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 진짜와 적신(赤身)이 혼재된 표기와 명칭 개정의 경위
로스 표기 시정 지침이 일부 ‘부위 붐’을 유도하다
갈비와 함께,
야키니쿠의 양대 간판이라 하면 ‘로스(ロース)’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로스’의 정의는 시대와 더불어 변모해왔다.
본래 로스는
서양식 조리법 ‘로스트(roast)’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로스트 비프’의 로스트가
일본어 음역을 거쳐 ‘로스’로 정착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로스’가
소고기의 허리 부위, 즉 **로인(loin)**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야키니쿠 업계에 이르러
로스라는 명칭은 전혀 다른 의미로 확산되었다.
야키니쿠점에서 ‘로스’라 하면,
반드시 로인 부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붉은 살(赤身) 부위를
‘로스’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야키니쿠가 일본적 외식 문화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소고기의 부위 명칭이 단순화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예전에는 갈비와 로스뿐이었다
1950~60년대의 야키니쿠점 메뉴를 보면,
소고기 항목은 대개 ‘갈비(カルビ)’와 ‘로스(ロース)’ 두 가지뿐이었다.
당시 소비자는
‘갈비=기름지고 진한 맛’,
‘로스=담백하고 부드러운 살코기’로 인식했다.
즉,
로스와 갈비는 ‘부위’라기보다
맛의 성격을 나타내는 분류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는 ‘서양식 소고기 조리의 이미지’를
일본식 야키니쿠로 재해석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이 구분은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또 심리적으로 익숙했다.
고급스러운 ‘스테이크’ 문화의 인상을
야키니쿠에 덧씌운 셈이었다.
즉,
로스는 ‘고기’가 아니라 ‘이미지’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로스트와 로인의 관계
‘로스’의 어원은 ‘로스트(roast)’에 있다.
영어에서 ‘로스트’는 굽는다는 의미이지만,
일본에서는 그 발음이 ‘로스’로 변용되어
소고기의 특정 부위를 지칭하게 되었다.
서양의 ‘로스트 비프’가 허리(로인) 부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로스=로인’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야키니쿠의 대중화 이후,
이 구분은 점차 흐려졌다.
야키니쿠점의 로스는
꼭 허리살이 아니더라도
등심, 목심, 심지어 우둔살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 변모했다.
그 결과,
‘로스’라는 명칭은
정확한 부위 명칭이라기보다
야키니쿠용 붉은 살코기의 총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표기 시정 지침과 업계 반향
2000년대 들어,
소비자청(消費者庁)은
소고기 부위의 오표기를 바로잡기 위한
표시 기준을 강화했다.
2010년에는
‘로스는 허리 부위를 가리킨다’는 명시적 기준이 제시되었고,
이에 따라
야키니쿠 업계의 ‘로스=붉은 살코기’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 방침은
표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현장에서는 혼란이 일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여전히 ‘로스’를 부위가 아닌 상품명(상징명) 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이 기대하는 ‘로스의 맛’은
부위가 아닌 ‘조리 이미지’에 있었다.
이 괴리는
표준화된 표시 제도가
현장의 감각과 충돌한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과도한 분류와 표기의 난립
이후,
야키니쿠 업계에서는
소고기 부위를 세분화하는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내로스(内ロース)’, ‘외로스(外ロース)’,
‘삼각로스’, ‘미소로스’ 등
세세한 분류가 잇따라 등장했다.
일부 업소는
붉은 살코기의 다양한 부위를
각각 다른 이름으로 판매하며
‘로스의 고급화’를 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분화는
소비자의 혼란을 오히려 키웠다.
이 상황을 두고
2011년, 일본육류협회 관계자는
“로스는 허리 부위를 의미하며,
붉은 살코기를 통칭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라고 지적했다.
‘로스 붐’과 그 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혼란은 ‘로스 붐’을 불러일으켰다.
정확한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오히려 ‘로스’라는 단어 자체의 주목도를 높였던 것이다.
특히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와 야키니쿠 체인점들은
‘진짜 로스’를 내세우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로스’는 단순한 부위 명칭을 넘어
**‘브랜드화된 고기의 상징’**으로 부활했다.
소비자는 이제
로스에 ‘기술’과 ‘품질’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만큼
요리인의 숙련도와 부위 이해가
로스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해설
이 장 「ロース ― 本物と赤身が混在した表示と改称の経緯」는
저자 **신아이 야스미치(新井泰道)**가
‘로스’라는 용어의 역사적 변화와 산업적 의미를
외식문화의 진화 맥락 속에서 분석한 부분이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어적 변용
‘로스트(roast)’가 일본어 ‘로스’로 변형되며
‘부위’에서 ‘상징명’으로 변화.
산업적 전환
야키니쿠의 대중화 속에서
로스는 ‘허리살’이 아니라 ‘붉은 살코기의 총칭’으로 확산.
제도와 혼란
소비자청의 표기 시정 방침(2010)을 계기로
업계의 관행과 제도 사이의 불일치가 노출.
브랜드의 재탄생
‘진짜 로스’ 담론이 프리미엄화 전략과 결합하며
‘로스=기술과 신뢰의 상징’으로 부활.
즉,
이 절은 단순한 고기 부위 설명을 넘어
‘언어, 산업,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야키니쿠의 정체성을 재조명한 고찰로,
신아이 야스미치의 철학 ―
“이름이 아니라 본질이 가치를 만든다(名ではなく、実が価値を生む)” ―
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