶은 햄과 닭고기, 달걀노른자, 진한 소고기 육수로 만든 파이, 또는 양념한 돼지고기와 사과, 설탕, 화이트 와인으로 채운 파이, 베이컨과 소고기, 채소, 허브를 함께 졸여 낸 햄 요리 등이다. 글라스는 또한 돼지를 부위별로 손질하는 법, 소시지를 만드는 법, 햄과 베이컨을 절이고 훈연하는 법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부유한 성직자 제임스 우드퍼드는 1770년 소규모 만찬에서 생선, 삶은 햄과 닭, 오리 로스트, 그리고 돼지 목살 구이를 대접했다. 그의 접대용 식사는 보통 두 코스로 구성되며, 이 중 한 코스에는 항상 돼지고기, 햄, 베이컨 중 하나가 포함되었다.

한편, 『완전한 주부(Compleat Housewife)』(1753)를 집필한 E. 스미스는 돼지고기를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는데, 이는 그녀가 상류층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녀는 연중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월별 식단을 제안하며, 각 식단은 두 코스, 각 코스당 7~8가지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350여 개의 요리 중 돼지고기는 18개 항목에만 등장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브론이나 햄 파이처럼 소금에 절인 부속 요리로 등장하거나, 비둘기나 닭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재료로 쓰인다. 단 한 번만 돼지고기가 주요 요리로 등장하는데, 7월의 로스트 피그가 그것이다. 다만 그녀의 책에는 돼지 귀 라구, 프리카세 방식의 돼지 요리 등 정교한 돼지고기 조리법도 포함되어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대표적인 요리사였던 프랑스 출신 알렉시스 소예르(Alexis Soyer)는 상류층을 위한 리폼 클럽에서 요리했으며, 아일랜드 기근 시기 농민과 크림 전쟁의 병사들을 위한 음식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다양한 계층을 위한 요리책을 출간했으며, 『요리의 재생자(Gastronomic Regenerator, 1846)』는 상류층과 중상류층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돼지고기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로스트에 세이지와 양파를 넣어 속을 채운 형태 외에는 ‘리무브(remove)’ 요리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리무브’란 식사의 주요 요리인 로스트나 삶은 고기를 뜻한다.) 그럼에도 그는 “리무브용으로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 6가지를 소개한다”며, 이들 요리는 10월부터 3월까지 제철일 때만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소개하는 요리로는 소스 로버트(식초, 겨자, 피클, 절인 버섯을 넣은 그레이비)를 곁들인 생 햄, 케첩과 식초로 맛을 낸 갈색 소스를 곁들인 빵가루 햄, 레물라드 소스나 브라운 소스를 곁들인 목살, 꼬챙이에 꿰어 구운 젖먹이 돼지 등이 있다. 그러나 그의 사이드 요리나 앙트레(작은 고기 요리)에서는 돼지고기보다 다른 육류나 가금류가 훨씬 더 자주 사용된다.


1851년에 출간된 『현대 주부 또는 가정 관리자(The Modern Housewife or Ménagère)』에서 알렉시스 소예르(Alexis Soyer)는 중산층 독자를 대상으로 하여, 절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돼지고기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영양 면에서 돼지만큼 유용한 동물은 없으며, 주방에서 이보다 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도 없다. 생고기든 염장육이든, 버릴 것이 없다. 돼지는 농부에게는 남는 부를 상징하고, 소작농에게는 집세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리무브(remove)' 요리 항목에 돼지고기 요리를 13개만 포함시켰다. 이는 소고기와 송아지고기 30개, 양고기와 새끼양고기 25개에 비해 적은 수치다. 포함된 돼지고기 요리로는 꼬챙이에 구운 다리살, 등심(chine), 스페어 립, 젖먹이 돼지가 있으며, 등심이나 목살을 구워 양파와 머스터드 소스를 곁들이거나 감자, 양파, 사과와 함께 오븐에 구운 요리도 있다. 또한 예산형 부위로는 넓은콩과 함께 끓인 베이컨, 그리고 잎채소와 함께 끓인 절인 삼겹살 등이 포함된다.

