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방학을 했다.
지난 학기에 모교 대학원에서 수업을 했는데 대학원 학생들이 이상하게 거의 다 한돈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라 한돈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의 느낌은 한돈 산업 생산 분야는 아직도 산업화 초기의 생산성 중심의 경영에 집중화 되어 있다. 반면 대형마트등 유통은 이미 서서히 품질과 다양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식산업은 이미 품질과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반영되어 경영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촛불집회
박근혜 이명박의 구속
ME TOO운동
남북회담
대한항공의 갑질 폭로등의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보여주는 사회 현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돈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한돈 소비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들이 보인다.
이번 달에는 한돈 소비 시장에 어떤 변화의 물결이 파도치고 있는지 이야기하자.
2018년 한돈 소비 시장의 새로운 변화는 첫째, 단순 구이 중심의 소비 패턴이 탕과 요리등 다양화되고 있다. 둘째,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수입의 확대되고 있다. 셋째 버크셔, 듀록, YBD등 YLD 가 아닌 다른 돼지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넷째, 삼겹살 구이의 복고 유행으로 냉동삼겹살집들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단순 구이 중심의 소비 패턴이 탕과 요리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이미 작년에 광화문 국밥과 옥동식등 소위 서울식 돼지국밥, 돼지곰탕이 등장했는데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돼지국밥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돼지국밥집들은 듀록과 버크셔, 제주 흑돼지, 심지어 이베리코 돼지의 앞, 뒷다리로 육수를 끓이고 앞, 뒷다리를 탕에 들어가는 고기로 사용한다. 이는 저지방 부위의 소비를 확대 시킬 뿐 아니라 생산성이 떨어지는 돼지 품종의 부가 가치를 높여 그동안 삼겹, 목심등의 원가 상승 요인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돼지국밥의 유행은 버크셔나 듀록 그리고 흑돼지 앞, 뒷다리 소비 확대에 매우 큰 공헌을 한다. 따라서 돼지 한 마리의 가치 소비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이 떨어져서 생산원가가 높은 듀록이나 버크셔등의 앞, 뒷다리의 소비가 확대되고 부가가치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삼겹과 목심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듀록과 버크셔 그리고 흑돼지의 유통이 가능하게 된다.
비인기 부위였던 등심은 강호동의 강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돈가스 메뉴로 소개되면서 이제 인기부위가 되어가고 있다. 또 일본이나 제주도 지역에서 인기 있던 돼지고기 샤브샤브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 송도에 외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외식기업 월향에서 문사부라는 돼지고기 샤브샤브집을 새로 열었는데 문사부에서는 등심과 삼겹살, 목심등의 다양한 부위를 샤브샤브라는 좀 낯선 요리로 팔고 있다.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이미 과거에 청미원 올리브 포크와 도드람 포크의 샤브마을에서 판매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규칙도 두려움도 없는 해적같은 외식 기업 월향의 백전백승의 신화를 믿어 본다.
둘째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수입 확대
한돈 자조금 관리 위원회의 지난 6월 분임 토의장에서 분임토의를 주재한 노재선, 서두석 위원은 “이베리코를 철저히 파헤쳐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아울러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도 면밀히 분석, 한돈 시장확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는게 대의원들의 공통적인 견해였다”고 밝혔다.
이베리코 인기는 3년쯤 전부터다. 수입량이 지난 2013년 1만8000t에서 지난해 7만2000t으로 4년 만에 4배로 늘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되는 이베리코 취급 업장 숫자도 전국적으로 400개에 육박한다. 외식 소비자들에게 이베리코는 한우 뺨칠 만큼 비싸진 국산 삼겹살·목살보다는 싸면서 맛이 좋은 '프리미엄 돼지고기'로 호평을 받는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형마트에서도 판매가 시작돼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사다 먹을 수 있게 됐다. 냉동 수입 돼지고기가 일반적으로 100g당 2000원인 반면, 이베리코는 3000원 이상으로 50% 이상 비싸게 팔린다.
