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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레 ― 입안에 각인되는 ‘모미다레’의 기본


타레 ― 입안에 각인되는 ‘모미다레’의 기본


― 본재움(一本漬け)에서 이차숙성(火入れ)과 독자배합으로





야키니쿠의 타레(양념)는


한반도의 식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간장(醤油), 참기름(ゴマ油), 마늘(ニンニク)이 그 기본이다.





이 타레의 맛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 전해졌고,


그들에 의해 ‘불고기 양념’이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야키니쿠의 기반이 되었다.





직업 요리인으로서 나는,


전후(戰後)부터 1950년대 후반에 걸친 시기를


야키니쿠 타레의 태동기라 부르고 싶다.





당시의 타레는


고기를 **‘하나의 양념(一本漬け)’**에 장시간 재워두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즉, 고기를 담가 재운 후 그대로 구워내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고기의 결에 간이 잘 배어 맛은 깊지만,


식감이 무거워 신선한 감칠맛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고기의 품질이 향상되고


냉장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재워두는 타레’는 점차 ‘바르는 타레(絡めダレ)’로 진화했다.





이 시점부터


야키니쿠는 ‘고기의 신선도’와 ‘양념의 균형’이 생명인 요리가 되었다.





즉,


타레의 진화가 곧 야키니쿠의 진화였던 것이다.





1. 본재움에서 이차숙성으로





고기의 신선도가 높아지자,


요리인들은 타레의 농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간장, 설탕, 미림, 마늘, 참기름의 배합비를 달리하여


고기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맛을 찾아낸 것이다.





또한,


고기를 재우는 대신


굽기 직전에 ‘모미다레(揉みダレ)’를 버무리는 방법이 등장했다.





‘모미다레’는


고기를 손으로 가볍게 주물러 양념을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깊은 풍미를 낼 수 있었다.





이것이 오늘날 야키니쿠 맛의 기본이 되었다.





2. 이차숙성과 화입(火入れ)





1960년대 후반,


요리사들은 타레에 ‘화입(火入れ)’을 시도했다.


타레를 끓여 잡내를 날리고,


당분을 녹여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 방식은


위생적이면서도 보존성이 높고,


감칠맛의 균형이 잘 맞았다.





이후,


타레는 더 이상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요리의 설계도’가 되었다.





즉,


고기의 상태와 두께, 지방 함량에 따라


타레의 농도와 열처리 강도를 달리 조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요리사 개인의 감각이 요구되었다.


‘타레의 끓는 온도’와 ‘식히는 타이밍’이


맛의 완성도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3. 화입 후의 혼합과 ‘백가쟁명(百家爭鳴)’





1970년대 후반,


야키니쿠 산업의 성장과 함께


각 점포는 자신들만의 ‘타레 비법’을 앞다투어 개발하기 시작했다.





간장 베이스, 소금 베이스, 미소 베이스, 과일 베이스 등


수십 가지의 ‘개성 타레’가 등장했다.





이 시기부터


‘타레의 맛이 곧 가게의 얼굴’이라는 인식이 정착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다양화는 ‘혼란(混乱)’을 낳기도 했다.





대기업 식품 메이커가


‘업무용 타레(業務用タレ)’를 제조·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점포는 조리 과정을 단축하는 대신


‘표준화된 맛’으로 타협했다.





이에 따라


타레 본연의 개성과 깊이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나는


‘타레의 편의화 시대’라 부르고 싶다.





그러나 진정한 타레는


편리함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손의 감각, 불의 열, 재료의 숨결이 합쳐질 때 완성된다.





4. 와규(和牛)의 등장과 ‘타레의 재정의’





1980년대 이후,


일본산 와규(和牛)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고기의 품질이 극적으로 향상되면서,


기존의 강한 양념은 오히려 와규의 섬세한 향을 가렸다.





이에 따라


요리인들은 타레의 방향을 다시 정립했다.


‘고기를 덮는 양념’에서


‘고기를 돋보이게 하는 양념’으로의 전환이었다.





소금, 간장, 참기름, 마늘 ―


이 네 가지의 절묘한 균형 속에서


‘모미다레’는 다시 한 번 진화했다.





와규의 지방과 타레의 유분이 만나


입 안에서 녹아드는 순간,


비로소 ‘일본식 야키니쿠’의 미학이 완성되었다.





그야말로


“불 위에서 완성되는 예술”이었다.





5. 타레의 본질 ― 불의 향과 조화의 미학





타레는 단순한 양념이 아니다.


그것은 불의 향을 매개로 한 조화의 철학이다.





간장의 깊이,


설탕의 단맛,


참기름의 부드러움,


마늘의 강렬함 ―


이 네 가지가 서로 부딪히며


불 위에서 하나로 융합될 때,


야키니쿠의 진정한 맛이 탄생한다.





그 맛은


고기뿐 아니라,


불을 다루는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따라서


타레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다.





그 감각이 이어질 때,


야키니쿠는 단순한 요리가 아닌


‘문화’로 남는다.






해설


이 장 「タレ ― もみダレが脳裏に焼きつくおいしさの基本」은


저자 **신아이 야스미치(新井泰道)**가


‘타레(양념)’을 중심으로 일본식 야키니쿠의 미학을 해부한 부분이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통의 계승과 진화


 한반도의 양념 문화(간장·참기름·마늘)가 일본에서 ‘모미다레’로 발전.


기술의 진화


 ‘본재움(一本漬け)’ → ‘바르기(絡める)’ → ‘화입(火入れ)’ → ‘독자 배합’으로 발전.


철학의 전환


 ‘덮는 양념’에서 ‘돋보이게 하는 양념’으로의 미학적 전환.


감각의 요리론


 타레의 핵심은 레시피가 아닌 감각이며,


 요리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불의 예술’.






즉,


이 절은 ‘타레’라는 소재를 통해


야키니쿠의 기술적 진화와 미학적 깊이를 통합적으로 서술한 장으로,


신아이 야스미치가 평생 추구한 철학 ―


“맛이란 기술이 아니라 조화다(味とは技ではなく調和である)”


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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