흥미롭게도 생 돼지고기보다 햄이 더 세련된 음식으로 여겨졌다. 소예르는 햄을 “궁전에서도, 오두막에서도 똑같이 사랑받는 유용하고 대중적인 요리로, 50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으며, 각각을 또 다른 요리로 변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햄은 뜨겁게 제공되거나, 글레이즈(유약) 처리되거나, 빵가루를 입혀 내놓을 수 있다.

그가 소개한 돼지고기 앙트레 요리는 귀족 만찬에도 등장하는 커틀릿 외에도 신장 요리, 남은 고기를 활용한 포크 해시, 그리고 완두콩 퓌레와 함께 제공되는 햄 슬라이스 튀김 등 다양하다. 베이컨이나 햄은 여러 야채 수프의 기본 재료로 사용되는데, 그중 하나는 매우 절약적인 프랑스식 양배추 수프이다. 이 수프는 염장된 삼겹살 또는 베이컨 2파운드, 양배추 2파운드, 몇 가지 뿌리채소, 셀러리 한 줌을 넣고 끓여 만든다.

이 책에서 소예르의 대변인으로 등장하는 노련한 주부는,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의 식사, 형편이 나아졌을 때의 식사, 현재 부유한 상태에서의 식단을 대표적으로 제시한다. 이들 식단에서 가정이 초기 단계였을 때는 첫 번째 예시 주간에 주요 요리로 돼지고기를 두 번 포함했지만, 생활이 윤택해진 이후에는 돼지고기가 드물게, 주로 부요리로만 등장한다.

클라이맥스로 그녀는 리폼 클럽에서 열린 성대한 저녁 만찬의 메뉴를 소개하는데, 여기서 유일한 돼지고기 요리는 ‘바닐라 글레이즈 서프라이즈 햄(Jambon en surprise glacé à la Vanille)’이었다. 이는 명백히 디저트로 분류되는 요리였다.


1854년에 출간된 『서민을 위한 실링 요리책(A Shilling Cookery Book for the People)』에서 소예르는 중산층 노동자 계층을 위해 돼지고기를 비교적 강조했지만, 예상보다는 그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는 주로 저렴한 부위를 추천하였고, 고기보다 채소의 비중을 더 높이도록 조언했다. 1859년에 출간된 『서민을 위한 표준 요리(Standard Cookery for the People)』은 한층 더 낮은 계층, 즉 ‘장인, 기계공, 농촌의 소작농’을 대상으로 하며, 돼지고기를 상당히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핵심은 여전히 ‘적은 고기로 최대한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하는 방법’에 있다. 예를 들면, 베이컨을 넣은 완두콩 수프, 햄을 넣은 당근 수프, 베이컨 풍미를 더한 완두콩 퓌레, 인디언밀 폴렌타(조리된 옥수수죽 두 겹 사이에 돼지고기, 소시지 또는 쇠고기 슬라이스를 넣고 잠깐 구워서 그레이비나 당밀을 곁들임), 카르투시안 스타일 고기와 채소 요리(돼지 혀, 족발, 베이컨, 햄, 간, 소시지 등 다양한 고기를 양배추로 덮어 오븐에 두 시간 구운 요리) 등이 있다. 이 요리는 원래 고기 섭취가 금지된 카르투지오회 수도자들이 허용된 식재료 아래 고기를 숨겨 먹기 위해 개발한 방식이었다.