이베리코는 스페인산 순종 또는 교잡종 흑돼지고기다. 색깔이 핑크색인 일반 돼지고기보다 훨씬 진해서 언뜻 보면 소고기처럼 보인다. 육향(肉香)이나 육색(肉色)이 다른 돼지고기보다 진한 건 품종도 품종이지만 사육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돼지를 6개월가량 사육하는 반면, 이베리코는 짧게는 10개월에서 길게는 17개월까지 사육한다. 한국의 재래종 흑돼지처럼 스페인 흑돼지도 빨리 자라지 않는다. 개량종보다 오래 키워야 하기 때문에 사료비가 많이 드는 등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사육돼 온 이유는 하몽을 반드시 스페인 토종 흑돼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사료비가 많이 들지만 값비싼 하몽 원재료로 팔 수 있기 때문에 축산 농가에서 흑돼지를 키운다. 국내에 수입되는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하몽을 만들고 남는 부산물인 셈이다. (출처 조선일보 2018.6.12.)
이베리코 돼지의 수입에 대해서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이베리코의 가장 큰 영향은 한국 소비자들이 '돼지고기에도 품종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베리코 이후 듀록, 버크셔K 등 돼지 품종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요즘 듀록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심상치 않아요. 돼지고기 품종과 맛을 구분해 먹는 소비자가 생겨나면 가격 경쟁밖에 없던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출처 조선일보 2018.6.12.) 서울대 문정훈 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도 맞는 이야기지만 필자는 이베리코 돼지들의 사육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베리코 돼지는 사육 방식에 따라 3종류로 구분하는데
―이베리코 베요타(bellota)100% 스페인산 흑돼지 순종. 17개월 이상 사육. 3개월 이상 도토리 먹이면서 방목.
―이베리코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스페인산 흑돼지(교잡종 허용). 12개월 사육. 2개월간 오전엔 축사에서 사료 먹이고 오후에 도토리 먹이면서 방목.
―이베리코 세보(cebo)스페인산 흑돼지(교잡종 허용). 10개월 사육. 축사에서 사료 먹여 키운다.
가장 품질이 좋다는 베요타부터 세보까지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하는 건
사육기간이다.
통상 180일정도 키우는 우리나라 한돈들보다 사육일 수가 두세배가 길다.
아마도 이베리코 돼지들의 차별화된 맛은 품종도 품종이지만 사육 방식과 사육 기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재래돼지를 키우는 포항의 이한보름 교수와 대화중에 소형종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 재래돼지도 한 20개월 키우면 거의 200KG까지 중량이 나가는 만숙종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조선반도의 재래돼지도 이베리코 반도의 재래돼지처럼 오래 키우면 같은 차별화된 맛이 나지 않을까? 물론 이베리코 돼지는 뒷다리로 하몽을 생산하고 남은 부위를 값싸게 수입할 수 있는 가격 측면의 경쟁력도 있겠다.
이베리코 돼지에 대한 논의가 한돈자조금위원회의 분임토의에서도 거론된 정도라면 품종과 사육 방식의 차별화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셋째 버크셔, 듀록, YBD등 YLD 가 아닌 다른 돼지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몇해전부터 서울의 유명 세프들 사이에서는 박화춘 박사의 버크셔K가 인기가 있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옥동식에서 돼지국밥을 버크셔K 앞뒷다리로 만드는 바람에 더욱 유명해졌다.
구하기 힘들정도로 ......
작년에 신당동에 *돼지식당이라고 듀록 돼지를 판매하는 돼지고기 삼겹살집이 히트를 쳤다. 듀록돼지 삼겹살이 맛있다고 유명 연예인부터 재벌까지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YBD 였는데 YBD도 확실히 기존 우리가 즐겨 먹는 YLD랑은 다르니 다들 맛있다고 난리였다. 필자 역시 한번 방문했는데 그 맛에 놀랐었다. 지금 국내에서 듀록 돼지 고기를 판매하는 곳은 몇몇 백화점과 식당으로는 신도세기라는 강남 선릉과 종로에 있는 최고급 삼겹살집뿐이라고 알고 있다. 한돈산업에 종사하는 대학원생들과 시장조사차 신도세기 식당을 갔었는데 다들 처음 먹어 보는 듀록 돼지고기의 맛에 감동을 받았다.
