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돼지고기, 그리고 하트랜드의 돼지들 – 멧돼지에서 베이컨 페스트까지』 1
Pigs, Pork, and Heartland Hogs: From Wild Boar to Baconfest
**《Pigs, Pork, and Heartland Hogs: From Wild Boar to Baconfest》**는 돼지의 역사와 미국 중서부 문화를 중심으로, 야생 멧돼지에서 오늘날의 베이컨 축제까지 돼지가 걸어온 여정을 다룬 책이다. 저자 신시아 클램핏(Cynthia Clampitt)은 돼지가 인류 문명과 함께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왔는지를 설명하며, 특히 미국 중서부 지역이 어떻게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지로 성장했는가를 상세하게 추적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야생 멧돼지에서 가축 돼지로의 변화: 인간과 돼지의 공진화 과정
중세와 근세 유럽에서의 돼지 문화: 돼지가 ‘모든 것을 먹는’ 동물로서 가지는 장점
미국으로의 이주와 돼지의 전파: 초기 정착민과 탐험가들이 돼지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아이오와, 일리노이, 미주리, 위스콘신 등지에서의 돼지 산업 발달: 돼지가 산업화된 과정
중서부 음식문화와의 연결고리: 브랏소시지, 텐더로인, 바비큐, 포르케타, 게타 등
종교와 금기, 윤리와 환경 문제: 돼지를 둘러싼 현대적 논쟁
‘베이컨페스트(Baconfest)’와 같은 현대의 돼지고기 문화 행사들
이 책은 돼지를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문화와 역사, 경제, 그리고 지역 정체성의 상징으로 바라보며, 돼지고기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탐구한다. 축산업 종사자, 미식가, 음식문화 연구자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서문
“주제를 찾고 싶다면, 돼지를 보라!”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중에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에서 미스터 펌블초크가 던진 말 한마디에 따라, 식사 자리의 화제는 갑작스레 통통하고 육즙 가득한 돼지고기의 기쁨에 대한 대화에서, 미스터 왑슬의 갑작스런 훈계로 전환된다. 그는 “돼지의 탐식은 젊은이들에게 반면교사로 제시된다”고 말하며, “돼지에게서 보기 싫은 성질은 인간에게서는 더더욱 혐오스럽다”고 덧붙인다.
이처럼 디킨스는 돼지를 둘러싼 인간의 복합적인 태도를 간명하게 요약한다. 돼지는 욕망의 대상이자 문제적 존재인 것이다. 사실, 이는 돼지가 인간 곁에 존재해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대와 사회에 따라 늘 두 얼굴을 지녔던 동물임을 보여준다.
사람이나 사회가 돼지를 어떻게 여기든 간에, 돼지가 인류에게 가장 널리 소비되는 육류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전 세계에는 10억 마리 이상의 가축 돼지가 사육되고 있으며, 야생 멧돼지도 어마어마한 수로 존재한다. 이는 이슬람교나 유대교 등 돼지고기를 금기하는 거대한 인구 집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지는 일이다.
돼지와 그 조상에 대한 인간의 의존은 선사시대 빙하가 물러난 이후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전 지구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돼지는 특히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상적인 식량 동물로 간주되었다. 번식력이 뛰어나고(토끼 다음으로 빠르다), 성장 속도도 빠르며, 맛도 좋고, 먹는 데 까다롭지 않다. 무엇이든 잘 먹기 때문이다.
게다가 돼지 고기는 훈연이나 염장을 통해 비교적 쉽게 보존이 가능하다는 커다란 이점이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인류가 선사시대에 이미 익힌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라드(돼지기름)**는 다양한 요리법을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냉장 보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냉장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장점이다.
유럽에서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농민 계층에게 사실상 유일한 고기 공급원이 돼지였다. 물론 중상류층 역시 돼지를 사육했다.
중국에서는 오늘날에도 단순히 "고기(meat)"를 주문하면 돼지고기가 나온다.
이처럼 돼지는 문화적·요리적 중요성이 막대했기 때문에, **대항해시대(탐험과 식민 개척 시대)**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돼지는 아메리카 대륙에도 잘 적응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돼지를 애지중지했으며, 단백질이 귀하던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돼지는 엄청난 자산이었다.
영국이 북미 식민지를 개척한 시기, 그리고 훗날 미국이 탄생한 이후에도 돼지는 주요 식량원이 되었고, 함께 전해진 요리 전통과 조리법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이 낯선 동물에 대해 원주민들은 꼭 긍정적인 평가만 하지는 않았다.)
북미, 특히 미국이 된 지역에서 돼지고기의 이야기는 옥수수의 이야기와 뗄 수 없이 얽혀 있다.
옥수수는 초기 정착민들의 생존을 가능케 했고, 이후 “호그 앤 호미니(hogs and hominy)”라는 표현은 미국 농업의 풍요로움과 자급의 상징이 되었다.
실제로는 테네시주의 임시 주 슬로건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에서 옥수수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아이오와주는 동시에 돼지도 가장 많이 사육하는 지역이다.
왜 미국 중서부에 집중하는가
미국 지역에 대한 논의에서 중서부(Midwest)는 종종 간과되지만, 사실상 미국의 존립과 발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은 중서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위대한 내륙 지역은 본질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실제로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중서부가 북군에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상당수도 배출했다.
중서부의 식량은 1800년대 크림 전쟁부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현대의 각종 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해외전쟁 수행을 가능케 했으며, 식량 부족이나 재난 시 동맹국에 식량을 원조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되어 왔다.