1861년에 출간된 이사벨라 비턴의 『가정관리 요리책(Book of Household Management)』은 그녀가 영국 전역의 주부들로부터 받은 레시피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당시 영국 중산층의 식생활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그녀는 돼지를 탐식, 나태, 무분별한 식성을 가진 동물로 평가절하하면서도 “지나치게 비난받는 이 돼지만큼 인간에게 유용하고 이익을 주는 가축은 없다. 그 어떤 동물도 인간에게 이처럼 다양하고 호화로운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나아가 “돼지의 지방은 고기만큼이나 중요하며, 그 가격은 고급 부위와 맞먹는다”고도 서술한다. 이는 튀김과 제과에 여전히 필수적인 라드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비턴은 돼지고기 요리법을 25가지나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양고기나 새끼양고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쇠고기나 송아지고기보다는 적다. 그녀의 돼지고기 레시피 중 일부는 고급 요리에 해당하며, 등심구이, 햄구이, 빵가루나 글레이즈로 덮은 훈제 햄, 예술적으로 차려낸 젖먹이 돼지 요리 등이 포함된다. 특히 등심구이는 영국 특유의 스타일로 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바삭한 크래클링을 형성하도록 조리된다. 구이 전에는 껍질에 칼집을 내어 수축을 방지하고, 서빙 시 얇고 바삭한 조각으로 잘라 고기 주변에 놓는다.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껍질을 제거한 후 지방층에 글레이즈를 입히는 방식이다. 비턴 역시 많은 국가의 요리사들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사과 소스와 함께 제공할 것을 권장한다.

그녀는 예산형 레시피도 소개한다. 베이컨을 튀기거나, 굽거나, 삶아서 채소와 함께 제공하는 것, 남은 등심을 소스에 데워 제공하거나 다져서 돼지고기 로프를 만드는 요리, 돼지 간, 허파, 베이컨, 반쯤 익힌 감자, 양파 등을 넣어 두 시간 동안 오븐에 구운 캐서롤(“풍미 있고 절약적인 요리”) 등이 있다. 또한 돼지 족발을 간, 심장, 베이컨과 함께 양념 육수에 끓이는 요리도 포함된다. 그녀는 햄과 베이컨을 국물, 수프, 가금류, 토끼 요리, 채소 요리의 향미료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며, 기름기 없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라딩(larding, 라드 넣기)’ 방법도 소개한다. 라딩은 고기 속에 라드를 심는 기법으로, 중세부터 사용되었고, 특히 퍽퍽한 야생 고기에서 중요했다. 오늘날에도 사용되지만, 줄리아 차일드는 이 기술이 “고기의 품질보다는 시각적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비턴은 다양한 상황에 맞춘 메뉴도 풍부하게 제공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저녁 식사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중산층 가정은 한 달에 한 번, 상류층은 매주 한 번 저녁 초대를 목표로 했다. 중산층은 남은 음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비턴의 화려한 파티 메뉴에서는 돼지고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없지만, 보조 요리로는 꾸준히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정찬을 위한 18인용 메뉴는 4코스로 20가지 이상의 요리를 포함하며, 이 중에는 송아지고기와 햄 파이, 콜리플라워를 곁들인 햄구이 같은 돼지고기 요리가 있다.