필자는 좀 심하게 표현해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야기하자면 YLD 는 통일벼같은 품종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쌀이 귀했던 1970년대 밥맛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품종 개량을 통해 통일벼가 보급되었고 우리민족은 아마도 단군이래 처음으로 흰쌀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났다. 그런데 지금은 밥맛없는 통일벼는 사라졌다. YLD 는 세계적으로 식량이 모자라던 시절 삼원교잡을 통해 생산성이 좋은 새로운 돼지 품종으로 전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지금도 아마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키우는 품종은 YLD다. 칠레의 아크로수퍼에서도 한국 삼겹살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인에게 익숙한 YLD를 키워 삼겹살을 우리나라에 수출한다.
필자는 이런 발찍한 상상을 해 본다.
서구에서 개발된 삼원교잡 YLD는 산자수도 많고 질병에 강하고 사료효율도 높아 경제성이 매우 좋은 개량 품종이다. 그런데 과연 맛은 돼지고기의 70%정도를 햄 소시지등 가공품으로 소비하는 서구에서는 돼지고기의 맛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생고기로 먹는 사람 보다는 중요하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YLD 는 맛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 구이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삼원교잡 돼지들이 기업형 농장들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기업형 농장들은 배합 사료를 급여하고 거세를 하는 등 그 당시 돼지고기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냄새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1970년 후반부터 소금에 찍어 먹는 로스구이스타일의 삼겹살 구이가 가능했을 거다.
아니 삼원교잡종이 맛이 없고 육수도 잘 안 나와서 그나마 지방맛으로 먹는 삼겹살에 우리 국민들이 환장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중국 말에 책상 다리도 튀기면 맛있다. 말이 삼겹살 구이지 지방 함량이 30-40%가 되는 삼겹살을 불판위에 구우면 삼겹살 자체의 기름으로 거의 튀겨졌으니 아무리 맛없는 삼원교잡 돼지고기도 삼겹살만은 맛있지 않았을까?
넷째, 삼겹살 구이의 복고 유행으로 냉동삼겹살집들의 등장이다.
레트로 (Retro)는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하나의 유행, 패션 스타일이다.
복고 레트로가 유행이어서 인지 갑자기 1980년대식의 냉동삼겹살집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식당 이름도 1985년 들국화가 노래한 행진이라는 식당도 생겨 났다. 이를 무한리필 삼겹살같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최저인건비 상승에 따라 서비스가 간편한 냉동삼겹살을 냉장 삼겹살보다 저렴하게 팔아서 인기가 있는거니 당분간 지속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후자쪽이다. 단순히 최저인건비 상승에 따른 식당의 서비스 인력 감축만이 아니라 일인분에 13000원 14000원하는 국내산 냉장 삼겹살 가격이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의 새로운 선택일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삼겹살 1인분에 만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다들 넘을 수 없을거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2011년 구제역으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으로 할 수 없이 인상되고 유지되어 온 것이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다. 그동안 삼겹살 식당들 중 수입 삼겹살을 취급하는 식당이 급격히 늘어 났다.
청년 실업이 문제고 경제는 회복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12000원대로 돈 천원 낮아진 냉동삼겹살은 당연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1993년 이후 브랜드 삼겹살이 출시 되면서 냉동육은 맛없다. 냉장육은 맛있는 고기 얼리지 않는 하이포크가 진짜 하이포크로 냉장 돼지고기의 보통명사를 만들었던 브랜드 돈육업체들의 마케팅이 약효가 다해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육즙 가득한 두툼한 냉장 삼겹살도 맛있지만 얇은 냉동 삼겹살의 바삭바삭한 식감도 맛있다.
맛의 기준과 가치는 얼마든 변할 수 있다.
필자가 두려워 하는 건 지금이야 수입 냉장 삼겹들은 운송기간동안 과숙성이 되어 엄격히 국내산 냉장 삼겹살과 차별화 되지만 냉동 삼겹살 맛의 비교에서 국내산 한돈 삼겹살이 수입 냉동 삼겹살보다 늘 우위를 점 할 수 있을까?
일단 국내산 냉동 삼겹살집들이 다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냉장이나 냉동이나 기호나 선택의 문제가 되어 냉동 삼겹살 소비가 늘어나고 다시 그 냉동 삼겹살 시장에서 1인분에 만원대가 넘어가는 국내산 냉동 삼겹살과 7000원대인 수입 냉동 삼겹살중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면 우리 소비자들은 과연 맛과 가격 측면에서 어떤 삼겹살을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