중서부가 ‘하트랜드(Heartland)’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단지 미국 중심부에 위치해서가 아니다. 경제적 생명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진정한 ‘심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서부는 옥수수만 재배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이 지역 대부분은 전통적으로 **‘콘 벨트(Corn Belt, 옥수수 지대)’**로 불린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옥수수가 있는 곳에 돼지가 따랐다.
콘 벨트의 농업은 옥수수를 사육용 사료로 재배하는 구조로 정착되었고, 소와 닭도 옥수수를 먹지만, 초기 개척 시기에 옥수수의 가장 효율적인 활용처는 돼지를 살찌우는 일이었다.
돼지를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곧 옥수수를 팔아 수익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사람들은 **돼지를 ‘다리에 달린 옥수밭(cornfields on legs)’**이라 부르기도 했다.
돼지가 선사시대부터 사랑받은 이유—즉, 번식력, 맛, 잡식성, 저장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곧 단순한 농장식 고기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옥수수와 함께 중서부를 산업 강국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돼지 떼 몰이(hog drives)**는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등장보다도 앞섰다.
시인이자 작가인 칼 샌드버그는 시카고를 “세계의 돼지 도축장(Hog Butcher for the World)”이라 불렀지만, 사실 첫 번째 ‘포크폴리스(Porkopolis)’는 신시내티였다.
시카고 유니언 도축장(Union Stock Yards)을 중심으로 대형 육가공 회사들이 성장했고, 여기에 수많은 관련 산업들도 함께 발전했다.
지금도 변화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미국 중서부만큼 돼지고기를 많이 생산하지는 못한다.
미국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돼지고기는 거의 모든 식사의 필수 고기였다.
하지만 1909년, 처음으로 쇠고기 생산량이 돼지고기를 추월했다.
그 이후 40여 년간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1위 자리를 번갈아 가졌지만, 1953년 이후 쇠고기가 확실히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반세기 이상 동안 미국에서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덜 소비되는 육류였지만, 그럼에도 돼지고기 소비량은 상당했다.
예를 들어, 2013년 미국 육가공 회사들이 생산한 돼지고기는 230억 파운드 이상으로, 쇠고기보다 단 10%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15년, 쇠고기 가격 상승과 돼지고기 인기 증가로 인해 돼지고기 소비가 다시 쇠고기를 앞질렀다.
이 흐름 속에서 돼지와 옥수수의 관계는 흥미롭다.
햇빛 에너지를 가장 잘 저장하는 작물이 옥수수이고,
그 에너지를 가장 잘 고기와 지방으로 전환하는 동물이 돼지다.
두 존재는 그야말로 궁합이 맞는다.
따라서 이 책은 오래전 유럽과 아시아에서 시작된 돼지 이야기를 다룬 뒤, 돼지가 어떻게 미국 대륙으로 퍼졌는지, 그리고 미국 중서부에서 어떻게 세계 최대의 돼지 산업이 형성되었는지를 따라가게 된다.
앞으로 다룰 내용
이 책의 첫 장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돼지’라는 동물 자체에 대해 소개한다. 이후 이야기는 종종 돼지의 행동 특성, 생리적 특징, 그리고 독특한 기질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역사 서술은 약 1만 2천 년 전, 야생 멧돼지가 점차 집돼지로 변화해 가던 광범위한 지역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은 명확하거나 일률적이지는 않았지만,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가축화된 흐름을 다룬다.
이후에는 문명의 발달과 도시의 성장, 그리고 인간과 돼지의 관계 변화를 따라가며, 수천 년에 걸친 전개를 빠르게 훑고, 대항해시대 동안 돼지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다음으로는 초기 미국과 국가 형성기의 변화 속에서 돼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결국 중서부 지역, 즉 콘 벨트(Corn Belt)에서 돼지가 자리 잡게 된 이야기로 전환된다.
그다음 장에서는 돼지가 어떻게 다양한 요리로 발전했는지, 즉 돼지고기의 미식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후반부에서는 현대의 흐름에 집중하지만, 과거와의 연관성을 계속 유지하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돼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최근 돼지고기 인기가 급증하는 현상과 그 배경도 다룬다.
마지막 장에서는 돼지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대응 방식, 그리고 돼지가 여전히 여러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탐구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필자는 수많은 연구 보고서, 역사서, 과학 논문을 읽었을 뿐 아니라, 농장, 식품 가공업체, 박물관, 역사 유적지, 주방, 요리 대회 등을 직접 방문하고,
또한 돼지에 대해 알고 있고, 돼지와 함께 일하거나, 돼지를 연구하거나, 사육하거나, 가공하거나, 요리하거나, 관련 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들의 통찰을 통해 돼지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과 직함은 책 말미의 참고문헌과 출처 목록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돼지고기 소비를 권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음식과 농업이 세계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돼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돼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가축화된 식용 동물이며,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다.
지난 수십 년간, 개발도상국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앞으로도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돼지는 뉴스에서도, 식탁에서도 점점 더 중심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설령 돼지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돼지가 문화, 역사,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아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돼지는 단지 **베이컨 페스티벌(Baconfest)**을 유행시킨 동물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삶의 흐름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집돼지(Sus scrofa domesticus)’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역사는 지금과는 매우 달랐을지도 모른다.
미래에 돼지가 어떤 영향을 줄지도 우리는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