반면, 가족을 위한 ‘일반적인 가정식’에서는 돼지고기의 활용이 더 두드러진다. 그녀는 연중 매주 저녁 식사를 위한 메뉴 예시를 제시하는데, 예를 들어 화요일에는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돼지 커틀릿, 목요일에는 삶은 돼지 다리와 잎채소, 감자, 완두콩 푸딩, 금요일에는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로 만든 완두콩 수프와 차가운 돼지고기를 권한다. 일요일 저녁 식사에는 토마토 소스와 뇌 소스를 곁들인 젖먹이 돼지구이가 주 요리로 등장하며, 월요일에는 이 남은 고기를 활용하고, 금요일에는 베이컨과 채소가 제공된다. 다른 주의 예에서는 화요일에 다시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커틀릿, 목요일에 구운 돼지 다리, 금요일에는 차갑게 제공하고, 토요일에는 카레로 재조리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1852년에 출간된 캐서린 디킨스(찰스 디킨스 부인)의 식단 모음집에는 2~3인용 저녁 식사 72개, 4~5인용 39개, 6~7인용 32개, 8~10인용 25개, 14~20인용 5개의 식단이 수록되어 있으며, 19세기 중반 사교를 즐기던 상류 중산층 가정에서 어떤 식사를 했는지 잘 보여준다. 그녀의 비교적 단출한 23인용 식사는 수프나 생선, 야채와 감자를 곁들인 육류 요리 두 가지, 그리고 후식 한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생육 또는 훈제된 돼지고기는 이 식단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양고기, 가금류, 쇠고기보다는 빈도가 낮다. 72개 식단 중 12개 식단에서 두 가지 육류 중 하나가 돼지고기이며, 커틀릿, 베이컨, 절인 돼지고기, 송아지 간과 베이컨, 햄 무릎살 삶은 요리, 베이컨을 곁들인 다진 소고기나 양고기 등이 포함된다. 4~7인용의 71개 고급 식단에서는 일반적으로 구운 양고기, 가금류, 쇠고기가 중심을 이루며, 돼지고기는 고급 식단 중 유일하게 한 번, 젖먹이 돼지를 포함한 호화로운 식사에 등장한다. 이 식사는 구운 쇠고기, 해산물 요리, 고급 전채류 3가지 등과 함께 구성되어 있으며, 이외의 식단에서는 중심 요리로 돼지고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킨스는 8~20인용 식사에서 돼지고기를 자주 곁들였으며, 총 28가지 요리를 구성하기 위해 이를 활용했다. 가족 식사에서 메인으로 제공된 돼지고기 요리뿐만 아니라, 마카로니와 베이컨, 베이컨을 곁들인 다진 양고기, 차가운 햄, 송아지고기와 햄 패티, 콩과 함께 제공되는 돼지 턱살, 브런즈윅 소시지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그녀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파리의 한 식당에서 송로버섯을 채운 돼지 족발 요리를 접하고 감명을 받아, 1854년 이후 자신의 식단에도 이를 포함시켰다. 또한 햄의 품질에 매우 까다로워, 휴가 중 런던에서 햄을 주문해 가져오기도 했으며, 이 햄은 첫날 밤 삶은 햄 무릎살로 제공되고, 다음 식사에서는 얇게 썰어 차갑게 내었으며, 마지막에는 송아지고기와 함께 패티 소로 사용되었다.

과거에는 큰 베이컨 조각을 삶아 머스터드와 함께 메인 요리로 제공했지만, 현대 영국에서는 베이컨을 얇게 썰어 튀기거나 구워 아침 식사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이컨이나 소시지는 풀 브렉퍼스트의 필수 항목이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훈제 돼지고기가 생육보다 훨씬 더 흔하다. 크래클링과 사과 소스를 곁들인 로스트 포크는 여전히 고전적인 영국 요리로 남아 있지만, 현재는 로스트 비프나 양고기가 더 자주 제공된다. 현대 영국 북부의 고급 펍에서는 돼지 족발을 풍부한 소스에 담가 내며, 뼈를 제거한 족발 속에 다른 소스를 곁들인 다진 고기를 채워 넣어 대비되는 맛을 낸다.

프랑스에서도 돼지고기가 고급 만찬의 중심 요리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생육은 오뜨 퀴진(고급 프랑스 요리)에서 주요한 재료로 사용되지 않는다.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현대 요리 예술에 대한 완전한 안내서(The Complete Guide to the Art of Modern Cookery)』(1903)에서 “생 돼지고기의 큰 부위는 전문 요리보다는 가정 요리나 부르주아 요리에서 더 자주 사용된다”고 기술하며, “햄의 요리적 가치가 없다면, 돼지고기는 고전적 주방에서 거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는 총 306개의 쇠고기 요리법과 106개의 돼지고기 및 햄 요리법을 수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요리의 예술 마스터링(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1970)에서 줄리아 차일드, 시몬 베르톨, 루이즈 베크는 로스트 포크, 돼지갈비, 중세식과 다를 바 없는 젖먹이 돼지 구이, 익힌 햄을 창의적으로 응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몽르반식 햄 브레이즈(Jambon Braisé Morvandelle)’는 캐서롤에 당근과 양파를 볶고, 햄 슬라이스를 덮은 후 허브, 향신료, 백포도주, 육수를 추가해 오븐에서 두 시간 동안 천천히 끓인 후, 설탕을 뿌려 오븐에서 글레이즈 처리하고, 그 육수에 버섯, 샬롯, 마데이라 와인, 크림을 넣어 5분간 졸여 마무리한다.

