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 갈비의 매력은 응축된 갈비뼈의 감칠맛에 있다
― ‘뼈 있는 고기’에서 ‘뼈 없는 고기’로 변한 이유
갈비는 본래 ‘고기의 뼈 주변에 붙은 부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본식 야키니쿠에서는
뼈가 없는 ‘본갈비(骨なしカルビ)’가 주류가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조리의 편의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일본인의 식문화, 조리 환경, 소비자 인식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래 ‘갈비’는
조선반도에서 전해진 ‘아바라(アバラ, 갈비뼈)’ 부위를 지칭했다.
한국에서는 이 아바라를 얇게 저며
달콤한 양념에 재워 굽는 조리법이 일반적이었다.
일본에서 ‘갈비’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58년경, 내가 ‘명월관(明月館)’에 근무하던 시기였다.
그때만 해도 일본에서는
뼈가 붙은 갈비(骨付きカルビ)가 일반적이었다.
이 뼈붙이 갈비는
뼈 주변의 지방과 살이 어우러져
한입 씹을 때마다 짙은 감칠맛이 배어나왔다.
그 풍미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뼈를 자르고 손질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뼈를 붙인 채 굽는 과정에서도 조리 효율이 떨어졌다.
1960년대 후반,
야키니쿠 산업이 대중화되면서
매장의 회전율이 중요해지자
자연스럽게 ‘뼈 없는 갈비’가 보급되었다.
즉, ‘본갈비’의 등장은
산업화와 효율성의 산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비의 본질적 매력 ― 즉, ‘아바라의 감칠맛’ ― 은 사라지지 않았다.
뼈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지방과 육즙을 머금은 **‘풍미의 저장고’**이다.
따라서
뼈가 사라진 본갈비는
그만큼 ‘풍미의 원천’을 잃은 셈이었다.
나는 요리인으로서
이 상실감을 보완하기 위해
양념의 농도와 숙성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뼈 없는 갈비에서도
뼈 있는 갈비의 감칠맛을 재현할 수 있는
특제 양념 ‘모미다레(揉みダレ)’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 문화의 변용
한국의 갈비는
원래 소뿐 아니라 돼지, 닭 등 다양한 육류에 응용되었다.
양념의 핵심은 간장, 설탕, 마늘, 참기름으로,
그 맛의 구조는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감칠맛’이었다.
이 조리법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불고기(プルコギ)’가 ‘야키니쿠(焼肉)’로 발전하였고,
‘아바라’가 ‘갈비(カルビ)’로 정착되었다.
이것이
야키니쿠 문화의 국제적 기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이후
소비자들의 위생 인식과 조리 환경의 변화로
뼈 있는 고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소형 주방 구조의 야키니쿠점에서는
뼈를 다듬고 손질하는 공간이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뼈 없는 갈비’는
편리함과 실용성 면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그리하여
1980년대 이후
‘갈비=본갈비(骨なしカルビ)’라는 인식이 완전히 정착되었다.
이 무렵부터
갈비는 단순한 부위를 넘어
‘야키니쿠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갈비 ― ‘무척지대(無骨地帯)’로
현대의 갈비는
이미 본래의 ‘부위명’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 브랜드가 되었다.
즉,
고기의 정확한 부위를 구분하기보다는,
식감과 풍미에 따라 ‘갈비’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외식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대형 체인점의 표준화된 조리 방식과
가공 공장에서의 사전 손질이 일반화되면서,
‘뼈 있는 고기’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편의성’이
야키니쿠의 다양성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다양한 부위를 ‘갈비’로 명명함으로써
각 점포가 독자적인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갈비’는 단일한 부위가 아니라
‘야키니쿠의 개성’을 상징하는 개념어로 진화하였다.
본질과 역사를 되새기며
오늘날,
갈비의 사용 부위는 점점 더 다양해졌다.
한우, 미국산, 호주산 등
원산지와 지방의 질감에 따라
갈비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갈비의 본질적 가치는
뼈에서 우러나는 풍미 ― 즉, ‘골향(骨香)’ ― 에 있다.
요리사는 이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설사 본갈비를 사용하더라도,
그 풍미를 되살릴 수 있는 양념, 열, 시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보이지 않는 뼈(見えぬ骨)’라고 부른다.
뼈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요리 속에 살아 있다.
� 해설
이 장 「カルビ ― カルビの魅力は凝縮されたアバラのうま味」는
저자 **신아이 야스미치(新井泰道)**가
‘갈비’라는 부위가 일본 야키니쿠 문화 속에서
어떻게 ‘뼈 있는 고기에서 뼈 없는 고기’로 전환되었는가를
역사적·문화적으로 해석한 부분이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원과 변용
한국의 ‘아바라’ → 일본의 ‘갈비’로 전이되며,
조선식 양념구이가 일본식 야키니쿠의 핵심 부위로 정착.
산업화의 영향
조리 효율성과 회전율을 중시한 외식 산업의 흐름 속에서
‘뼈 없는 갈비’가 표준화되며 대중화.
철학적 복원
신아이 야스미치는 “갈비의 본질은 뼈의 풍미(骨香)에 있다”고 강조하며,
물리적 구조를 넘어 ‘요리 철학으로서의 갈비’를 정의.
문화의 확장
‘갈비’는 단일한 부위명이 아니라
야키니쿠의 개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개념어’로 발전.
즉,
이 절은 단순한 조리 해설을 넘어
‘한식의 일본화(和風化)’라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야키니쿠 문화의 근본적 뿌리를 복원하려는 저자의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결론 ―
“뼈는 사라져도, 그 정신은 살아 있다(骨は消えても、魂は残る)” ―
는 단순한 요리 철학을 넘어,
일본 야키니쿠 문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