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1990년대 초반 소위 브랜드 돈육이 유행하기 전까지만해도 등삼겹이니 목전지하는 부위가 삼겹이나 목살등의 고급 부위로 정육점에서 판매되었다. 그래서 초기 브랜드 돈육 회사에서는 정품 삼겹살과 목심을 시장에 출시하면서 그동안 정육점에서 등심을 삼겹과 같이 삼겹가격으로 팔았고 전지를 목심과 함께 목심가격으로 팔았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스펙의 규격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고기에 대한 상식이 늘어나고 지육 중심의 유통이 부분육 박스로 유통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은 정해진 스펙이외의 요리에 적합한 나만의 스펙으로 고기를 구매하는 것이 한동안 힘들어졌다. 그런데 최근들어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돼지식당의 본삼겹(뼈삼겹살), 신도세기의 숄더랙(양갈비스타일), 몽로의 본인로인 스테이크 (뼈등심), 제주만덕식당의 교차숙성 뼈등심, 고메구락부의 통뼈등심(뼈등심) 시간돼지의 통립750그람 (뼈등삼겹), 교대이층집의 꽃삼겹(이건 스페어립작업을 한 이겹살) 심지어는 돼지 티본스테이크까지 자신들의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나오고 있다. 삼겹살과 목살등 한정된 스펙으로 차별화가 어려웠던 식당들이 자기들의 개성 강한 스펙의 신메뉴를 개발 시판함으로써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부위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삼겹살을 선호하는 건 돼지고기 소비에 익숙하지 못한 역사의 산물이고 압축성장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식당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메뉴,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메뉴로는 삼겹살 구이만한 것이 없을거다. 우리나라에서 스테이크가 유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떤이는 스테이크를 정상적으로 요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급한 성격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시간을 참을 수 없어서 우리는 테이블에 화로를 가져다 놓고 즉석에서 구워 먹는 직화구이를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르다고 했지만 이제는 좀 천천히 다양한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맛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식당 사장님이나 세프들이 고기 공부를 더 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