프랑스 요리는 돼지고기를 중심 요리보다는 보조 재료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햄, 베이컨 등은 양배추 수프, 토마토 소스, 키슈, 그라탱, 캐서롤 치킨, 소고기 스튜, 레드 캐비지, 자우어크라우트 등의 풍미를 더하는 데 사용된다. 다진 햄이나 돼지고기는 소고기 롤라드, 양 어깨살, 송아지 구이의 속재료로도 활용된다.


오래전 프랑스인들은 다른 많은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 한 조각이 콩 요리에 얼마나 깊은 맛을 더해줄 수 있는지를 발견했다. ‘라 포테 알자시엔(La Potée Alsacienne)’은 매우 검소한 요리로, 살코기 훈제 돼지고기나 엉덩이살 1파운드와 여러 가지 채소만으로 만든다. 재료로는 말린 흰콩 2컵, 양파 2개, 양배추 1통, 콜리플라워 1송이, 완두콩과 그린빈 각각 2컵, 셀러리 1통, 당근 3개, 감자 3개가 들어간다.

‘카술레(Cassoulet)’는 훨씬 더 정성 들인 돼지고기와 콩 요리다. 줄리아 차일드의 조리법에서는, 흰콩을 생 베이컨, 양파, 삶은 돼지 껍질, 허브와 함께 푹 끓인다. 탈골한 양 어깨살 조각, 쪼갠 양 뼈, 양파를 돼지기름에 갈색이 나도록 볶은 후, 마늘, 토마토, 허브, 화이트 와인, 육수와 함께 1시간 반 정도 푹 끓인다. 이후 뼈는 제거하고, 이 콩과 고기 혼합물의 일부를 캐서롤 바닥에 깐다. 그 위에 양고기 조각, 베이컨과 구운 돼지 등심 조각, 갈색이 나도록 익힌 소시지 패티를 층층이 얹고, 마지막엔 콩과 소시지 패티로 덮는다. 육류와 콩에서 나온 조리 국물을 위에 붓고, 빵가루와 파슬리를 뿌린 다음, 돼지고기 구이 기름을 조금 끼얹는다. 전체를 중불 오븐에서 1시간 정도 굽는데, 그동안 위에 생긴 껍질은 여러 번 깨서 안에 섞어 넣는다.

제인 그릭슨의 조리법은 이보다 더 정교하다. 두 종류의 소시지를 콩과 함께 넣으며, 캐서롤 안에는 돼지고기와 거위 고기를 라구 형태로 조리한 것을 추가한다. 이 라구는 돼지 어깨살과 보존된 거위 고기를 잘라서 양파, 토마토, 육수, 향신료와 함께 푹 끓여 만든다.


돼지고기 미트볼과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진 로스트 포크는 덴마크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이다. 남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소시지를 양배추와 함께 요리하거나, 하드 소시지와 파슬리를 돼지기름에 볶은 후 흰강낭콩과 함께 오래 끓인다.

스페인의 국민 스튜인 **코시도(Cocido)**는 돼지의 여러 염장 부위(머리, 어깨 햄, 등뼈, 꼬리, 갈비, 코, 귀, 족발, 삼겹살), 초리소, 라드 외에도 쇠고기 혀, 송아지고기, 암탉, 병아리콩, 넓은콩, 감자, 푸른잎 채소 등을 함께 넣고 오랜 시간 끓여 만드는 요리다. 유대인과 무어인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못했다는 점은 오히려 스페인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돼지고기의 매력을 더욱 강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돼지고기를 1인당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독일, 덴마크, 폴란드, 오스트리아이며, 2006년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에서는 연간 1인당 약 43.9kg, 중국에서는 40kg, 미국에서는 29kg의 돼지고기가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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